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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해리포터와 안녕을 해야 할 거 같다. 원작인 소설부터 영화까지 한편도 놓치지 않고 무조건 봤던 해리포터 시리즈. 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조앤 K. 롤링이라는 이름만 보고, 설마 해리포터가 다시 나온건가 했다. 호그와트, 덤블도어 교수 등 해리포터 시리즈와 연결되는 점은 있지만, 해리포터는 아니다. 제목답게 엄청나게 신비한 동물들이 나온다. 사람보다는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이다.



주인공이 어린이가 아니다. 어른 마법사, 다 큰 어른들이 쬐그만 지팡이를 들고 이리저리 마법을 부리는 모습은, 장난이 너무 지나치군요 라고 말을 해주고 싶을만큼 겁나 이질적이다. 그래서 주인공을 동물로 택했나 싶다. 어리버리 주인공과 민폐 캐릭터 여주인공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그녀의 동생과 재주없게 그 자리에 있는 바람에 엮이게 된 빵집 아저씨, 이들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된 인물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엄청난 상상력에 화려한 CG 볼거리는 끝내준다. 그런데 며칠 전에 닥터 스트레인지를 본 후라, 해리포터 시리즈를 봤을때처럼 놀랍지는 않았다. 닥터 스트레인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10년이 넘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내재되어 있던 마법세계에 대해 피로감이 쌓였던 거 같다. 마법의 신문도, 마법으로 요리를 하는 것도, 마법으로 타자기가 움직이는 것도, 지팡이로 좋았던 기억을 빼내서 보여주는 것도, 모두 다 재방송 같았다.


어차피 어른 마법사 이야기이니, 남자 주인공이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왔던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주연배우가 아니더라고, 동물을 좋아했던 인물로 선정해 그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해리포터와 연결점도 더 있을테고, 낯가림도 덜 했을 거 같다. 분명 예전에 봤던 화면이고, 들었던 이야기인데, 나오는 배우들이 너무 다르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그래서 신비한 동물사전인가보다. 배우들에 대한 이질감에, 런던이 아닌 뉴욕이라는 장소에 대한 이질감에, 다 큰 어른들이 어색하게 지팡이로 노는 모습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동물들을 등장시켰나 보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나고 신비한 동물사전이 소설로 나왔다고 한다. 원작을 안봤으니, 더 어색했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 동물들이 그렇게 귀엽거나,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던데, 난 징그러워서 어쩔줄 몰라했다. 


더불어 마지막에 등장하는 동물. 다 큰 마법사들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마법 동물. 판타지 무비인 건 알겠지만, 해리포터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기승전결도 있었는데,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도해도 너무했다.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고, 결국 뒷수습은 신비한 동물이 하니깐 말이다. 어린이에서 어른 마법사가 됐다고, 스케일도 어른처럼 커졌지만 마무리는 참 어른답지 못했다.



호그와트에 이런 학생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리포터와 같이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거 같다. 새로운 시리즈이니,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하는건 아는데 너무 어리버리하다. 원래 캐릭터가 그런건지 모르지만, 귀엽둥이 해리포터, 똑똑이 헤르미온드, 어설픈 론. 아하~ 론과 비슷하지만, 또 은근 똑똑한 면도 있다. 그런데 영화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물이나 신비한 동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로 만들 생각이나서 그럴까? 원작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줄거리는 해리포터와 비슷하다. 우리편이 있고 나쁜편이 있다. 그리고 우리편인지 나쁜편인지 오락가락 인물이 있다. 둘이 싸우다, 오락가락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물론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안에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온다. 딱히 반전처럼 보이진 않지만, 어~ 저 사람이었어? 하면서 놀라야 되는데, 보다보면 저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자동적으로 알았기에 정체가 밝혀진 순간, 그리 놀랍지가 않았다.


영화 제목답게 인물이나 이야기나 사건보다는 확실히 동물에 눈길이 더 간다. 분량도 엄청나서 더 그렇게 만든 거 같다. 신비한 동물인데, 딱히 신비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동심이 남아 있는 아이였다면, 잼나게 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닌거 같다. 해리포터 1탄은 지금 봐도 재밌고 놀라움의 연속인데,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를 좋아했던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어야 하는데 포장만 화려한 선물같아서 씁쓸했다.


에디 레드메인, 스티븐 호킹박사를 연기했던 그 배우였는데 눈치채지 못했다.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몰라봤던 것이다. 쏴리~~



콜린 파렐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유명 배우들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었는데, 그나마 그가 나와서 아주 쬐금 잼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주 잠깐 등장했던 그 사람, 2탄에는 주요 인물로 나올까? 그렇다면 속는셈 치고 볼 거 같기도 하다.


단연코 2탄이 나올 듯 싶다. 그 전에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캐릭터와 동물들에 대한 설명은 스스로 찾아서 학습한 후에 영화를 다시 본다면, 조금은 더 재미나게 볼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다. 신비한 동물사전도 그래야 하는데, 내가 잘못했다. 내가 아주 큰 잘못을 한 거 같다.


두 시간정도 아무 생각없이 볼만한 영화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이 더 판타지스러워, 지팡이를 든 마법사나 괴상망측한 신비한 동물이나 엄청난 CG가 그리 놀랍지가 않다. 이눔의 현실, 언제쯤 영화를 영화답게, 개그를 개그답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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