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엄마따라 절에 가는게 좋았다. 소풍가는 거처럼 좋아했던 아이가, 이제는 마음이 심란하거나 우울하거나 힘이 들때면 혼자서 그곳에 간다. 고작 나무관세음보살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좋다. 고즈넉한 사찰이 그곳이 있고, 거기에 가면 내 마음이 편해지니깐.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그곳에 500년의 역사가 서린 작은 고찰, 화계사(華溪寺)가 있다.
『화계사는 고려 광종 때 법인대사 탄문이 지금의 화계사 인근인 부허동에 보덕암을 창건했는데, 이 암자를 조선 중종 17년(1522)에 신월선사가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화계사'라 이름을 바꾸었다. 광해군 10년(1618) 9월에 화재로 불전과 요사를 모두 잃었으나, 이듬해 도월선사가 덕흥대원군의 시주를 받아 중건했다. 그로부터 240여 년 후 고종 3년(1866년)에 도해스님과 취견스님이 흥선대원군의 시주를 받아 불전과 승방 건물들을 중수했다. 그것이 최근 1991년 대적광전이 들어서기 전까지의 화계사 모습이라고 한다. (출처- visit seoul)』
북한산 근처라고 해서 산 속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한신대학교를 지나 500미터 정도 걷다보면 화계사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등산을 생각하고 왔는데, 동네 마실같아서 너무 좋았다.
1998년에 건립됐다는 일주문을 지나 좀 더 걸어줘야 한다.
좌회전은 북한산 둘레길, 직진은 화계사. 무조건 직진이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면서 직진 또 직진이다.
화계사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1991년 신축한 대적광전(大寂光殿)으로 4층 규모의 복합 기능을 갖춘 현대식 불전이다. 1층은 공양간, 2층은 제일선원과 스님들이 지내시는 요사, 3층은 법당으로 사용하며, 4층은 서울화계사국제선원(Seoul International Zen Center)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
화계사는 국제 포교의 중심 사찰로 해외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화계사 주지를 지낸 숭산(崇山: 1927~2004)스님은 1996년 일본에 이어 이후 40여 년간 세계 32개국 130여 곳에서 한국불교를 알리는데 온 힘을 다했다. 벽안의 제자 무량스님과 현각스님 등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5만여 명에 이른다. 이에 화계사 대적광전 4층은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온 외국인 승려들의 선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대적광전 옆에는 범종각이 있다.
화계사 범종각은 2층 6각형의 건물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위에서 봤다면, 알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보니 그저 평범한 건물로만 보인다.
『범종각에는 불구사물(佛具四物: 불교의 예불의식에 사용하는 네 가지 법구)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2층 천장에 걸려있는 동종(銅鐘, 보물 제11-5호)은 본래 경상북도 풍기 희방사(喜方寺)에 있던 종으로 1898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종에 새겨진 명문(銘文)에 따르면, 1683년에 사인 스님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무게는 300근에 달한다고 한다.
이 종은 종을 매다는 고리 부분에 두 마리의 용을 조각한 것이 특징이며, 사실성과 화사함이 돋보이는 수작일 뿐 아니라, 승려가 공명첩을 가지게 되었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알려주는 명문이 남아있어, 종 연구와 더불어 사료로서 가치가 크다. 또한, 범종각에는 만지기만 하여도 나무 부스러기가 떨어질 정도로 심하게 풍화된 목어(木魚)가 걸려 있는데, 이 목어는 원래 고려 때의 창건사찰인 보덕암에 있던 것으로 매우 오래된 것이다. (출처- 다음백과사전)』
범종각을 지나 대웅전으로 가는 길.
계단을 올라 왼편을 보면, 종무소와 불교대학 건물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 정면을 보면, 대웅전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 오른편을 보면, 스님의 거처일 듯 싶다. 더불어 신기하고 독특한 조각품들도 볼 수 있다.
화계사 대웅전의 지금 모습은 흥선대원군이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한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로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대웅전 현판은 광화문 현판을 쓴 조선 후기 명필 정학교가, 주련(기둥 글씨)은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인 신관호가 썼다고 알려졌다고 한다.
지붕 처마를 받치면서 장식을 겸하는 공포가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 있는 다포 양식 건물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목조 건축물이라고 한다.
『대웅전은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국문학자들의 소신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1933년 조선어학회 소속의 최현배, 이희승 등 국문학자 9명이 대웅전에 기거하면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집필하고 같은 해 10월 29일 발표했다. 일제는 우리말을 통해 민족 사상을 고취하려는 이들을 해체시키고자 했는데 그 감시를 피해 찾은 곳이 화계사 대웅전이었다. (출처- visit seoul)』
하나만 해도 되는데, 초점이 빗나가는 바람에 2개로~
참새가 들어가니, 문을 꼭 닫아두라는 메시지. 그래서 문을 닫고 들어갔는데, 벌써 참새 2마리가 무엄하게도 안에서 놀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조용히하라고 할텐데, 이건 말이 안 통하니 푸드덕 소리를 들으면서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법당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거 같아서 눈으로만 보고 나왔다.
대웅전에서 왼편으로는(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삼성각이, 오른편으로는 명부전이 있다. 삼성각은 우리나라 토속신(산신, 칠성신, 독성신)을 모신 곳이고, 명부전은 죽은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원해 주는 지장보살을 모신 곳이다. 사진을 130여장이나 찍었는데, 명부전은 없다. 빠짐없이 다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정성이 부족했나 보다.
삼성각 아래에는 오백나한을 모신 천불오백성전이 있다.
『1964년에 준공한 것으로, 내부는 오백의 성상(聖像)을 봉안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성상은 최기남(崔基南)이 1915년에 관직을 그만두고 금강산에서 입산수도하여 오직 18나한상과 천불상·사천왕상을 조각하여 여주 신륵사(神勒寺)에 모셔 오던 것을 옮겨와 대웅전에 보관하다가, 최기남의 가족이 천불오백성전을 짓고 봉안하게 된 것이다.(출처- 다음백과사전)』
대웅전에서 바라본 대적광전(大寂光殿).
바람이 불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적광전 처마 끝에 달린, 풍경(風磬)의 소리다.
풍경소리를 듣고 나서, 화계사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고봉스님 추모탑으로 이동했다. 아마도 여기서 명부전을 놓친 듯 싶다.
고봉스님의 추모탑은 부도전으로 옮겨져 있기에, 썰렁하고 스산해보였지만 뒤를 돌아보게 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화계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번 더~ 일년에 4번, 계절에 따라 변하는 화계사의 전경을 담고 싶어졌다.
추모탑을 내려와 작은 길로 들어서니, 자연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더불어 봄이 오는 소리도 들려온다.
화계사에 왔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사실 놓칠뻔 했었다. 만약 작은 길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화계사에 갔다 왔다고 말하지 못했을 거 같다.
사실 이곳은 대웅전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서 오른편에 스님의 거처일 거 같다고 했던 곳이다. 그런데 예상이 맞았다. 조실당이라는 곳으로 사찰의 조실스님이 거처하는 곳이란다. 조실스님은 선종사찰에서 참선을 지도하는 스님 중 가장 큰 어른을 말한다고 한다.
화계사에는 고봉선사와 덕산선사가 조실을 지냈고, 얼마 전까지 숭산 대선사가 지내셨던 곳이란다. 여기는 주로 제자를 지도하거나 재가자들을 지도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 손님을 맞아 차방으로 이용하기도 한단다.
힙합하는 동자스님. 웃음이 필요할때 꺼내보면 참 좋을 거 같기에, 주머니에 쓱 넣고 싶었다. 하지만 나만 소유하면 안되기에, 꾹 참았다.
처음 봤을때는 별거 아니라고 무시했는데, 내려오면서 다시 살펴보니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위해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소원을 쓰면 음력 정월 열나흘날 달집에 실어 하늘로 올려 보낸단다.
오호라~ 내 소원은 이렇고 이렇습니다 라고 쓰고, 달집에 묶어두고 왔다.
음력 정월 열나흘날, 내 소원과 많은 분들의 소원이 하늘로 올라갔다. 내 소원이 이루어지길~~
왠지 올해는 좋은 일만 생길 거 같은 그런 느낌같은 느낌이 든다. 더불어 화계사, 왠지 자주 갈 거 같은 그런 느낌같은 느낌이 또 든다. 버스를 타고 2시간을 가야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을 와야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처방전은 없으니깐. 답답하고 우울할때, 고즈넉한 사찰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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