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홍대 골뱅이 묵으러 가자."
"무슨 골뱅이를 홍대에 가서 먹어? 그냥 동네에서 먹자."
"아니다. 홍대에 가야한다."
그래서 갔다. 그런데 정말 잘 갔다. 골뱅이라고 해서 통조림으로 만든 골뱅이무침을 생각했는데, 이런 통통통 통골뱅이다. 여기에 홍합은 거들뿐. 이름이 길어서 홍대 골뱅이라고 부르는, 홍대 원조 통골뱅이 전문점이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리면 한참 걸어야 한다. 산울림 소극장 맞은편 작은 골목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곳, 홍대 원조 통골뱅이 전문점이다. 실내포장마차같은 분위기다. 홍대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놀랍다. 한때 요런 느낌 엄청 좋아했었는데, 다시 보니 역시 좋다.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고 하더니, 싸인들로 도매가 되어 있다. 운이 좋으면 만난다고 하던데, 나에겐 그런 운이 언제나 없다.
화장실 가는 길에 보여서 찍었는데, 누구의 싸인인지 모르겠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도 한때인거 같다.(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ㅡㅡ;) 대신 "엄마는 살아있는 정답이다", 이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든다. 엄느님이라고 해야 하겠지.
기본상 차림. 단무지, 초고추장, 양파 그리고 앞접시, 수저 & 포크.
나오셨다. 통골뱅이 & 홍합. 아쉽게 메뉴판을 찍지 못했는데, 대체적으로 가격이 만원대였던거 같다. 포장마차답게 끼니겸 술자리 보다는 가볍게 한잔하기 좋은 곳 같다.
10년 전쯤인가? 당산역 어느 후미진 골목에 작은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다. 유일한 메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늘 먹었던 메뉴가 바로 통골뱅이였다. 통골뱅이를 먹는 방법은 딱 2가지만 알면 된다. 흔들고 돌리기다. 우선 골뱅기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내장까지 먹기 위해서) 준다. 그 다음 이쑤시개로 골뱅이를 돌돌 돌리면서 살과 내장까지 한꺼번에 쭉 나오게 한 뒤 맛나게 먹으면 된다. 통조림 골뱅이만 알던 내게, 통골뱅이는 처음이었다. 통조림과 다른 담백하고 쫄깃함에 빠져 단골이 됐던 곳이었는데, 당산역 주변 개발과 함께 사라진거 같다. 좋아했던 곳이 없어지면 아쉽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곳을 만나게 되면 반갑고 기쁘다. 이날 내가 그랬다.
통조림 골뱅이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통골뱅이다. 홍합이 아니고 지중해담치가 같이 나온다. 메뉴판에는 홍합이라고 되어 있지만, 지중해담치가 맞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좌우로 흔들고 돌리면서 꺼냈는데, 살만 나온다. 내장이 보이지 않는다. 내장이 없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먹는다고 스킬이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암튼 살만 나왔다. 내장과 같이 먹어야 좋은데, 살만 먹으니 더 담백한거 같았다. 그래도 묵직한 내장과 함께 먹어야 좋은데, 살짝 아쉬었다.
골뱅이만 먹기 아쉬워서, 비빔국수(4,000원)를 주문했는데, 이렇게 다 비벼져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면이 살짝 불었다. 살짝 새콤, 많이 달콤했다. 여기에 통골뱅이를 넣고 면으로 돌돌 말아서 고기를 면과 함께 먹듯 그렇게 먹었다.
포장마차에 오면 자동적으로 주문하게 되는 계란말이(만원 미만). 역시나 다른 메뉴들이 많았음에도 주문을 했다.
도시락 반찬과는 확연히 다른 술안주용 계란말이다. 케찹의 달콤함과 머스터드 새콤함 그리고 계란의 담백함이 조화롭다. 좋은 데이 순하(리)고 이슬같은 사람들과 간단하게 한잔하기 좋은 곳, 홍대 원조 통골뱅이 전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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