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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골목길은 크게 '삼청동길, 가회동길, 계동길, 창덕궁길'로 구분되어 있다. 삼청동길과 가회동길은 워낙에 유명하니깐 자주 갔었다. 창덕궁길은 창덕궁을 보러 갔지만, 궁궐에 눈이 멀어 골목을 자세히 못 본거 같다. 그런데 계동길은 한번도 간 적이 없다. 북촌마을에 포함되어 있지만, 큰형(삼청동길)과 작은형(가회동길)에게 밀리고, 막내(창덕궁길)는 챙겨줘야 하기에 그렇게 셋째(계동길)는 자기만의 소박한 개성이 있음에도 조용히 찾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두 형과 막내를 버리고 이번에는 오로지 셋째만을 위해 작정하고 나섰다(소니 nex-3n으로 촬영).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출구로 나와서 직진을 하다보면 현대사옥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넓은 골목을 걷다보면, 점점 골목이 작아지면서 계동 골목길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종로2가에서 내려서 인사동을 지나, 그렇게 20여분을 걸어서 계동길에 도착을 했다.

 

 

계동길을 가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요즈음 보기 어려운 좁디 좁은 골목길을 보기 위해서다. 한옥 담장과 함께 작은 골목길이 여기가 계동임을 알려주는 거 같다. 이제는 이런 길을 찾아서 봐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좀 서글퍼진다. 예전에는 대문만 열고 나가면 이런 길이었는데 말이다. 훨씬 좋아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없기에 행복했던 그 시절이 좋았던거 같다. 이때는 돈, 명예, 권력이 뭔지 모르고, 그저 딱지와 구슬이 많은 사람이 최고였는데 말이다.

 

 

계동길 초입 왼편으로 작은 골목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면 노란벽 작업실이라는 가게가 있다.

 

 

귀여운 인형 소품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냥 사진만 찍고 나오기가 뭐해서 밖에서만 살짝 담았다. 단순히 인형만 판매하는 곳은 아닌거 같고, 다른 무언가가 더 있는거 같다. 그런데 어디서 나는지 모르지만, 자꾸만 고소한 냄새가 나서, 그 진원지를 찾기 위해 내 코의 감각만으로 작은 골목을 나왔다. 

 

 

떡볶이 먹고가자고 유혹하는 언니, 오빠들이 있었지만 고소한 냄새를 찾기위해 과감히 뿌리쳤다. 

 

 

떡볶이 옆집이 바로 그 진원지였다.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의 참기름집, 예전에 부암동에서 비슷한 방앗간을 보고 첨이네. 왠지 여기서 참기름을 짜면 훨씬 더 고소한 맛이 날거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봤다. 오늘 나들이 컨셉은 훔쳐보기(?)이니깐. 

 

 

철물점이 없던 동네가 없었는데,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사라진 그 곳이 계동 골목길에는 있다. 회초리였던 총채로 맞다가 부러지면, 항상 내가 사러 갔다. 내가 맞아도 내가 가고, 오빠가 맞아도 내가 가고, 이래서 둘째는 서럽다.

 

 

계동길에서 보는 교회도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내 종교가 아니므로 역시 인증샷만 남기고 직진이다.

 

 

짱구야~ 우리 짱구 어디갔노~~하면서 이름대신 늘 불리웠던 그 이름, 짱구는 내 별명이다. 헉 그런데 내 별명이 식당명이라니, 그것도 왕짱구란다. 작고 소박한 식당인데, 유럽의 노천카페처럼 왼쪽에 보이는 저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작은 주전자는 바로 잔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잔에 1,000원이라고 해서 한잔할까하다가, 저기 앉아서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입맛만 다시고 직진했다.

 

 

겨울느낌 물씬 나는 어느 담벼락.

 

 

그 담벼락과 연결되어 있는 곳은 사진관이다.

 

 

그냥 사진관이 아니라 흑백사진관이라고 한다. 매장 앞에는 남자 두분의 뒷모습이 담긴 흑백사진과 오래된 카메라가 있다. 자세히 보기위해 다가가서 찍었다.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정확하게 나오는 바람에 아쉽게 편집했다.

 

 

어둠이 찾아오니, 내부의 모습이 자세히 보여서 편안하게 훔쳐보기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여기는 들어가고 싶었는데, 셀카도 안 찍는 내가 흑백사진이라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직진했다.

 

 

왠지 계동다방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거 같다.

 

 

계동길에서 만나는 매장들의 공통점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요렇게 오래된 물건들도 볼 수 있고 말이다. 리모컨이 없던 시절, 채널을 돌리기 위해서 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내가 담당을 했었다. 다른 계절은 별 상관없는데, 웃풍이 심한 겨울에 채널을 돌리기 위해 일어나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손이 아닌 발가락을 이용해 채널을 돌렸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손만 움직이면 될 것을 괜히 발까지 이불 밖으로 나와 추위에 떨었다. 어 자세히 보니,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식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연민정으로 작년에 대상을 받았던 이유리와 김현주 그리고 김석훈이 나온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촬영지다. 여기서도 이유리는 악역이었고, 김현주는 까칠하지만 정 많고 따뜻한 역이었다. 그리고 돈 많은 아들로 나온 김석훈까지 재미나게 봤던 드라마다. 드라마에서는 신림동으로 나왔는데, 알고보니 계동이었구나. 내 기억이 맞다면, 황금알 고시식당은 아마도 드라마 속 식당명이었고, 그걸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거 같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이 사진을 고른 이유는 깨진 바닥때문이다. 없어지면 다시 생기고, 또 없어지면 다시 생기는 무릎의 멍은 바로 저 깨진 땅바닥때문이었다. 그 덕에 울집에는 항상 빨간약이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이런 소품만 보면 사구 싶어 안달나는 친구가 있는데, 같이 안 오길 정말 잘한거 같다. 같이 왔다면, 훔쳐보기 컨셉은 포기해야 했으니깐 말이다.

 

 

정통 한옥집은 아닌거 같지만, 북촌마을에 와야 볼 수 있는 우리내 한옥집이다.

 

 

홈쳐보기 컨셉이 망가질 뻔한 순간이다. 저 모습 그대로 내 방에 꾸미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런 느낌도 참 조으다.

 

 

한복체험을 할 수 있는 곳.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 '집에 있는 한복도 안 입으면서 무슨 체험을'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직진했다.

 

 

카페로 기억하는데, 그냥 이 모습이 너무 따뜻해보였다.

 

 

계동길의 마지막은 중앙고등학교다. 힘들어서 앉아 쉬고 있는 아이다. 절대 자세만 보고 이상한 상상을 거두어 주시길... 계동길은 여기서 끝이 난다. 그리고 양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가회동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창덕궁길이 나온다. 저 아이처럼 저렇게 앉아서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려고 했지만, 앉자마자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거 같아. 서서 고민했다. 화장실 신호가 아까부터 왔는데 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 앞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문방구나 분식집이 보이지 않고, 왠 연예인 사진이?? 그런데 알고 보니, 중앙고등학교가 욘사마와 지우히메가 나온 겨울연가 촬영지란다. 한류 효과는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여진히 겨울연가는 한류의 중심인가 보다. 평일은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주말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사적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주말에 다시 와서 학교 구경 좀 해야겠다.

 

 

중앙고등학교에서 왼쪽을 돌아 가회동으로 내려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러나 가회동으로 가는 언덕에서 다시 중앙고등학교로 내려왔다. 이유는 단 하나, 배가 고파서다. 그러나 시간이 좀 남은 관계로 계동과 연결되어 있는 북촌마을을 살짝만 보기로 했다. 북촌마을로 올라가는 어귀에서 바라본 계동의 모습이다.

 

 

낯설지 않은 지붕인데, 자주 볼 수 없었던 지붕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현대식 한옥 지붕에 비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신스틸러는 이 친구일거 같다.

 

 

한옥마을의 장점은 바로 요런 골목 골목을 찾아 다니는 맛이지.

 

 

그러나 이 골목만은 못 가겠다.

 

 

한옥마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대식 한옥의 모습.

 

 

한옥 담장이 이렇게 높았나 싶다. 한옥마을의 한옥들 중에 공방, 체험관 같은 곳들도 있지만, 개인집들도 많다. 아마도 찾아오는 관광객 때문에 담을 높게 만들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한번 찾아오는 골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활터전이니깐 말이다.

 

 

한옥 담벼락 스타일.

 

 

궁궐에서 보던 작은 문이 여기도 있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크나 해볼까나 했다가, cctv 촬영중이라는 경고문을 보여 후다닥 나왔다.

 

 

겨울하늘. 해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 배꼽시계는 정확히 알람이 울린다. 이제 그만 보고 먹으러 가아겠다.

 

 

다시 중앙고등학교로 내려왔다. 학교에서 바라본 계동 골목길의 모습이다. 생각보다 훨씬 짧은 골목길이다. '어 여기가 다야. 더 없어'라고 할 만큼 짧은 길이지만, 천천히 걷다보면 길다란 골목길처럼 느껴질 것이다. 원래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아 갔지만, 이번만큼은 다시 계동 골목길이다.

 

 

학교 앞답게 분식집이 있다. 아쉽게 떡볶이는 없고, 대신 떡꼬치와 호떡이 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어느덧 저녁이 찾아왔다. 든든히 배도 채웠고, 날씨도 그리 춥지 않으니, 서울의 야경을 담으러 떠나야겠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는데, 남산으로 가볼까나. 그러나 보인다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계동 골목길은 소박하다. 그리고 정이 많다. 인기 많은 옆 동네 때문에 질투가 날 수도 있겠지만, 계동은 전혀 신경쓰지 않을거 같다.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좋으니깐 말이다. 다음번에는 훔쳐보기가 아닌, 문 열고 인사하기 컨셉으로 다시 나들이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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