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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오래전부터 가고픈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저 평범한 동네였다. 해방촌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는 찾기 힘들었다. 더불어 해방촌 예술마을이라고 해서 벽화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다고 했는데, 내 눈에 보이는건 그저 여느 평범한 동네의 모습이었다. 숨겨진 보물을 못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딱히 추천하고 싶은 나들이 코스는 아니다. 특히 생각보다 너무 많이 걸었다. 남산 아래 첫동네라고 하더니 오르고 또 오르고 계속 그렇게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걸으면서 내내 이태원으로 코스를 바꾸고 싶은 욕망을 꾹 참고 걸었던 그 곳, 해방촌이다(소니 nex-3n으로 촬영)

 

 

(출처 - 해방촌 예술마을)

해방촌은 서울시 용산구 용산2가동의 대부분과 용산1가동의 일부가 포함되는 지역으로 남산 밑의 언덕에 형성된 마을이다.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북쪽에서 월남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어 해방촌이라 불리게 된 이곳은 서울의 또 다른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편리한 교통과 외국인 집거지인 이태원과 연결되어 있어 외국인들의 새로운 주거지로 변해가고 있다. (출처 - 해방촌 예술마을)

까칠양파의 서울 나들이를 시작하면서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 바로 해방촌이다. 개인적으로 교통편만 숙지하고 떠나는 스타일이라, 이번에도 역시 내리는 지하철역만 확인하고 갔다. 그래도 나름 공부 좀 했다고, 해방촌 예술마을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볼거리를 정하고 떠나긴 했다. 궁궐 나들이보다는 확실히 사전학습이 부족하긴 했지만, 너무 많이 알고 가는 것보다는 직접 보고 느끼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떠났다. 아무 정보없이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철저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촌은 또 가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었단 말아. 엉엉~~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직진방향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바로 해방촌 초입이 나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오늘 나들이에 완전 만족하면서 웃으면서 걸었다. 곧 다가올 시련을 모르고 말이다.

 

 

건널목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해방촌이고, 차도를 건너면 바로 경리단길이다. 저 앞에 보이는 마을버스가 오늘 나들이의 길잡이가 될지는 정말 몰랐었다.

 

 

입구에서 인증샷은 기본으로 남겨주는 센스. 해방촌은 예술과 일상이 하나되는 마을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본 해방촌은 그저 일상이었다.

 

 

검색했을때 항상 나왔던 옹기들, 여기가 해방촌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다. 2월이지만, 봄같은 따사로운 햇살을 친구삼아 앞으로 계속 직진했다.

 

 

'어~ 벌써부터 벽화가 시작되는건가? 이제부터 시작이니 너무 급하게 다가가지 말고 요 아이는 여기서만 담기로 하자구.'

 

 

단순한 벽화가 아니다. 저 새들은 조형물이다. 일반 벽화와 달리, 입체감이 살아 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또다른 예술을 기대하면서 직진이다.

 

 

해방촌은 CCTV도 예술이구나. 노란색 컬러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거 같아 참 좋았다. 멀리 남산도 보이고, 여기가 진짜 남산 아래 첫 동네이구나. 해방촌 초입은 이태원과 비슷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이태원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았기 때문이다.

 

 

큰 길을 걷다보면 좌우로 작은 골목과 이런 계단들이 계속 나온다. 골목으로 빠져서 가볼까 했지만, 한번 들어가면 미로에 빠질거 같아 우선은 큰 길로만 다녔다. 솔직히 말하자면, 큰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고, 골목과 계단은 엄청난 오르막이기에, 나의 선택은 당근 큰 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녀석을 볼때까지 해방촌 예술마을 홈페이지에서 알려준 몇 개의 벽화와 조형물을 놓쳐버렸다. 나름 천천히 구석구석 보면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릴적에 했던 보물찾기 놀이도 아니고 왜이도 내 눈에 안 보이던지.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게 아니라서 미리 정확한 위치를 숙지하지 못한 내 죄다. 그러나 핑계를 대자면, 큰 길인데 인도가 없었다. 앞 뒤고 차가 쌩쌩 오고 있어 차를 피하다 보니 놓쳤던거 같다. 얼마 전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던지라, 달리는 차가 너무 무서웠다.

 

 

해방촌 나들이의 첫 목적지는 정상(?)이었다. 남산 아래 첫 동네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 걸었다. 호프에서 션한 맥주 한잔이 땡기긴 했지만, 아직 시작이라 과감히 뿌리치고 등산 아니 등산을 계속 했다. 이때부터 유혹은 시작되었다. 벽화도 안 보이고, 인도 없는 차도를 계속 걷자니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무섭고, 여행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평범했기에 이태원이 자꾸만 날 불렀다. 그렇지만 아직 해방촌의 진면목은 시작되지 않은거 같아 꾹 참았고 걸었다.

 

 

정상에 도착했다. 빵집 옆으로 골목길이 있는데, 내가 올라온 길이다. 왼쪽은 파출소와 주민센터가 있다. 오는 내내 내가 정말 잘 온 건가 싶어 계속 주소앱과 예술마을 홈페이지에서 알려준 지도를 보면서 왔다. 혹시 주민센터에 해방촌에 대한 자세한 지도가 있을까 싶어 들어갔지만, 아쉽게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내 촉만 믿고 주민센터 옆에 있는 오르막 길로 다시 걸었다.

 

 

주민센터 옆 오르막 길을 걷다보면 나오는 저 곳. 버스 정류장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하나 있다. 엄청 있어보이지만, 그냥 계단이다.

 

 

진짜 정상에 도착을 했다. 해방촌이 남산 아래 첫 동네라고 하더니, 남산이 정말 가깝게 보였다. 그렇다고 남산이 바로 코 앞에 있는건 아니겠지. 저기까지 가려면 또 등산을 해야 할거 같아, 이렇게 바라보기만 했다. 남산도 봤고, 이제는 해방촌을 바라봐야 할 시간이 왔다.

 

 

남산쪽 하늘을 참 맑고 깨끗했는데, 해방촌쪽 하늘은 역시 개운하지 않다. 내가 이걸 보려고 40분동안 걸어왔나 싶다. 진작에 이태원으로 갈걸, 괜히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랐구나 싶었다.

 

 

방향을 살짝 바꿨는데, 역시 뿌옇다. 이래야 서울 하늘이지 하면서 투덜거리면서 내려왔다.

 

 

주민센터와 빵집이 있던 그 곳으로 다시 내려왔다. 이제부터 커다란 고민이 시작됐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기는 싫고, 남산은 살짝 보고 내려 왔고, 이젠 저 앞에 보이는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하는 수 없어, 왠만해서는 절대 안하는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기로 했다. 서울에 살면서 길 물어보는거 진짜 싫어하는데 도저히 내 감만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니, 어르신 한분이 계셨다.

"저기... 여기서 벽화마을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면 되나요?"

"잉~ 뭔 마을???"

"저 벽. 화. 마. 을. 이요."

"그런거 없어."

"네.ㅜㅜ"

 

이때 오르막 길에서 수도 없이 만났던 02 마을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차라리 저거 타고 그냥 확 내려갈까 했지만, 정상까지 와서 포기하면 완전 서운할거 같아. 이번에는 편의점에 들어가 알바학생에게 물어봤다.

"해방촌 벽화마을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네... 벽화마을은 대학로에 있는 그 곳 아닌가요?" (알바 2명이 너 왜 남의 동네와서 벽화마을 타령이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니, 해방촌에 벽화가 그려진 곳이 있다고 하는데, (밖에 보이는 골목을 바라보면서) 저기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아세요"

"해방촌에 벽화마을이 따로 있는거 아닌데, 뭐 보고 오셨나요?"

(해방촌 예술마을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지도를 보여주면서) "여기 C존 부근으로 가려고 하는데요"

"아하~ 그럼 소아과가 보이는 저 골목으로 가면 되요"

잠깐의 대화에서, 알바학생은 '해방촌이 여행지였나?, 딱히 볼거리도 없는데 왜 왔니'하니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속으로 이래서 내가 안 물어보고 다니는데 괜한 짓을 했구나 하면서 서둘러 편의점을 나왔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올라왔으니, 내려와야겠지.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버렸고 그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그나마 내리막이라 좀 다행이었다. 다시 오르막이었다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리막길에도 인도는 없었다. 정말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가 너무 무서웠다.

 

 

내려오다가 만난 높다란 계단. 여기서 사는 분들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거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해방촌의 옛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가뭄에 콩나듯 만나는 해방촌 예술마을 표시이건만, 하필 쓰레기 수거장이었다.

 

 

내려오다가 잠시 들린, 교회 주차장에서 바라본 해방촌의 모습이다. 이 곳은 진짜 그냥 삶의 터전이다. 여행 또는 나들이 삼아 올 곳은 아닌거 같다.

 

 

역시나 남산쪽 하늘은 참 맑고 깨끗하다. 같은 하늘인데 왜이리도 다른지.

 

 

삶일까? 예술일까? 남의 집 계량기를 이렇게 담아도 되나 싶었다.

 

 

겨우겨우 물어서 왔는데, 갈림길이 또 나왔다. 이번에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어쩌나?

 

 

나를 위해서만은 절대 아니겠지만, 이렇게 오지말라고 신호를 주네. 아마도 이 길은 그저 평범한 동네길이겠지. 그래서 가끔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여기는 딱히 볼거리가 없으니 오지마시오라고 해놓은거 같다. 그런데 왠지 더 가고 싶은 이 심리는 뭘까나.

 

 

개인적인 두번째 생각이지만, 해방촌의 옛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인 세번째 생각이지만, 해방촌의 옛 모습이 아닐까 한다.

 

 

막다른 길에서 잠시 옛 해방촌을 모습을 보고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계속 내리막 길이더니 어느새 평지로 변해버렸고, 이렇게 해방촌 나들이가 끝나는건가 싶을때 만난, 해방촌 108 하늘계단. 여러 블로그와 방송에서 봤던 그 계단이다. 108 하늘계단은 1930년대 일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그 당시 호국신사로 통하는 계단이었다. 일제시대에 해방촌은 일본인들의 마을로 조성되었고, 남산에는 이들을 위한 신사까지 있었다고 한다. 해방촌에도 아픈 역사가 있었구나. 

 

 

올라가다가 만난 벽화. 이제야 벽화다운 벽화는 보는구나. 그런데 옆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보였다.

 

 

길고양이치고는 너무나 무서운 양이다. 눈도 마주쳤는데, 내가 먼저 피했다. 녀석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가, 뒷모습만 담았다.

 

 

중앙 화단에 있는 새, 나비 조형물인데, 쓰레기가 더 많이 보였다. 예술마을이라고 하는데, 쓰레기가 넘 많아서 좀 그랬다.

 

 

계단은 이렇게 2개로 되어 있고, 중앙에 화단이 있다. 계단 시작부근에는 오토바이와 쓰레기가 넘 많아서 정면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다. 반 정도 올라왔으니, 정상을 향해 다시 직진이다.

 

 

자작나무 숲이란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이화벽화마을을 가야할거 같다.

 

 

진달래란다. 해방촌은 절대 벽화마을이 아님을 다시한번 되새기자.

 

 

108계단에서 바라본 동네 모습.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변해버려서 그냥 조용히 내려왔다. 그런데 이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아까 갔던 주민센터로 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가지 않았던 그 골목이 바로 이 계단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말이다. 다 연결되어 있는 이곳을 왜 그리 검색하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다녔는지, 그냥 다녀도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큰 길만을 주장했고, 늘 차와 함께 겁을 내면서 다녔던 이 길이 바로 마을버스 길이었다. 녹사평역에서 10~12 정거장을 걸었던 것이다. 서울 시티투어버스 타고 서울 시내 구경하듯이 그냥 마을버스 타고 다닐걸.

 

 

녹사평역에서 용산중학교까지 해방촌 나들이가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딱히 뭘 봤는지 잘 모르겠다. 완벽한 수박 겉핥기였다. 다음번에는 안 갔던 골목길로만 해서 다시 다녀볼까 생각했지만, 해방촌은 예술마을이라기 보다는 삶의 터전인거 같다. 우리 동네나 한바퀴 도는게 더 나을거 같다. 더불어 감질났던 벽화는 이화벽화마을에서 하얗게 태워야겠다.

 

 

더 걸어서 숙대역까지 가려고 했지만, 나의 발길은 뒤를 돌아 남산으로 향했다. 8km 걷기 그 서막은 이제 1/3쯤 왔을 뿐이다. 이제 그만 걸어도 될텐데, 아직 나의 두 다리는 계속 걷고 싶다고 한다. 근육통이 오는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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