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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집에 갔으니, 당연히 우동을 먹어야 하는데, 자꾸만 딴짓을 해서 큰일이다. 개인적으로 우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듯 싶다. 작년에 대방어를 만났고, 올해는 맛계란에 빠졌다. 익선동에 있는 4.5평 우동집이다.

 


대방어 먹으러 또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이제야 왔다. 설마 했는데, 역시 대방어를 한다는 안내문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지난번에 놓쳤던 바지락술찜을 먹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우동집이니 우동은 무조건이다. 지난번에 매운우동을 먹었으니, 또 먹자니 아깝다. 널 보니, 참을 수가 없다. 찬바람이 불면 오뎅듬뿍 오뎅우동이라고 하니, 이거다.



요건 나올때 찍은 사진이다. 들어갔을때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안쪽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안으로 쑤욱~ 저기 끝에 보이는 문은 화장실이다. 남녀공용이며, 엄청 좁다. 화장실 문 앞에서 좌회전을 하면 안쪽 자리가 나온다. 



나를 위해 남겨둔 자리였나보다. 2인 테이블 하나만 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이블이 좁다보니, 젓가락이나 티슈 등은 저렇게 선반 위에 있다. 



점심엔  곱빼기가 무료, 아주 맘에 든다. 반찬추가는 셀프이지만, 장소가 비좁은 관계로 사람이 많을때는 직원이 갖다준다.



아하~ 그렇구나. 주로 점심때 가서, 딱히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고급밀가루, 국산천일염 그리고 정수물로만 면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은 살짝 아쉽게 면이 쫌...



메뉴판, 우동집이니 우동이 나와 있는 부분부터 봐야 하는데, 이상하게 안주부터 보게 된다. 메뉴판이 좀 다른 거 같더니, 역시 수산시장회 메뉴가 사라졌다. 대방어는 시즌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회 메뉴 자체가 없어진 듯 싶다. 그럼 아까부터 생각해 두었던, 바지락술찜으로 주문하면 되는데, 내 눈이 자꾸만 아래로 향했다. 사실 살짝 컨닝을 했다. 옆테이블에 있던 꼬마손님이 우동은 아닌데, 무언가 맛나게 먹고 있었다. 겉은 하얗고 속은 노란 무언가를, 보는 순간 맘이 바꿨다. 



사이드메뉴에도 있는 맛계란, 감동란보다 훨씬 맛있는 진짜 맛계란이란다. 사이드메뉴로 맛계란을 주문하려고 하니, 위가 오늘은 위대하게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콤한 꽈리고추까지 있는 맛계란과 꽈리고추를 주문했다. 우동은 맘 바뀌기 전에, 오뎅우동으로 당연히 곱빼기로 주문했다. 바지락술찜은 한번 더 오라는 신의 계시?



녹색이보다 더 비싸고, 양도 더 적지만, 낮술에 혼술이니 나름 엣지있게 도꾸리(6,500원)로 주문했다. 잠시 후, 직원이 디따 큰 사케 병을 들고 왔다. '잔에도 술을 따라 달라고 하면 해줄까?' 요 생각으로 인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1도 못했다. 조용히 말했더니, 아무렇지 않게 네라고 하면서, 도쿠리에도 잔뜩, 잔에도 잔뜩 따라줬다. 음... 목넘김도 부드럽고, 사케 특유의 향도 강하고 괜찮다. 녹색이보다는 확실히 있어보인다.



오~ 오호~ 오호호~ 맛계란과 꽈리고추(5,000원)다. 비주얼만으로도 감동란보다 훨씬 낫다.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빈속에 사케를 마셔서 그런가?



오뎅듬뿍 오뎅우동(6,500원). 막연하게 오뎅우동이니, 부산오뎅보다는 일본느낌이 많이 나는 오뎅이 들어 있겠지 했는데, 너무 과한 생각이었나 보다. 가격도 이천원이나 더 저렴한 매운우동을 먹을걸.



면 상태가 지난번에 비해 살짝 퍼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오뎅으로 인해 면발이 눌렸나 싶다. 사발 안에 면 곱빼기에 오뎅까지 함께 들어가려고 하니, 우동이 자신의 탱탱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중간에 놔버린 거 같다.



다 도착 했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나. 



역시나 시작은 맛계란이다. 한입에 쏙, 간장이 짜지 않고, 흰자는 야들야들했으며, 노른자는 혀와 입천장만으로 입안에서 샤르르 녹아 없어진다. 여기서 맛계란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봐 두려웠던 꽈리는 본연의 매콤함을 간직한채, 상큼한 매운맛을 선사해줬다.



4.5평 우동집은 음식의 간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 더불어 단맛도 강하지 않아서 좋다. 살짝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무언가를 추가하고 싶지는 않다. 가끔은 건강을 생각해서 슴슴하게 먹는게 좋으니깐.



맛계란에 빠져 우동을 멀리했다고 해도, 어설픈 탱탱함에 불어버린 면발이다. 앞으로 우동은 무조건 매운우동만 먹어야겠다.



잘 먹었다고 해야 하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생겼다. 왼쪽에 보이는 작은 하얀점은 숟가락에서 떨어져 나온거다. 처음에는 이빠진 숟가락을 준거라 생각해서, 다른 숟가락을 바꿨더니 글쎄 국물 속에서 동동동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우동 그릇과 간장 종지도 모두다 이가 빠진 상태다. 사기그릇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빠진 그릇은 좀 불편했다. 숟가락에서 빠진 이를 찾았는데, 저거 하나뿐일까 싶어, 그릇채 국물을 마시지 못하고 예의주시하면서 숟가락을 이용해 먹었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있는 우동보다는 사기그릇이 훨씬 좋지만, 이빠진 그릇은 좀 아닌 거 같다.


아직 바지락술찜을 못 먹었는데, 다음에 또 갈 수 있을까? 맛계란이 워낙에 훌륭해서 또 가야지 했다가, 국물 속에 숨어 있던 숟가락 잔해를 발견하고 나니, 지금은 반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계란과 꽈리고추는 참 좋았는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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