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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구경은 그만, 이제는 먹자. 우선 목부터 촉촉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밀밭양조장으로 항했다. 1913송정역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곳이기도 하고, 방송으로만 보다 직접 와서 보니 독특한 외관이 더 눈길을 끌었다.

 

낮술에 혼술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들과 함께...

 

세련미는 없는데, 이상하게 포근하고 좋다. 술이 술술 들어갈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밀밭양조장은 다섯가지 수제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가 있다. 이거 참 괜찮네 했지만, 곧 다른 곳을 가야 하니 가볍게 한잔만 하기로 하고 흑맥주인 둔켈을 주문했다.

 

국수를 튀긴 거 같은 기본안주와 함께 나온 흑맥주(6,000원). 

 

흑맥주인데 많이 연해 보인다. 색상만큼이나 맛도 많이 연하다. 중간정도의 바디감이라고 하던데,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다. 묵직한 맥주를 좋아한다고 하니, 여기는 흑맥주보다는 에일맥주가 그렇단다. 그런데 문제는 에일맥주를 싫어한다. 영화도 그렇더니, 역시 기대를 하면 안되나보다. 맥주 한잔을 끝으로 일어났다. 

 

안주없이 술을 마셨으니, 이번에는 안주를 먹을차례. 국수와 튀김 그리고 계란밥 중에서 골라야지 했는데, 왜 여기에 꽂혔는지 모르겠다. 

 

족발도 잘 못 먹으면서, 독일식 족발인 학센을 먹고 싶어하다니, 아무래도 실패하기로 맘을 먹었던 거 같다. 아니면 또 오라는 신의 계시였는지도... 

 

주방에서는 사람 소리가 나는데, 혼자서 5분을 넘게 기다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신이 나에게 준 테스트인 듯 싶다. 여기는 니 취향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빨리 가~ 눈치를 채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때서야 주방에서 주인장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나갔어야 했는데, 엄청 후회가 된다. 신은 이렇게 말할 거 같다. "난 너에게 기회를 줬다. 이번에는 니가 안나간거야. 내 탓하지마."

 

혼자서 학센을 다 먹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부어스트만 먹을 수도 없고, 다행히 둘다 먹을 수 있는 브런치 메뉴가 있다. 학센은 독일식 족발, 부어스트는 독일식 소시지를 말한다. 오리지널은 학센이 원래 형태로 나오고, 핫스파이시와 소이소스는 학센을 탕수육처럼 튀겨서 나온단다. 흐물흐물거리는 껍질을 그냥 먹는거보다는 바삭하게 튀겨서 먹으면 더 좋을 듯 싶어, 핫스파이시 학센 브런치(7,000원)로 주문했다. 

 

할라피뇨와 피클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 등장. 

 

잠시 후 나온 핫스파이시 학센 브런치. 음...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니다. 딱보면 볶음밥에 샐러드 그리고 쏘야같다. 

 

가운데 보이는 튀김같은 게 바로 학센이다. 딱봐도 탕수육이다. 맛이라도 좋았다면 그나마 참고 먹었을텐데, 미세하지만 누린내가 느껴진다. 두툼한 튀김으로 인해 이게 족발인지 그냥 돼지고기인지 모르겠다. 음식에 대한 설명도 듣고, 묻고 또 묻어서 주문했는데, 내 머리는 자꾸만 이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아까 나갈 수 있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맞은편에 마라탕을 하는 수향이 보였는데, 거기로 갔어야 했나보다. 

 

그나마 좋은 점은 볶음밥. 

 

볶음밥 위에 쏘야(부어스트)를 올려서 먹었다.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도 싫어하지만, 맛없는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르면 진짜 왕 짜증이 난다. 이번에는 진짜 맛있는 걸 먹어야지 하고 나왔는데, 어이구야. 배가 빵빵하다. 간단하게 고로케와 오뎅을 먹을까? 아니면 국수로 입가심을 할까? 아니면 달달한 양갱이로 디저트 타임을? 뭐 먹지 고민만 30여분을 했던 거 같다. 고민과 더불어 빵빵해진 배가 홀쭉해지도록 빠르게 움직였건만, 끝내 다른 먹거리는 먹지 못했다. 여기에 얼마남지 않은 기차시간까지,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광주송정역으로 왔다.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이니, 신에게 욕하지 말고, 한번 더 오라는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번에는 국수집 비교와 함께 계란밥에 마라탕 그리고 무등산 비빔밥을 먹고, 건생선까지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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