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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서 알았다. 여기는 짬뽕이 아니라 유니짜장을 먹어야 한다는 걸. 방송에 나왔다고 그대로 따라하는 따라쟁이가 아니기에, 내가 원하는 걸 먹었다. 하지만 첫숟갈에서 엄청 후회했다. 이건 음식이 아니라 고통이었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신도림)에 있는 신승반점이다.



요즘 백화점에 가면, 유명했었는데 방송에 나와 더 유명해진 식당들이 입점을 많이 했다. 본점에 가서 먹어야 하지만, 인천까지 가기도 귀찮고, 급 해장이 필요해, 그냥 여기서 먹기로 했다. 왼쪽에는 신승반점과 찬장이라는 밥집, 오른쪽에는 남산돈까스와 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한국집이 있다. 취향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해장이라서 신승반점으로 갔다. 



백화점에 있는 식당인데, 브레이크타임이 있다. 오후 3시부터 4시30분?, 5시? 암튼 이 시간을 피해서 가는게 좋을 거 같다. 



수요00회에 나왔다고 한다. 방송에 나온 건 알았는데, 어떤 음식으로 나왔는지는 지금 알았다. 계란후라이가 올려진 유니짜장면으로 나왔단다. 작년 부산여행때 먹었던 유니짜장면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으니, 알았더라도 안 먹었을 거 같다. 주제가 해장이니, 선택은 쉽다. 짬뽕. 그런데 메뉴판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냥 짬뽕에는 고추가 한개, 고추짬뽕에는 고추가 4개다. 가격은 500원차이, 굴짬뽕이 아니니 좀 더 매운걸로 먹기로 했다.



중국집 밑반찬 삼총사, 아주 얇게 슬라이스 된 단무지, 춘장, 양파. 그리고 보이차? 보리차? 또 모르겠다.



고추짬뽕(8,500원)을 받자마자, 에취~ 고추향이 장난이 아니다. 신길동에 있다는 엄청 매운 짬뽕보다는 약하겠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주문을 잘 못 한 거 같다.



영등포에 있는 송죽장 고추짬뽕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거기는 청양고추라서 매웠는데, 여기는 태국고추라서 무섭다.



으~ 진한 빨강국물에 고추가 서너개 아니 느무 많다. 살기가 느껴진다. 여기까지 사진을 찍고 젓가락을 들었다. 매운 맛이 더 강해지기 전에 고추부터 꺼냈다. 비주얼과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아니 도가 지나칠 정도고 매웠기 때문이다. 



오호라~ 이런 반전이. 커다란 새우가 2마리나 들어있다. 저 새우를 어떻게 먹었을까? 원래는 대가리부분을 떼고 난 후, 몸통에서 꼬리까지 있는 껍질은 손가락을 이용해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미리 까놓고 면과 국물을 먹었더라면 가능했을텐데, 너무 늦었다. 국물을 한숟갈 먹자마자, 나도 모르게 껍질채 새우를 씹었다. 단무지로는 해결이 안되는 매운맛을 새우가 대신해줬기 때문이다. 왜 커다란 새우가 2마리나 들어있는지 알겠다.



엄청 매워보이지만, 해장을 해야하기에, 용기를 내 국물 먼저 먹었다. 들어가는 순간부터 목젓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빈속에 소주를 완샷했을때 오는 느낌과 비슷한 거 같지만, 이건 아프다. 해장이 되는게 아니라, 해장이 야반도주를 하는 맛이다. 아무래도 난 신길동 그 짬뽕은 절대 먹지 못할 거 같다.



짬뽕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좋다고 하던데, 혹시 매운맛이 덜 날까? 전혀 아니올씨다. 식초를 넣으면 느끼한 맛이 사라지고 좋아진다고 하지만, 매운맛 앞에 신맛은 그냥 KO.



면은 일반 짬뽕에 비해 살짝 가늘어 보이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고추부터 건져내야 해서 정신이 없다. 국물은 매웠지만, 면은 하얀부분이 보이니 괜찮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돼지고기에 오징어에 대형새우에 작은 새우까지 내용물은 참 훌륭했다. 원래는 국물을 적셔서 촉촉한 느낌을 줘야 맛나보이는데, 안된다. 이건 매트하게 먹어야 한다. 면음식이니, 당연히 면치기를 해야 한다. 중간에 끊지 않고 쭈욱~ 흡입을 해야 하는데, 불가능이다. 입 안에 들어온 걸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중간에 끊어야 한다. 안그러면, 재채기와 함께 볼상사나운 꼴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입 먹고 단무지 먹고, 한입 먹고 새우대가리 빨고, 한입 먹고 껍질채 새우몸통 먹고, 가끔 용기를 내서 국물을 먹었다가 혀에 단무지를 올려놓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아니, 이렇게 많은 고추가~ 이게 뭐가 맵다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먹었던 음식 중 매운닭발 다음으로 매웠다.


짬뽕을 먹는 진정한 이유인 국물은 남겨야만 했다. 이후 야반도주한 해장대신 속쓰림이 찾아와, 생크림케익에, 치즈케익에, 코코아에, 초콜릿까지 남은 하루동안 달달한 먹거리로 진화를 했지만, 속쓰림은 다음날 아침에야 해결이 됐다. 당분간 짬뽕은 굴짬뽕만 먹어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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