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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플렉스 영화관이 생기기 전,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종로로 가야만 했다.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종로3가에 있는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다. 지금처럼 온라인 예매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현장에서 예매를 해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바로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흥행작일 경우 매진으로 인해 플랜B가 필요했다. 


플랜B는 명보, 스카라, 대한극장이 있는 을지로, 아세아,허리우드 극장이 있는 종로2가였다.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매진에 대한 불안감땜에 언제나 가도 바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아세아와 스카라 극장을 많이 선호했다. 지금은 없어진 아세아와 스카라 극장, 솔직히 시설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매진이 안됐던 게 아닐까 싶다. 아세아 극장은 세운상가 내에 있었다. 



전자제품에 호기심이 많아,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세운상가에 가거나, 컬러풀하고 시원시원한 잡지와 왕성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비디오를 구하기 위해 세운상가에 간 적은 없다. 만약 남자였다면, 제 집 드나들 듯 갔을지도... 오직 영화때문이었다. 영화 관람과 함께 다양한 전자제품 구경은 덤이긴 했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쓱 보기만 하고 지나쳤다. 암튼 내 기억 속 세운상가는 아세아극장이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극장이 여기저기 생기고 난 후, 아세아 극장과 세운상가는 추억이 됐다.


나만 그랬던 거 아니었나 보다. 한때는 전자제품의 메카였던 세운상가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고,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굳이 세운상가까지 갈 필요가 없어지면서, 서서히 몰락을 했다. 전자제품도 그렇지만, 비공식적으로 세운상가에 가야만 구할 수 있었던 그것,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역적(?)의 등장으로 세운상가는 더 빠르게 몰락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세운상가인 거 같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병은 죽지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옛 명성을 다시 되찾기 위해 세운상가가 탈바꿈을 한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으로 4차산업혁명의 메카이자, 청년들을 위한 스타트업 거점 공간으로 재탄생을 한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세운상가 일대 총 44만㎡가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융합 및 협업을 통해 제조업 기반 4차산업혁명을 이끌 전략적 거점으로 거듭난다. 즉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다시 걷는 세운으로, 산업적 잠재력과 청년의 창의성을 결합해 다시 찾는 세운으로, 함께 한 주민들이 지역활성화를 주도하는 다시 웃는 세운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운상가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벌써 50년이나 됐단다. 한때는 종로의 중심이자, 서울의 중심이었을텐데, 지금은 잠시 주춤하지만, 다시 세운으로 서울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다시·세운 프로젝트 전략기관 개소식 및 세운4구역 국제지명 현상설계 공모 발표식에 참석을 했다. 15년 만인가? 세운상가에 처음 온 듯, 엄청 낯설었지만, 곧 옛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 지었다. '맞네 맞아 저쯤에 아세아 극장이 있었고, 별로 달라진게 없네'하면서 발표식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생각해보니, 세운상가는 아세아극장만 다녔기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오늘에야 알았다. 세운상가가 주상복합 건물이었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여기가 주거지였나보다.



3월이면 봄인데, 하필 어제 비가 와서 한파가 다시 찾아 온 듯 싶다. 더구나 옥상이니 바람이 바람이 칼이다. 



많이 춥긴 했으나, 흔치 않은 기회라서 행사 전에 잠시 딴짓 중. 오호~ 생각보다 전망이 꽤 좋다. 저기 광장시장이 보이고, 청계천에 동대문까지, 아무래도 저층건물이 많아서 그런 듯 싶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일본식 근대 가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던데, 북촌 한옥마을로의 나들이도 좋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저곳이 아닐까 싶다. 



북한산 또는 도봉산, 둘 중에 하나는 확실하다. 옥상에 전망대가 있는 쉼터(세운옥상)가 생긴다고 하던데, 어떤 모습을 바뀔지 궁금하다. 더불어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던 공중보행교(세운~청계광장)가 부활한다. 지하에는 공사 중 발견된 조선시대 중부관아터와 유적을 현지보존방식으로 전시하는 한양도성 내 최초 전시관도 조성된다고 한다.



박원순시장은 서울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세운상가가 그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시민의 꿈을 이루는게 시장의 꿈이라면서, 없어질뻔한 세운상가를 지켜냈으며, 4차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곳은 세운4구역으로 그동안 재개발보다는 철거가 우선시 되었다. 맞은편에 종묘가 있어 역사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견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주민 갈등도 심화됐다. 300회가 넘는 주민 간담회와 문화재위원회 심의 5년, 정책자문단 회의 60회 등을 거친 논의와 설득 끝에 지역과 주민을 존중하는 창의적 설계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세운4구역 국제지명 현상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인 "서울세운그라운즈(Seoul Gewoon Grrounds)"다. 2021년에 착공해, 2023년이 준공 목표라고 하니, 주거와 상업, 문화가 연결된 하나의 메이커시티, 세운상가가 됐으면 좋겠다.



기자단 질의응답을 끝으로 1부 행사 종료. 이어서 박원순시장과 함께 하는 프레스 투어가 진행됐다. 서울미디어메이트만 가는 줄 알았는데, 모든 기자단이 일제히 움직이는 바람에 취재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시장님이 나오는 사진은 뉴스검색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아세아 상가 3층에 있는 세운 SE: CLOUD.



이 곳은 기술과 청년, 사회가 만나는 공간으로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청년과 소셜벤처를 발굴 지원하는 곳이다. 사회적 경제의 생산력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 산업 및 역량 있는 청년혁신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들 듯, 장소가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세봇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세운상가의 가치와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세운상가의 명성을 되찾고 더 나아가 서울의 중심에서 세계의 중심까지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는 명소가 되길 염원하는 작품이다. 세운상가의 주 에너지원인 장인들의 기술력과 세운상가를 즐겨 찾는 예술가들의 상상력, 그리고 3D프린팅 기술력을 융합시켜 탄생했다. 요거요거 명물이 될 듯 싶다.



세운상가 지하에 버려졌던 보일러실이 세운 메이커스 라운지로 변신했다. 다 없애고 새롭게 만들어도 됐을텐데, 보일러실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채 리뉴얼을 했다. 이 곳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메이커 교육과 시제품 및 창작품 제작 그리고 제품 및 로봇공예 작품을 전시하는 워크숍 작품 전시실로 활용한다고 한다. 앞으로 일반인에게도 무료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세운상가에 가면 지하 보일러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코스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3D프린팅, 신소재, 자율주행자, 스마트기기, 바이오, 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의료기기, 스마트시티 등 제조산업의 인프라로 세운상가가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다시 걷고, 다시 찾고, 다시 웃을 수 있는 세운상가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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