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정의는 살아 있다고 믿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았던 나, 그런데 너무나 몰랐던 나... 너무 어렸기에, 그들의 아픔을 이제서야 알게 된 나. 참, 부끄럽다. 그때는 몰랐더라도 조금만 일찍 이 사건을 알았더라면, 그를 조금은 더 좋았했을텐데 말이다. 영화 시작에 분명히 역사적인 사건을 토대로 만들었지만, 허구라고 자막으로 친절히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자꾸만 누군가가 오버랩이 되는건 나만은 아니겠지. 그리고 오래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왜 현재진행형처럼 느껴질까?
천만 관객을 기원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내 느낌을 몇자 적자면...
1. 아팠다.
2. 정말 아프다.
3. 계속 아플거 같다.
변호인의 역사적 사건은 1981년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이다. 부림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두산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정보)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다 사라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아픔이 나에게 전이되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의 끝이 왠지 끝이 아닌거 같았다. 정말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는지, 그 시대를 살았던 나는 왜 몰랐는지... 그래 너무 어려서 아직 세상을 알기에 너무 어려서 그래서 광주의 일도, 부산의 일도 몰랐다고 해두자. 광주의 일은 모래시계를 통해, 그리고 부산의 일은 이이제이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로 듣는 것보다 이렇게 영상으로 보니, 나의 무지가 참 부끄럽다.
송유석 변호사 역을 한 배우 송강호. 역시 송강호다. 영화 처음은 그저 돈만 벌면 되는, 나라가 어떻게 되더라고 나만 잘 사면 되는, 지금의 나와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다 신세진 국밥집 아들의 아픔을 본 후 그는 변한다. 그리고 끝내 굴복하지 않고, 헤쳐나간다. 역시 송강호다.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는지, 법정에서 곽도원과의 심문에서 그의 핏발 선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묵은 빚은 얼굴과 발로 갚아야 하는기다",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내 좀 도와도..." 눈물이 안 날 수 없더군. 돼지국밥 못 먹는데, 부추 잔뜩 넣고 먹어봐야 하나. 그녀의 아픔은 우리 어머니들의 아픔이기에, 그녀의 연기가 이렇게 내 가슴을 후벼 팠는지 모르겠다. 새삼 다시한번 느끼는 거지만,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몰랐다. 그저 꽃미남 배우로만 생각했는데, 이젠 연기파 배우라고 해도 될 듯 싶다. 여린 대학생이 고문으로 하지도 않았던 일을 자백하는데, 그 자백까지 정말 영화이니깐 그저 보기만 하는 영화인데도 아팠는데, 직접 그 곳에 있던 그 분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영화 볼땐 눈물이 조금 났는데, 왜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이렇게 눈물이 나지...)
이렇게 행복했던 그들이 단지,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건가? 그들도 그들 나름의 정당한 이유는 있었겠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다. 그들의 정당화를 위해 힘없는 우리들을 이렇게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기 때문이다.
힘도 없고, 용기도 없는 그... 왜 내 모습 같을까?!
그리고 또 한명, 양심선언을 했던 윤중위는 어떻게 되었을까? 헌병대에 끌려간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죽이지는 않았겠지. 그래도 모진 고문을 당했을거 같다. 그가 봤던 그대로 그가 당했을거 같다.
뭉클하고, 짠하고 벅찬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하고 싶은데, 왠지 뒷 맛이 개운하지 않다. 그리고 영화 첫부분에 나왔던 그 자막, '허구'라는 그 단어가 왜 이리 아프게 느껴질까? 그래 영화는 허구가 맞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을 재조명했다고 하면 안 됐을까? 굳이 허구라고 해야 했을까? 아마도 그들도 이 사건이 완결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고 느껴서 그런건가? 정말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될 것이다.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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