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땐 주문을 외워보자~ 관세음보살!!!
테러를 막기위해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었다. 뉴욕시내의 모든 이들을 다 사찰하는 엄창난 기계로 인해 911같은 테러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 그런데 그 기계를 차지하기 위한 엄청난 음모에, 기계보다 더 진화한 기계까지 만들어 낸다. 그리하여 선거를 조작하고, 내 앞길을 막는 사람이 있다면 서류 등을 조작해 테러범으로 만들어 죽인다. 이상은 미드인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의 간략 줄거리이다.
현재 시즌4까지 나온 이 드라마를 몰아서 보느라,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즌당 22 ~ 23편의 에피소드가 있다. 시즌4까지 나왔으니 88 ~ 92편을 봐야 한다. 벌써 일주일째, 낮에는 몰래몰래 쪽잠을 자고, 퇴근 후 집에 오면 여명이 보일때까지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면서 보고 있다. 한번 빠지면 앞뒤 안보는 성격이 참 나쁘지만,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기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날 새벽 3시쯤.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놓친 부분을 되돌려 놓고, 기지개를 펴면서 잠을 쫓았다. 어느정도 잠이 달아 난 거 같기에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할까하고 재생버튼을 터치하려는데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똑똑똑, 똑똑. 분명 노크소리인데, 내 방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윗집,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치고는 너무 또렷하다. 뭐지하고 있는데, 곧바로 우리집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딩동~ 딩동~~ "어랏,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우리집 구조상 내방은 현관문에서 가장 먼 곳에 있다. 여기까지 들려오는 소리라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무시는 엄마가 먼저 알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열어주겠지'라고는 다시 드라마에 빠졌다. 그런데 엄마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와 함께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방 안에 엄청난 냉기가 흐르더니, 소름이 돋았다. "이거 혹시 도둑?"
그리고 또 들려오는 노크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둑이 맞는 거 같다. "아~ 어떡하지. 지금 문을 부수고 들어올 거 같은데 어떡하지." 음소거 상태로 드라마는 계속 플레이 되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저 멀리 있는 현관에 쏠렸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어 있었는데, 도저히 이상태로는 잠도 못 잘거 같고, 드라마도 못 볼 거 같기에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발 한발 발소리를 죽이면서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막상 근처에 가니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문밖에 누군가가 있는 거 같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현관문에 달려있는 작은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볼까? 아냐. 정말 누군가 있으면 어떡해. 그럼 인터폰으로 밖을 확인할까?'
나는 인터폰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곳에 서있었고, 현관문까지는 몇 발자국 더 걸어가야 했다. 바로 인터폰을 들고 현관버튼만 누르면 밖의 상황을 볼 수 있는데,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무서웠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무섭게 우리집을 쳐다보고 있을 수 있다 생각, 그게 나의 모든 신경을 마비시켰다. 이와 반대로 정말 그런지 호기심이라는 녀석이 불쑥 튀어나왔다.
호기심 왈, "인터폰 들어. 너 궁금하면 못참는 성격이잖아. 만약 누군가 있다면, 신고하면 되잖아. 그리고 너 이거 확인 안하면 드라마도 못보고 이불 속에서 벌벌 떨고 있을걸."
무서움 왈, "그러지 마. 현관문은 단단히 잠갔으니깐, 도둑도 포기하고 갈거야. 니가 지금 인터폰을 들고 도독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넌 보복을 당할 수 있어."
분명 누가 밖에 있는데, 정말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데 얼음이 되어 버린 나는 인터폰을 잡을 수 없었고, 현관문쪽으로 걸어갈 수도 없었다. 내가 한 행동은 고작, 다시 발소리를 죽이면서 내 방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온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 속에서 덜덜 떨어야만 했다.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말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알람 소리에 일어났고, 잠긴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에게 새벽(3시)에 무슨 소리 못 들었냐고 물어볼까 했지만, 너 그때까지 잠 안자고 뭐 했냐는 핀잔을 들을 거 같아 포기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분명 노크에 초인종 그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현관문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나만 그 소리를 들었다는게 이상했다. 잠귀가 밝은 엄마가 그걸 놓칠리 없다. 아무래도 지금 보고 있는 미드때문이다. 사찰, 감시 그리고 총질에 살인까지 드라마에 너무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그런 환청이 들렸던 거 같다. 더불어 며칠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기에, 더 그랬던 듯 싶다.
그날 이후 하루에 4편으로 제한을 주고 있다. 새벽 1시를 넘기지 않도록 하면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있다. 종점까지 가려면 아직 좀 남아있지만, 그래도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호기심때문에 현관밖 상황을 봤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연쇄살인범같은 이가 씩 웃으면서 날 보고 있었을까? 아니면 개꿈이었을까?
'이 바보야, 그러게 내가 확인하랬잖아' 하면서 호기심이 핀잔을 주고 있다. 진짜 확인해볼걸, 그게 뭐가 무섭다고 덜덜 떨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무서움이 호기심을 이길 거 같다.
아참, 방문은 왜 잠갔을까? 나만 살기 위해서... 아니다. 도둑이 들어올 경우 112에 전화하려면 시간을 벌어놔야 하니깐. 그런데 방문이라는 게 발길질 한번으로 바로 열 수 있는, 지극히 보안에 약한 문인데 그때는 나뭇잎이라고 잡고 싶었나보다.
앞으로는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라는 말 못하겠다. 그냥 무서움에 벌벌 떠는 겁 많은 인간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밤에는 딴짓하지 말고, 잠을 자야 한다.
'토닥토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년 여름에 왔던 감기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18) | 2017.07.05 |
---|---|
소신이냐 체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7) | 2017.05.23 |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12) | 2017.05.10 |
아줌마라고 불러다오~ (24) | 2017.03.16 |
양수리 봉주르여~ 안녕!! (18) | 2016.08.09 |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그 이름~ "배추전" (32) | 2016.02.06 |
Good-Bye 2015!!! 그리고 9라는 숫자!!! (40) | 2015.12.31 |
노래하는 할아버지 - 버스 안에서... (32) | 2015.12.22 |
그녀들의 이야기 – 카페에서... (22) | 2015.12.14 |
냄비 밥은 엄마의 사랑!! (38) | 2015.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