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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는 혐오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겁나 좋아하는 닭발. 그러나 모든 닭발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까칠인답게, 아무 닭발이나 막 먹지 않는다. 첫번째, 뼈가 있어야 한다. 닭발은 오도독 연골을 끊어 먹어야 제맛인데, 왜 굳이 수고스럽게 뼈를 제거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닭발은 참 민주적이다. 뼈 있는, 뼈 없는, 둘다 있으니 말이다.


두번째, 국물이 없어야 한다. 그럼 자박자박한 국물은 그것도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물이 있으면, 닭발과 양념이 입안에서 따로 놀기 때문이다. 닭발을 좋아하긴 하지만, 혐오했던 과거가 남아 있기에, 입 안에 넣었을때 양념은 사라지고 발만 남았을때 느껴지는 촉감이 싫다. 그러므로 메말라 있어야 한다. 


셋째,  무조건 직화로 구워야 한다. 그래야만 조금의 국물도 없이, 거칠고 강한 매운 양념만 남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닭발이다. 이 기준에 따라, 흥건한 국물이 넘실대는 닭발은 절대 안 먹는다. 그래서 한신포차 닭발을 싫어한다. 


완벽하게 메마른 닭발에서 국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수분감이 살아있는 닭발로 한걸음 나아갔지만, 흥건한 국물은 아직까지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적어도 3~4년 후에나 국물닭발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날이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후배 어머님이 하는 식당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국물닭발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황확동 서울중앙시장에 있는 막줄래곱창, 후배 어머님이 하는 곳이다. 곱창과 막창대신 애기보만 잔뜩 먹고 왔던 그날. 지나가는 말로, 어머님이 해주신 매운갈비찜이나 닭도리탕이 먹고 싶다고 했었다.


"엄마가 언니오면 닭도리탕 해준대요. 언제쯤 오실래요?"

지난번에 어머님의 손맛을 확실히 느끼고 왔기에, 연락을 받자마자 주말에 다시 가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생각해보니, 후배가 했던 그 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됐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 


"엄마는 지금 장보러 가셨군요. 곧 있으면 오실거에요. 울 엄마 닭도리탕 진짜 맛있어요. 그런데 언니, 닭도리탕에 닭발을 같이 넣어도 되죠."

여기서 잠깐, 후배가 했던 닭발을 같이 넣어도.. '닭 한마리에 닭발은 2개이니, 난 고기만 골라 먹어야지.' 그런데 진짜 몰랐다. 후배는 나에게 미끼(?)를 던졌고, 난 그것도 모르고 확 물어버렸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서울중앙시장에 닭부산물 코너가 있으며, 닭발만 파는 가게가 많다는 걸, 직접 눈으로 봤는데도 순간적으로 그걸 놓쳤다.


닭도리탕이 익을때까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며,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다. 납작한 냄비 위에 뻘건 소스가 잔뜩, 냄새는 어찌나 강렬하고 좋던지, 냄새만으로도 그 맛이 충분히 느껴진다. 두둥두둥두둥~ 희미하게 보였던 냄비 속 실체가 점점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할즈음, 급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했다. 왜냐하면 후배는 다른 손님이 주문한 곱창을 굽고 있기에 어머님이 직접 갖다 주셨기 때문이다. '아니, 분명히 닭도리탕이라고 했는데, 이건 국물닭발이잖아.'


아니다. 닭발이 많을뿐, 자세히 보면 닭도리탕이 맞다. 막 뒤적거릴 수가 없어, 눈으로만 재빨리 스캔을 했지만, 닭발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닭도리탕에서 저는 닭발""먹어요. 원래는 닭도리탕에 닭발이 안 들어가지만, 어차피 언니랑 나랑 엄마랑 먹을거니깐, 닭발을 넣어도 괜찮죠." 

그저 닭도리탕을 먹는다는 기대감으로, 후배의 말을 넘 띄엄띄엄 들었나 보다. 닭발만... 닭발만... 아하~ 그 실체가 이거였구나.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후배랑 같이 먹을거니깐, 난 고기만 골라먹고, 발은 녀석에게 다 주면 된다. 그런데 하늘은 내편이 아닌가보다. 엄마를 대신해 주말은 후배가 불판을 책임진다. 밀려드는 주문에 주방에서 나오지 못하니, 그럼 여기서 혼밥을 해야 하나 싶을때, 맞은편에 어머님이 앉으셨다. 


'어머님도 식사를 안하셨으니 같이 먹어야 하는게 맞는거고, 혼밥보다는 같이 먹으면 더 맛나게 먹을 수 있을테니깐 좋아해야 하는데, 음... 음... 음...'


난 고기만 먹고, 발은 후배를 준다는 알퍅한 계획이 처참히 무너졌다. 맛이 어떠냐는 물음에 완전 맛있어요라고 했다(진짜 맛있었다. 레알~). 곧이어 닭발과 함께 먹어보라는 말씀에 "제가 국물닭발을 싫어합니다"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별의별 생각이 지나갔지만, 결국 닭발 하나를 집어 앞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면 맛없는데 맛있는 척 한다고 생각할까봐, 내내 미소를 보이면서 먹었다.


역시 입안에 들어오니, 국물로 인해 양념이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양념옷을 다 뺏긴 닭발만 입 안에서 겉돌고 있다. 이 상태로 발골작업까지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완벽하게 발골작업을 마쳤다. 녹색이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정말 오래 아니 처음으로 닭발 본연의 맛을 본 거 같다. 어렵게 하나를 성공했더니, 어머님이 하나 더 먹어보란다. 아하하~~


여전히 후배는 곱창과 막창을 굽고 있고, 나와 어머님의 둘만의 식사는 계속됐다. 

"맛있나 보네, 더 갖다줄까?"

"네, 완전 맛있어요." (마음의 소리)' 이번에는 닭고기로만 갖다 주세요.'

하지만, 세상은 내 맘과 같지 않는 법. 좀 전보다 닭발은 훨씬 더 많아졌고, 그에 비해 닭고기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머님을 실망시켜드리면 안될 거 같아서, 다시 또 닭발을 집었다.  


닭발과의 사투는 후배의 등장과 동시에 끝이 났다. 어머님과의 교대 후, 그녀는 게눈 감추 듯, 닭발만을 공략했다. 그리고 절대 없어지지 않을 거 같았던 닭발은 그녀로 인해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동안 스트레스로 해소를 위해 나를 웃게했던 닭발이었는데, 이번에는 쫌 밉다. 직화닭발은 괜찮은데, 국물닭발은 아직까지는 무리다. "어머님, 다음에는 발없이 고기만 넣어서 닭도리탕 만들어 주세요.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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