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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굴짬뽕을 하는데 어디 없나? 감기 약보다 더 좋을 거 같은데...

그 시작은 더위였어~

7월이면, 내 몸에서는 이상 반응이 일어난다. 저질체력이긴 하지만, 자랑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 건강체질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겨울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않아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 버텨낸다. 아토피가 있긴 하지만, 발병 원인을 아는지라 잘 관리하면 별 문제없이 지나간다. 장이 좀 예민하지만, 그런대로 긴장만 하지 않으면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일이 없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더위였다. "더위 먹다"라는 말이 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소하지만 갖고 있는 잔병이 많은데 굳이 더위까지 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해 7월도 참 많이 더웠다. 밖에 있으면 덥고, 안에 있으면 성능 좋은 에어컨으로 인해 추웠다. 버스나 지하철도 냉방을 빵빵하게 해서 몸이 얼 정도로 추웠는데, 밖으로 나오면 언제 그랬냐듯이 다시 땀이 났다. 추웠다 더웠다, 더웠다 추웠다를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생체리듬이 깨졌고 그로 인해 굳이 안 먹어도 되는 더위를 먹고야 말았다.


감기랑은 너무나 달랐다. 차라리 감기처럼 오한에 몸살이라면 좋을텐데, 이건 티가 안난다. 두통이 좀 심한 거 같고, 입맛이 떨어지고, 기력이 딸리는 정도랄까? 병가는 내기에는 참 많이 부족했다. 아픈 사람처럼 핏기 하나없는 얼굴이지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할 정도는 아니라서, 추위와 더위를 왔다갔다하면서 그렇게 그해 여름을 보냈다. 그나마 좋았던 건, 입맛이 뚝 떨어져서 먹은둥 마는둥 했더니 살이 쪼옥 빠졌다.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니, 더위를 먹어도 나쁘지 않겠구나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일년이 지나고 다시 7월이 왔다. 연중행사도 아닌데, 공포영화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처럼 또 다시 더위를 먹었다. 



추어탕도 좋은데, 남원까지 갈 힘이 없다. 택배주문을 해볼까?

미련곰탱이!

더위를 먹었던 그해, 병원에 갔서 제대로 치료를 받았더라면 반복되지 않았을까? 습관이나 버릇은 아닌 거 같은데, 병원에 가거나 약 먹는 걸 무지 싫어한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을때 가는 곳이 병원이지, 감기는 병원보다는 싸움을 선택한다. 싸움이라면, 내 몸에 침투한 감기 바이러스를 약이나 주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맨몸으로 상대하게 한다.


감기에 걸리면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다른때보다 꾸역꾸역 더 잘먹고, 더 잘 자려고 노력한다. 충분한 휴식도 취해준다.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움을 직접 볼 수가 없으니, 후방에서 지원만 해준다. 이 방법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고생을 하면, 몸 안에서 항체가 생기는지 감기에 또 걸리는 일이 없다.


미련해도 이 방법을 쓰고 있는데, 1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있나보다. 그래도 그해 7월과 그 다음해 7월, 딱 2년동안 더위를 먹고 난 후, 맛대가리 없는 더위는 두번다시 안 먹게 됐다. 



화끈한 고추짬뽕이라면, 감기가 놀라서 도망가겠지.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

한동안 찾아오지 않던 먹는 더위가 여름감기라는 다른 이름으로 작년 여름에 왔다. 지하철 냉방시설이 이렇게나 잘 되어 있는지 몰랐다. 극심한 더위였지만, 지하철을 타면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그런데 환승을 위해 내려야 했고, 다른 지하철로 갈아탈때까지 5~7분은 열탕, 지하철을 타면 10~30분은 냉탕, 이걸 2번씩 반복하다보니 개도 안걸린다는 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역시나 미련곰탱이처럼 약대신 잘 먹고, 푹 쉬고, 잘 자고 방법을 시행했다. 그런데 목이 너무 아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목감기는 약의 도움을 받았다. 작년 7월에 여름감기가 찾아왔고, 8월 말이 되어서야 감기가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병원에 가라, 약을 먹어라, 병원에 안 가는건 쓸데없는 고집이다 등등 핀잔도 참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한번 고생하면 일년을 버틸 수 있다는 나만의 떵고집으로 버텼다.


그런데 겨울감기와 달리 여름감기는 너무 어려운 상대다. 겨울 감기는 그저 몸을 따뜻하게 하면 되는데, 여름감기는 몸을 따뜻하게 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하다간 온 몸에 땀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이니 남들처럼 똑같이 더위를 느낀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거나, 시원한 곳에 가면 오한이 온다. 안하면 덥고, 하면 춥고, 진퇴양난이다.


그래도 병원에 안 갔다. 대신 얇은 가디건을 준비했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직방으로 얼굴에 오지 않게 했다. 핸디형 선풍기가 있었는데, 코와 입을 제외한 부위에만 바람이 가도록 했다. 병원에 갔다면, 일주일내에 해결될 수 있을테지만, 더디더라도 약의 도움없이 감기를 해결하고 싶었다. 총 소요기간이 2개월이니, 누가봐도 미련한 짓인데, 이로인해 작년 겨울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 보냈다.



이번에는 병원에 갈까나?

그해 먹은 더위처럼, 어김없이 이번에도 여름감기가 찾아왔다. 6월 마지막주부터 목이 간질간질하고 코가 좀 막힌다 싶더니, 코감기에 된통 걸렸다. 그나마 다행은 몸살이나 오한은 없다. 음식 맛을 느낄 수 없다와 킁킁대면서 엄청나게 코를 자주 먹어야 한다와 입으로 숨을 쉬는 바람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정도, 현재까지 이정도다. 덕분에 목소리가 허스키해졌고, 핏기 없이 창백한 그래서 아파보이는 얼굴이 된 건 나름 괜찮은 축에 속한다. 


5일정도 지났는데, 고민중이다. 작년에 경험을 해봤으니, 이 상태로 2달은 무리라는 걸 안다. 그럼 병원에 가서 코도 뻥 뚫리게 하고, 약의 도움으로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면 되는데, 발이 안 떨어진다. 오한에 몸살까지 오면 갈까나?


작년처럼 올해도 버텼다가, 내년 7월에도 또 올 수 있으니, 이번에는 귀찮아도 싫어도 가자. 어딜? 이비인후과로, 항생제는 약한 걸로 해달라고 하면 되겠지. 반복되는 적폐는 청산해야 하니, 이번에 확실히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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