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7, 셜록 유령신부 그리고 빅쇼트까지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이 좁아졌나? 기다린만큼 만족스럽지 못했고, 왕팬에서 호갱팬이 된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에는 가장 취약한 분야인 경제다. 캐스팅만 보고 예매를 한 나의 죄겠지. 두시간 정도 가벼운 맘으로 멋진 배우들을 보려고 들어갔다가, 130분 동안 내리 면티에 맨발로 다니는 아저씨, 화만 내는 아저씨, 덥수룩한 털보아저씨에 돈만 밝히는 아저씨들까지 남자풍년이지만, 그 속에서 엄청난 고독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좀 무서웠다. 망해야만 돈을 버는 사람이 있고, 망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약한 새우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만 했다. 2008년 미국은 그랬다.
작년에 봤던 마진콜, 2008년 미국 리먼사태를 다룬 영화다. 나 살자고 아무 죄가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사태를 미리 파악한 자에게는 상을, 그것도 모르고 떠들었던 자에게는 벌을, 인간미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양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준 영화였다. 의문점 하나. 아무리 내 밥그릇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라의 경제가 파탄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야 하나? 그러고도 자신들은 잘했다고 토닥토닥할 수 있을까? 영화 내용에 놀라고 당황하기 했지만, 픽션이라서 그나마 안심을 했다.
그런데 빅쇼트는 사실이란다. 영화 초반,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마진콜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그 속내는 너무 닮아 있다. 주식, 채권, 펀드 등 수익이 나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망해도 돈을 벌 수 있단다.
빅쇼트는 2008년 미국 금융재앙사태를 다룬 영화로, 그당시 정확한 뜻도 모르고 봤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 사건이 영화의 중심이다. 박사이자 투자가인 배트맨 아저씨, 멋진 검정 쫄쫄이대신 평범한 면티와 반바지 그리고 맨발로 나온다. 면티 속으로 울끈불끈 근육을 감추려고 노력한 거 같은데, 그게 감춘다고 감춰질까? 그러나 빅쇼트에서 배트맨 아저씨의 근육은 불필요한 존재이므로, 숨겨야 한다. 대신 시니컬에 까칠함으로 포장을 하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거나, 가끔 소리 지르고, 미친듯이 드럼을 치는 걸로 근육의 존재를 숨긴다.
2005년 미국은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집을 사라고 했다. 한사람당 몇 개의 대출이 가능했고, 반려견 이름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돈을 못 벌어도 오케이, 신용등급이 낮아도 오케이, 무조건 대출을 해주고, 집을 사라고 했다. 빛만 보이던 대다수의 사람들 속에 어둠을 본 이가 있었다. 어둠은 곧 배트맨, 그래서 캐스팅이 됐나?(마음의 소리)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이 어둠에 자신의 모든걸 올인하게 된다.
모두다 예라고 했을때, 그는 아니오라고 했다. 모두다 배트맨 아저씨를 비웃었지만,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웃지않고 따라하기로 마음 먹는다.
일을 같이할 동료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까지 섭외하게 된다. 마크는 지금의 미국 경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인물로,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그들에게 훅을 한방 날리고 싶은 인물이다. 그리하여 역으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투자에 동참하게 된다.
빅쇼트에서 젊음을 담당하는 두친구. 우연한 계기로 엄청난 소스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본인들의 실력으로는 투자를 할 수 없다. 그들은 너무 작고 미약한 존재였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지금은 은둔 고수로 있지만 한때 월스트리트에서 이름값을 했던 인물을 섭외하게 된다.
모든 이미지 출처- 다음과 네이버
드디어 나오셨군. 긴 앞머리와 두터운 안경 그리고 텁수룩한 수염으로 얼굴을 거의 다 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의 빵오빠, 브래드피트다. 돈을 벌고 싶다는 어린 아이들에게 돈을 벌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들이 돈을 벌게 된다는 건,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된다는 걸 의미하기에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그들이 함께 모여서 한방을 날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개별 플레이를 한다. 배트맨 아저씨, 자레드와 마크 팀 그리고 빵오빠 어린친구 팀, 이렇게 3팀만이 유일하게 어둠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그들의 예측대로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여전히 투자는 안정적이고 더 나은 투자가 있다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달콤한 사탕을 준다. 투자 회사도, 감독해야 하는 기관도, 은행도, 모두다 한통속이다.
공매도, 신용부도스와프, CDS,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등 어려운 경제용어가 참 많이 나온다. 몰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불편한 아니 살짝 불편하긴 하다. 영화도 그 부분을 알았는지, 어려운 경제용어가 나오면 카메오가 등장해 쉽게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그것도 경제를 전혀 모르는 1인에게는 어렵다.
이제는 다수가 어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그럼 그들은 엄청난 수익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그와 동시에 미국 경제는 파탄이 됐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이 이겼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경제를 이모양으로 만든 그들 중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자해 그들을 살렸기 때문이다. 모두다 행복하게 결말을 맞이했을까 아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모든 피해를 다 떠넘겼다.
영화 마지막에 각 인물들에 대한 그 후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런 사태를 만든 그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제 2의 어둠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망해야 돈을 버는 사람, 여기에도 있을까? 아마도 그들은 제2의 IMF가 오길 기도하고 있겠지. 그냥 영화로만 보기에는 참 무서운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몇 년 후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는 말처럼,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보기는 어려운 영화지만, 경제용어를 몰라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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