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제목처럼 곡성(哭聲)은 식스센스급 반전이 있는 영화입니다. 혹여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지금 당장 뒤로가기를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놓고 스포일러를 노출할 생각은 없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스포를 알 수 있을거 같아서요. 영화를 본 후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제발 도와주세요. 미스터리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마지막에서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곡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화는 범인의 존재를 알려주고 끝이 나지만, 그게 영 개운하지 않네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궁금증을 나름대로 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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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1. 일광(황정민)이 역으로 당했다.
영화에서 무당으로 나오는 일광은 종구(곽도원)의 딸을 살리고자 이 집에 온다. 그리고 그에게 "그 양반 사람이 아니야. 귀신이야"라고 말한다. 귀신을 잡기 위한 굿을 준비하면서, "잘못하면 내가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굿을 하면 나아져야 하는데, 딸의 증세가 더 심각해지는 바람에 종구는 강제로 굿을 중단시킨다. 무명(천우희)으로 부터 습격을 당한 일광은 곡성을 떠나고자 했지만 알 수 없는 나방의 공격때문에 떠나지 못한다. 영화를 볼때는 나방을 부른 이가 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무명이 아니라 범인은 따로 있는 거 같다. 이유는 황정민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광이 종구에게 전화를 걸어, 무명의 말을 믿지 말라고 말한 부분이 이해가 된다. 더불어 후처리 담당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트렁크에서 꺼낸 그 상자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종구딸이 잠시나마 제정신으로 돌아왔을때 범인이 일광을 불러 너랑 나랑 같은편이라는 의미로 준 게 아닐까?
가설2. 일광이 범인이다.
외지인을 그곳에 보낸 것도,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도 다 일광의 계획이다. 그런데 외지인 혼자 재미를 보고 있으니, 심심해서 종구를 이용해 그곳에 오게 된다. 종구딸을 위한 굿은 아이를 살리는게 아니라 죽이는 굿이었다. 그나마 종구가 중간에 중단시켜서 딸에게는 다행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광이 종구 집으로 다시 돌아와 했던 행동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무명을 만났을때 피를 토하고 토를 했던 거, 곡성을 떠난 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페이크!! 그럼 말이 된다. 왜냐하면 종구와 무명에게 공격을 받아 지친 외지인이 다시 기력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외지인에게 쏠린 무명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연기를 했던 것이다. 무명은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나방공격을 시도했고, 그를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일광은 다시 돌아온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가설3. 일광은 외지인의 부하다.
외지인과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떠난다. 외지인의 부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장면은 이해가 되지만, 부하라고 하기에 이해가 안되는 장면도 있다. "버러지 같은 눔이 미끼를 삼켜 버렸구먼." 부하라면서 외지인의 죽음을 이리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외지인의 힘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하가 됐다면, 또 이해가 된다.
미스터리 소설은 읽다보면 서서히 그 내막이 보이고, 범인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영화 곡성은 자꾸만 왜? 왜? 왜왜왜??? 물음표만 생긴다. 무명은 사람일까? 귀신일까? / 일광은 착한눔일까? 나쁜눔일까? / 외지인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면서 왜 도망을 다니고 죽는 연기까지 했던 것일까? 아 궁금하다. 궁금해.
겁 많고 어딘가 모자른 경찰 종구. 소문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니, 끔찍한 살인사건을 본 후 겁에 벌벌 떠는 등치값 못하는 아저씨다. 하지만 끔찍하게 죽었던 사람에게서 나타났던 증상이 자신의 딸에게 나타나면서 그는 딸을 살려내기 위한 듬직한 아빠로 거듭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 많은건 여전하다.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를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숨은 주인공은 바로 종구의 딸(김환희)이다. 13살 어린 아이가 어쩜 이리도 연기를 잘하는지, 영화 검은사제들에 나왔던 박소담보다 훨씬 월등한 거 같다. 연기하기 참 힘들었을 거 같은데, 놀랍도록 리얼한 연기에 보는내내 걱정이 들었다. 중고등학생 딸이라면 별다른 걱정없이 봤을텐데, 광적인 연기를 할때마다 안쓰러워서 혼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곡성과 검은사제들은 엑소시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곡성은 무속신앙으로, 검은사제들은 천주교로 귀신을 잡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리고 하나더, 곡성에는 없고, 검은사제들은 있다. 뭐가? 아니 누가? 바로 강동원.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황해의 나홍진 감독 그리고 곡성의 나홍진 감독.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지만 색깔은 확실히 다르다. 추격자를 봤을때 참 충격적이었는데, 곡성은 적을 빼고 그냥 충격이다. 아직 황해를 못봤는데, 꼭 찾아서 보고 싶다. 더불어 한동안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이나 영화는 잠시 못 볼듯 싶다. 곡성이 준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곡성(哭聲)은 미친 연출력에 미친 연기력 그리고 미친 반전까지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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