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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역사를 만나다! G밸리산업박물관

빛과 어둠, 작용과 반작용은 따로국밥 같지만 알고 보면 한 몸이다. 왜냐하면, 빛만 있을 수 없고, 작용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 구로공단, 현 구로디지털단지는 눈부신 발전만큼 수출 역군이라 포장만 하지 말고 그녀들이 흘린 피, 땀, 눈물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빛과 어둠이 명확히 대비되는 곳, G밸리산업박물관이다.

 

지밸리산업박물관은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6길 38 G타워 3층에 있어요~

지밸리산업박물관에 왔는데 낯선 조형물이 있다. 아서스 조각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두 번째 확장팩 리치 왕의 분노의 주인공이자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 아서스 메네실의 시네마틱 영상 속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겜알못에게는 그저 소귀에 경읽기다. 참고로, 넷마블과 G밸리산업박물관은 같은 건물이다.

 

지밸리산업박물관은 1965년 첫 삽을 뜬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산업단지가 노동잡약적 경공업 공장 지구인 구로공단에서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G밸리로 진화하기 위해 지나온 사업과 사람, 지역의 성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안내책자에 나와있다. 1960년대 구로공단부터 21세기 G밸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넘는 역사를 담고 있다.

 

구로공단은 구로동에 1단지를 열고 이어 가리봉동 인근에 2, 3단지까지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산업공단이자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한국의 수출 주도형 공업화 정책 추진의 상징이 되었다. 구로공단은 정부의 경제 개발 의지와 기업인의 도전 정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땀과 피가 한 데 모인 한국 경제 성장의 시작점이라고 안내문에 나왔다. (무엇보다를 넣어서 뒷 내용을 강조한 점은 인정)

 

구로동은 서울 중심지에서 남서쪽으로 떨어진 허허벌판, 소수의 농가만이 있었던 마을이었다. 국유지가 많고 서울 중심부와 가까울 뿐 아니라 국도와 철도를 통한 교통이 편리하고 안양천이 있어 공장 가동에 필수인 수자원이 풍부하며 영등포공업지대와 인접해 있었다. 1964년부터 1974년 3단지 공사까지 끝나며 당시 190만넓이의 부지에 3개의 단지로 구성된 수출산업단지가 완성됐다. 

 

1968년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 개최 기념우표
1970년 한국무역협회에서 수출증진 홍보를 위해 보급한 수출행진곡 음반
구로공단 최초의 기업들

구로공단 초창기에는 기업의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 금속과 합성수지 제품, 조화, 레이스, 침대커버시트, 섬유제품, 유리 제품, 고무 제품과 농축산 가공품 등 소박한 산업이 단지내 유치 대상 업종의 대표 제품으로 꼽혔다.

 

손으로 반, 기계로 반 (1965-1980)

1971년 모두가 먼 꿈이라고 생각했던 10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면서 구로공단은 당시 전체 국가 수출액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다. 이곳에 모인 풍부한 노동력은 가발, 섬유, 봉제, 완구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구로공단은 빠르게 성장하는 수출 전진 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977년 100억불 수출의 날 기념우표
구로공단에서 만든 제품들 모여라~

가발산업은 대표적인 경공업 분야로, 공업화 초기 수출의 많은 부분을 담당했다. 숙련된 인력이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 내는 가발 산업은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노동자의 노동력이 제1의 자원이었다. 

 

흥영물산 인형들

흥영물산은 1980년 8월 구로공단 3단지에 입주한 기업이다. 1980년대 자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90년대 봉제 산업의 강점을 이용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의 완구 수출에서 성과를 이뤘다. 세서미 스트리트 주인공, 미키와 미니마우스 등 낯익은 캐릭터로 만들어진 인형과 함께 다양한 동물 모양의 봉제 인형을 제작했다. 

 

태림모피 사용 재봉틀

태림모피는 1974년 설립되어 다음해 구로공단 3단지에 입주했다. 공단 내 대표적인 장애인 고용 기업으로, 1980년부터 청각·언어장애인 34명 등을 미싱공으로 채용했다. 주로 모피를 가늘게 잘라 재봉으로 재조립하는 작업에 종사한 이들은 한 달 평균 20% 향상된 작업능률을 보였고, 당시 자체 제작한 수화 재봉틀 사용법 등의 교재가 남아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공장 (1981-1990) / 구로지역 20만 노동자여~

198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는 수출 실적의 급격한 상승에 더해 내수 시장 확대까지 뒷받침되며 고도성장기를 맞이했다. 구로공단도 경제적, 문화적으로 황금기를 구가한다. 초기부터 섬유 봉제업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과학 기술력의 향상과 함께 전자 부품, 정밀 기기 등의 생산성이 크게 성장하며 전자 제품이 구로공단의 떠오르는 간판 산업이 되었다.

 

대한광학 코비카 카메라와 쌍안경

제약 산업은 유통과 마케팅이 필수적이기에 대도시권에 집중적으로 위치해야만 했다. 필연적으로 수도권 최대의 산업단지인 구로공단에 제약 회사들이 밀집해 공단 일대에는 광동제악, 종근당, 중외제약 등 대표적인 제약 회사가 입주했다.

 

1984년 금성사 다이얼 전화기 / 1986년 금성사 단추식 전화기
동양정밀공업 다이얼 전화기 (그땐 그랬지~)

빛이 있으면 어둠이 따라오는 법, 구로공단이 쌓은 수출의 명성 이면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노동자의 생활환경이 절망처럼 깔려 있었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1984년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9만 6907원,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은 24만 5261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구로공단 봉제 의류 제조업 여성 노동자들은 10만 원 미만의 저임금 일소를 주장하며 투쟁에 나서야 했다.

 

개근상이 수건이라니~
태림모피 작업복 상의

박노해의 첫 번째 시집 '노동의 새벽'은 구로공단의 노동 현장을 비판했다. '세상살이 공장살이'는 최복현이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쓴 시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이문열의 '구로 아리랑'은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대학생과 여공의 이야기이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앙귀장의 소설 워니동 사람들 연작 중 한 편으로 도시 빈민층이자 일용직 노동자인 주인공을 통해 1980년대 구로공단의 모습을 담았다.

 

구로동맹파업은 1985년 6월 22일 토요일 오전 대우어패럴 노조 지도자 3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에서 시작됐다. 다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간 구로 지역 노동자들의 파업과 가두시위로 이어진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노동운동이다. 

 

구로동맹파업이 가진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를 넘어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록 수많은 구속자와 해고자가 나왔고 노동조합은 거의 와해되고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어 해당자들은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사업장의 담을 뛰어넘어 서로 연대할 수 있다는 것과, 반독재 운동을 전개하며 민주화 운동 세력과의 연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컨베이어 벨트 번호 85
이런 시절도 있었다네~

1980년대까지도 우리나라 전기 전자업종은 노동력을 활용한 조립 공정이 주를 이루었으며, 구로공단의 기업들 역시 압도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인력을 자원으로 삼은 노동집약형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지만, 구로공단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소자를 붙이는 손은 쉴 새 없었고 납땜 연기도 가실 날이 없었다.

 

굴뚝 위로 솟은 첨단 산업 (1991-2020)

구로공단은 1990년대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쉼 없이 돌아가던 제조업 공장은 폐업과 해외 이전으로 수가 줄어들었고, 빈 자리가 없던 구인 구직 게시판은 텅텅 비어갔다. 노동력에 기대어 가격 경쟁력으로 성장한 경공업단지 구로공단은 노동력이 가진 지식 정보의 가치로 경쟁하는 첨단 산업 중심의 G밸리(구로, 금천, 가산의 G와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따서 만든 별칭)가 되었다.

 

서울시 6대 일자리 집적지

G밸리는 서울시에서 3번째로 큰 일자리 집적지이자 서울 시내 6대 일자리 집적지 중 유일한 공업지역이다. 첨단 산업 위주의 G밸리로 변화를 꾀한 지난 20년 사이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 입주 기업이 급증해 현재 약 14,000여 개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 밖은 캐릭터 공원

구로공단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름만큼 모든 것이 다 변했을까? 굴뚝공장에서 고층빌딩으로 외형은 변했을지 몰라도, 20세기 구로공단 여공의 주머니 사정과 21세기 구디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듯싶다. 관람은 잘했는데, 흐린 하늘처럼 뒷맛이 썩 개운치 않다.

■ G밸리산업박물관
관람시간은 화~일요일, 10:00 ~ 18:00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우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은 휴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에서 사전예약을 해도 되고, 당일 현장 관람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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