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그려낸 인물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텔레비전에만 나와도 정말 정말 좋겠네 하는데, 화폐에 나온다면 와우~ 본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일 거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달리 화폐 속 주인공은 아무나 될 수 없기에 꿈조차 꾸지 않는다. 세종대왕보다 아니 그 이상으로 뛰어난 인물이 될 자신이 없으니, 그저 바라만 본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기획전시 "화폐로 그려낸 인물들"이다.
화폐로 그려낸 인물들은 세계의 화폐실 테마전으로 작년에 했던 화폐 속 세계유산과 같은 장소이다. 소규모 전시라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오른쪽 구석에 전시물이 있으며, 중앙에 있는 모니터는 화폐 속 인물을 퀴즈로 찾는 체험공간이다.
화폐는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쌓여 있는 최고의 역사적 상징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화폐에 문화유산, 인물, 자연 등을 새겨 그들의 정체성은 물론 화폐의 가치와 권위를 높인다.
참, 화폐 도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인물의 초상이다. 인물은 다른 소재에 비해 조금만 달라져도 쉽게 알아볼 수 있어 돈의 위·변조를 막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
세종대왕은 한글의 원형인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혼천의, 측우기와 같은 과학 기구를 제작하는 등 백성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문화, 과학 정책을 추진했다. 재위 중 발명된 혼천의(천체를 관측해 시간을 알 수 있는 기구)는 화폐 뒷면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화폐 속 인물 중 제일은 세종대왕이라 생각한다.)
넬슨 만델라는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한 그의 초상화를 모든 권종의 화폐 앞면에 담았다.
호찌민은 프랑스와 일본에 의해 지배받던 베트남의 독립을 선언한 인물로 평생을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바쳤으며, 베트남의 아버지로 불린다. 100동을 제외하고 1992년 발행한 모든 화폐발행 시리즈 앞면에 그의 초상화를 그려 놓았다.
비올라 데스몬드는 캐나다 최초 흑인 인권 운동가로서 인종 평등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2018년 캐나다에서 여성 최초로 10달러 화폐 앞면에 초상화가 실렸다. 2018년에 발행된 10달러 화폐는 기존과 달리 수직 형태로 고안되었으며 뒷면에는 캐나다 인권 박물관의 전경이 담겨 있다. 이 화폐는 세계은행권협회로부터 올해(2018년)의 은행권으로 선정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최장수 군주이면서 세계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랜 기간 재위한 인물이다. 영국뿐 아니라 캐나라, 뉴질랜드 등 20여 개국에서 화폐의 인물로 사용되고 있다.
예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5세 때부터 작곡 활동을 시작했다. 36세의 나이에 단명했지만 성악, 기악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 명곡을 남겼다. 빈 고전파 양식을 확립한 인물로서 오스트리아 5,000실링 화폐 앞면에 그의 초상화를, 뒷면에는 대표작인 돈 조바니를 초연한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모습을 담았다.
라파엘로 산치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대표작인 아테네 학당은 54명의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1점 소실점에 의한 원근법을 사용해 산만하지 않고 집중된 느낌을 준다. 화폐 앞면에는 그의 자화상을, 뒷면에는 아테네 학당 벽화 그림을 도안을 사용했다.
플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대형 교통사고 등으로 몸과 마음에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멕시코 대표 예술가이다. 앞면에는 그녀가 그린 자화상과 '우주와 지구,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이란 작품을, 뒷면에는 그녀의 남편이자 멕시코 대표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초상화가 담겨 있다.
제인 오스틴은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이다. 그녀는 오만과 편견에서 기존의 가문 간 결합을 혼인으로 인식하던 관념을 비판하고 결혼 당사자의 감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른 화폐와 달리, 제인오스틴은 앞면이 아닌 뒷면에 나와 있다. 그럼 앞면은 누구? 엘리자베스 2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로, 어린 왕자의 그의 대표작품이다. 50프랑 화페 앞면에 그의 초상화를, 뒷면에는 그가 비행기를 탄 모습과 직접 그린 어린 왕자의 삽화가 있다.
과학
마리 퀴리는 최초로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고 금속 라듐을 분리하는 등 프랑스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그 공로로 두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이름을 따서 방사능 단위로 퀴리(Ci)를 사용하고 있다. 앞면에는 부부의 초상화를, 뒷면에는 실험실 도구의 모습을 담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물리법칙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함을 확인한 이론으로 20세기 발표된 가장 유명한 이론이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인 아인슈타인 초상화를 1972년 발행된 5리롯 화폐 앞면에, 뒷면에는 예루살렘 서부에 있는 원자로의 모습을 담았다.
닐스 보어는 덴마크 물리학자로 원자구조의 이해와 핵분열을 밝혀냈으며 양자역학 성립에 크게 기여했다.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밝혀낸 원자이론은 현재에도 과학분야에서 통용되는 기본 원칙이다.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대수학, 해석학, 기하학 등 다양한 수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물리학, 특히 전자기학·천체역학·중력론·측지학 등에도 크게 기여했다. 독일은 그를 기리고자 10마르크 화폐 앞면에 가우스의 초상화를, 뒷면에는 각도 측정 기계인 육분의 모습을 담았다.
개척과 헌신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이자 병원, 의료제도의 개혁자로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07년 여성으로서 최초로 영국의 메리트 훈장을 수여받았다. 영국은 크림전쟁 시 등불을 들고 부상당한 군인을 치료하는 헌신적인 나이팅게일의 모습을 10파운드 화폐 뒷면에 담았으며, 예상했듯 앞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다.
에드먼드 힐러리는 1953년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에 등정한 산악인으로 이후 1958년 최초로 설상차를 이용해 남극점에 도달했다. 앞면에는 그의 초상화를, 뒷면에는 노란눈펭귄 모습을 담았다.
화면을 좌우로 스크롤 하면서 액자 속 인물이 누구인지 맞히면 된다. 틀렸다고 처음부터 돌아가지 않고, 다시 선택하면 된다. 힌트가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으니 모두 다 도전~ 2024년 4월 21일까지 전시중!
예전에는 왕이나 대통령, 수상 등 정치인의 초상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가나 과학자 등 다양한 분양에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화폐 도안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물은 그 나라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인물의 권위나 업적이 화폐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고로, 화폐 인물 되기는 포기, 텔레비전이나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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