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이 왔다. 여름이 왔다는건 바로 팥빙수의 계절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얼음을 듬뿍 갈아서 그 위에 우유와 연유를 붓고, 그 위에 달달한 팥을 얹고, 화룡점정인 떡을 넣어주면 끝!!! 바로 내가 좋아하는 팥빙수 레시피다.
요즈음 참 다양한 핕빙수들이 많다. 녹차 빙수, 커피 빙수, 과일 빙수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한 팥빙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어릴적 먹었던 그 팥빙수가 그리워 지는건 내가 나이가 먹었기 때문인가?? ㅋㅋㅋ
초등학교, 아닌 난 국민학교 세대이니, 국민학교때 급식으로 나눠 주던 우유를 먹지 않고 챙겨두었다가, 하교 길 근처 분식집에 주면 얼마의 돈을 더 받고 (우유만으로도 팥빙수를 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기억력 진짜 엉망이네) 그 곳에서 팥빙수를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그때의 레시피는 참 엉터리였다. 고운 얼음 조각이 아닌, 완전 거친 얼음 조각에 급식우유를 차게 만들어 넣어 주고 직접 만든 팥이 아닌 달달한 통조림 팥을 얹고, 떡인지 고무인지 모르는 식감 하나는 정말 쫄깃쫄깃했던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떡을 몇 개 올려주던 그 팥빙수가 그때는 왜 그리 맛있었는지...
얼음을 갈아 주던 그 기계는 기름때라고 해야 하나 덕지덕지 때가 묻어 있었지만, 그래서 식중독에 항상 노출되기도 했지만 그 기계에 간 얼음으로 만든 팥빙수였는데도 불구하고 자주 먹은 기억이 난다. 지금보다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았음에도 아프지 않았던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보다 공기가 좋아서 일까? ㅋㅋㅋ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넣어서 만들어 준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식중독 한번 안 걸리고 참 맛나게 먹었다.
중학생이 된 후에는 그때의 팥빙수를 먹지 못하게 됐지만, 비슷하게 나마 빙과회사에서 만든 팥빙수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팥빙수 하나에 취향에 따라 200ml 딸기우유나 초코우유를 넣어 녹이면서 먹었던 그 팥빙수는 지금도 가끔 애용한다.
요즈음 팥빙수는 그때의 팥빙수와 너무나 다르다. 퀄리티는 훨씬 좋아졌지만, 치장만 요란해 졌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맛도 그때에 비하면 훨씬 맛있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정감 어린 맛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나에게 예전의 맛을 찾게 해준 팥빙수가 나타났다. 얼음 + 우유 + 연유 + 팥 + 떡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레시피이지만, 그 안에서 난 추억을 먹었다. 고운 얼음 조각에 팥도 직접 만들어 넣어주는 강하고 쫄깃했던 떡보다는 부드럽고 쫄깃한 찰떡으로 그때보다 훨씬 고급이 됐지만, 그 맛 속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건 너무나 화려해진 팥빙수에 비해 단순한 그 팥빙수가 그때의 그 것과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팥빙수는 바로 현대백화점에 있는 밀탑 팥빙수이다. (이미지는 맨위에 있다^^) 몇년 전 그 날도 지금처럼 무지 더운 날이었다. 쇼핑에 지친 나에게 잠시 휴식을 주기 위해 들렸던 밀탑.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팥빙수만을 먹고 있기에, 나도 같은 것으로 주문했었다. 7,000원이라는 생각 외로 비싼 금액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으니 나도 한번 먹어줘야겠다 싶어 주문했는데, 음... 탁월한 선택으로 돌아왔다. 한때 화려한 팥빙수만을 먹었던 나에게 밀탑의 팥빙수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뭐 이게 이렇게나 비싸'하면서 투덜댔는데, 먹어보기 전에만 투덜댔지 맛을 본 후에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순한 비주얼이지만, 재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만든 팥빙수였다.
국민학교때 먹었던 팥빙수는 그냥 대충대충이었는데, 여기 팥빙수는 그와 반대로 정성 가득 이지만, 그 속에서 난 어릴적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났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맛도 훨씬 좋았던 밀탑의 팥빙수에서 왜 옛 맛이 났을까? 아마도 단순함에서 오는 정겨움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나의 여름의 시작은 밀탑의 팥빙수로부터 시작한다. 쫌 덥다고 느껴지는 날, 음... 밀탑에 가야할 때가 왔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위와 함께 추억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밀탑의 팥빙수가 있어 오늘도 난 행복하다.
겨울에도 밀탑에 가면 핕빙수를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팥빙수는 여름에 먹어야 제 맛임으로 겨울에는 단팥죽으로 대신하면서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가격대비 양이 적어서 속상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글쎄~ 리필을 해준다고 한다. 얼음은 물론 팥까지 리필이 된단다. (난 이걸 최근에 알았다. 바보 같이 말이다.^^)
ps...
팥빙수를 어케 먹나요?? 비벼 먹나요? 아니면 처음 나온 모양 그대로 유지하면서 얼음과 팥을 적당히 스푼에 담아서 먹나요? 뭐... 먹는 법은 각자 취향이지만, 난 녹이지 않고 그 비주얼을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먹는다. 조절을 잘 못하면 나중에 얼음만 남게 되지만, 그래도 난 이 방법을 고수한다.
친구들이랑 같이 먹을때, 나오자마자 막 비벼 먹는 이가 있으면 솔직히 좀 속상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방법을 고수할 수 없기에 참는다. 하긴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팥빙수는 혼자 먹기에 양이 많아서 어쩔 수 없어 다수의 의견을 따라 비벼 먹지만, 밀탑에서는 혼자서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이기에 나만의 방법을 고수한다. 혼자 먹으면 리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서 내가 리필이 되는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난 마구마구 비비는게 싫다. ㅋㅋㅋ
ps2...
집에서 손쉽게 팥빙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요즈음 마트에서 팥빙수 재료와 기구들을 다 팔지만, 만들어 먹는건 싫다. 귀찮다. 그 수고로움 대신 밀탑에 가는게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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