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피맛골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검게 그을린 낮은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먹었던 고갈비, 참새구이인지 메추리 구이인지 구별이 안됐지만, 막걸리와 함께 맛나게 먹었던 그 곳, 그리고 조미료 잔뜩 들어간 김치찌개, 닭볶음탕 등등 피맛골 골목에는 맛집이라기 보다는 추억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그곳이 사라진 지금 종로에서 약속을 하게 되면 광장시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으로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 뭐 피맛골이 그리 멋스럽고 맛난 곳은 아니었지만, 20대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기에, 그때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지금의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명동에서 종로까지 걷다가 서점에서 잠시 책을 본 후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여긴 먹을데 없으니 광장시장으로 가자는 내 말에, 거기까지 걸어서 가기 귀찮다면서 데라고 간 곳. 종로 1가 YWCA 뒷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니 나온 그 곳 바로, 꽃피는 산골이다. 밖에서 보이는 거처럼 전이 주 메뉴인 전통주점. 소주 보다는 막걸리가 제격인 곳이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내부를 살펴보니, 중앙에 앉아 계신 어르신 손님과 우리뿐이었다.
"음... 왠지 여긴 우리가 들어올 곳이 아닌거 같은데, 너무 올드해보이지 않니?"
"아니야. 우리가 일찍 와서 그렇지. 여긴 젊은 층들도 많이 와"
'왠지 아닌거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주문까지 끝난 후라 나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 가끔 빵도 먹고 해야 하니깐. 그리고 비는 오지 않았지만, 김치전에 막걸리가 땡겼으니깐 말이야. ㅎㅎㅎ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는데, 2층이 있어 그런지 1층 높이가 참 낮다. 우리 테이블 옆은 머리를 숙여야만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만큼 더 낮았다. 첨에는 저기 앉으려고 했다가,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에 옆 자리로 옮겼다. 머리 조심이라고 되어 있는데 꼭 저걸 까묵고, 헤딩을 할거 같아서 말이다. 테이블은 나무, 의자는 옛날식 가죽 의자다. 6~80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분위기에서 막걸리를 마셔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거 같다. 그래서 당근 막걸리와 김치전을 주문했다.
기본찬 + 막걸리... 막걸리는 양은 주전자에 나온다. 1리터, 2리터 등 주문을 하면 주전자에 용량만큼 담아서 준다. 두부 한조각과 콩나물 그리고 간장과 깍두기가 기본찬이다.
김치전, 부추전 그리고 동그랑땡!!! 우와~ 맛있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냥 막걸리와 함께 먹을 수 있을 정도. 아무래도 여기는 맛보다는 분위기에 취하는 곳인듯 하다. 왜이리 저 안주에 손이 안가는지, 그래도 친구와 분위기에 취해 오래전 얘기를 하다보니, 정말 친구 말처럼 우리보다 훨씬 더 젊은 친구들이 옆 테이블에 앉아 있고, 중년의 신사분들도 있고, 우리보다 먼저온 어르신들은 계속 달려고 계시고, 2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를 초월하는 곳인가 부다.
역시나 와~~ 무지 맛있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부대찌개이다. 그냥 뭐 술안주로 먹기에 나쁘지 않은 맛이다. 또 한번 여기는 맛보다는 추억으로 마셔야 하고 취해야 하는 곳인거 같다. 맛난거 먹고 싶다면,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오래전 추억 얘기가 하고 싶다면, 그렇다면 한번쯤 가봐도 좋을듯... 있는 내내 음악도 올드팝과 예전 가요가 나오고, 분위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그땐 그랬지'라면서 어릴적 추억의 보따리를 풀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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