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던 특별전이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더니,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두 나라를 깎아 내리고 싶었을 거 같다. 신라와 백제와 달리 고려의 수도는 지금의 개성이다. 고려의 문화를 모를 수 밖에 없었던 또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기다렸던 전시회였고, 문화가 있는 날 반값으로 관람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 918 2018 그 찬란한 도전'이다.
12월 26일 문화가 있는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50% 할인된 가격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대고려전과 카자흐스탄전을 보기 위해서다. 하루에 2개의 특별전을 충분히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고려전 관람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한국,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5개국에서 온 450여점을 보면서, 지금까지 고려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 그러기에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 그 이상에 이상 또 이상이었다. 촬영이 안되는 작품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생각외로 너무 많이 찍었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 대고려전은 총 3부작이다.
미세먼지가 없으니 남산타워가 선명하게 보인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관람객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날씨탓인지 많지 않았다. 번잡하지 않아, 관람하기에는 참 좋았다. 성인은 8,000원이지만, 50% 할인된 가격인 4,000원에 구입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하는 일, 물품보관함 찾기다. 혹시나 싶어 100원짜리 동전을 준비하고 갔는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진시관은 무료다. 가방에 투툼한 패딩까지 다 집어넣고, 카메라만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전에 오디오 가이드를 3,000원을 내고 대여를 했다. 윤인구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30개 작품에 대한 설명이 들을 수 있다. 어차피 작품 옆에 있는 안내문을 읽어도 되는데, 귀로 들으면서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전이다. 총 4개의 테마로, 1 고려수도 개경, 2 1100년의 지혜와 사찰로 가는 길, 3 차가 있는 공간, 4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라와 백제에 비해 잘 몰랐던 고려, 그 고려를 만나러 간다. 원래 이렇게 밝은 공간이 아니다. 귀중한 작품이다보니, 무지 어둡다. 그리하여 실내이지만 야경모드로 찍었다. 참고로, 사진 촬영은 가능, 플래시는 금지다.
오디오 가이드 1번은 개성 부근에서 출토된 '유리주자'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형태는 이슬람교의 예배의식에서 성수를 담는 병과 유사하다. 고려 무덤에 부장된 수입품으로, 개경의 일상 공간과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고 한다. 윗부분과 아랫부분은 따로 만든 다음 붙인 거라고 윤인구 아나운서가 알려줬다.
청자 주머니 모양 주자
고려의 중국어 교재 '노걸대', 조선시대 다시 찍은 판본
예상강 하구에 위치한 국제무역항 벽란도는 수도 개경으로 들어가기 위한 외항이다. 개경과 가깝고 수심이 깊어 배가 지나다니기 쉬워, 무역항으로도 크게 발전했다. 'Corea' 코리아라는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을 만큼 벽란도에는 많은 외국인이 방문했다.
더들리의 해도첩 바다의 신비에 실린 한반도
영국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더들리는 한국을 반도로 표시했다. 한반도는 코리아 왕국(REGNO DI CORAI)이라고 적었고, 동해는 코리아해(MARE DI CORAI)라 기록했다. 습관적으로 오른쪽에 고려가 있는 알았는데 없다.
코리아는 여깄다.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Korea는 '고려인이 사는 나라', '고려인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김부식이 지은 삼국의 역사 '삼국사기'
승려 일연이 지은 삼국의 역사 '삼국유사'
삼국사기가 왕명을 받아 유교사관에 입각해 편찬한 역사서라면, 삼국유사는 당시 전해오던 전설과 신화, 풍속, 종교 등 삼국사기에는 다루지 않은 사건과 기록을 폭넓게 담았냈다. 삼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단군신화, 부여, 삼한, 가야, 후백제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으며, 단군에 대한 기록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이승휴가 쓴 역사 서사시 '제왕운기'
건칠희랑대사좌상
희랑대사는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의 정신적 지주로 후삼국시대에 수세에 몰린 그를 도왔으며, 이후에는 왕의 스승이 되었다. 희랑대사의 얼굴과 신체, 체격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초상조각으로 10세기 중반 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자 우리나라에 유일한 고승 초상 조각이다. 앞면은 건칠, 뒷면 일부는 목조로 이루어졌다. 가슴의 작은 구명이 있는데, 희랑대사가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함으로써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해인사에서 전해온다고 한다.
태조 왕건상은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왕건의 무덤인 개성 현릉에서 출토되었다고 한다. 앉아 있는 상의 높이만 138cm에 달한다는데, 기차타고 가서 직접 볼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고려 왕실은 최대의 미술 후원자가 되어 가장 높은 수준의 미술문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10세기에 고려에서 자기를 제작하기 전까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기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양한 기법과 무늬로 장식된 자기는 고려의 독자적인 마감과 왕실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왕실은 고려만의 빼어난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팔관회는 하늘의 신령과 오악, 명산, 대천, 용신 등 토속신께 제사를 지내는 고려 최고의 국가 행사다. 학교 다닐때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팔관회는 여러 물건이 오가는 교역과 문화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사신과 상인은 다양한 물산을 바쳤고, 하례가 끝나면 그에 대한 답례로 연회가 열렸다. 이때 송, 여진, 탐라, 일본 등 각국의 상인과 수많은 고려인이 몰려와 물품을 거래했다고 한다.
청자 풀꽃무늬 꽃모양 잔과 잔받침
청자 연꽃 넝쿨무늬 주자 / 청자 주자와 받침
청자 칠보무늬 향로
청자 어룡 모양 주자
청자 기린장식 향로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
은제 금도금 잔과 잔받침 / 꽃 모양 접시
청자 꽃모양 발
송나라 사신인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도기의 색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한다. 근년에 들어와 제작이 섬세헤지고 광택이 더욱 아름다워졌다.'라고 적었다. 서긍이 기술했던 비색의 고려청자는 맑고 푸른빛깔이 은은하게 감도는 최고 수준의 자기였다.
인종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 청동도장 / 은제 숟가락과 청동 젓가락
왕릉의 부장품은 고려 왕실 미술의 품격을 보여주는데, 개경 인근에 조성된 고려 왕릉은 이미 도굴되어 흩어져 그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일본인 사이에서 고려청자 수집열풍이 일어났고, 개경 인근의 수많은 왕릉과 무덤이 도굴되었다. 인종 장릉 부장품 역시 191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구입한 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12세기 전반 고려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인종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 청자 참외모양 병
인종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 청자합 / 청자 뚜껑 잔 / 청자 받침대
명종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 청자 여지 넝쿨무늬 대접
청자 도철무늬 향로
청자 구름 학 국화무늬 피리
청자로 만든 피리는 아주 드물어서, 대부분 장식적인 요소가 강해 악기보다는 보고 즐기는 완상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몸체에는 학과 구름, 국화절지무늬를 흑백 상감으로 새겼다.
만질 수는 없지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즉, 사진이 아니라 직접 가서 봐야 더 좋다. 하지만 여건상 못가는 분들을 위해 내일 두번째 이야기로 다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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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 두번째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 셋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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