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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그곳을 대표하는 메뉴가 꼭 있다. 대표 음식은 맞지만, 그렇다고 취향저격은 아닐 수 있다. 물론 평양냉면 집에 가서 물냉이 개취가 아니라고 해서, 비냉을 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그집의 대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나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다. 맛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취향 차이임을 밝힌다. 밥 먹는 술집 광장 이야기다.



보리음료를 먹을거라는 걸, 어찌 알았을까? 짜고 쳐도 이럴 수 없을텐데, 어쩜 이리도 나의 마음을 맞혔는지, '하이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약 한달만에 다시 왔다. 좋았던 곳이었으니깐, 다시 오는 건 당연지사다. 더구나 이렇게 속마음까지 들켰으니, 서둘러 길을 건너 2층으로 올라갔다.



공간을 넓게 활용한 점이 맘에 든다.


2번 왔지만, 올때마다 프리미엄 창가석이 바테이블이라서 그저 므흣하다. 고작 2층일 뿐인데, 삭막한 을지로가 아니라 푸르른 을지로다. 주방 옆에도 바테이블이 있지만, 언제나 창가석을 고수하다. 책장을 지나 뒷쪽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어, 보리음료를 마셔도 불안하지 않다. 만약 커플이 온다면, 창가석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메뉴판 옆 자리가 어떨까 싶다. 창가석은 혼술러에게 양보하는 걸로...



지난 번에 왔을때는 창문을 열 수 있었는데, 월동준비를 했는지 창문을 두터운 비닐커튼으로 덮었다. 이중창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거 같다. 작은 전시회를 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빵 형님의 멋진 뒤태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델마와 루이스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4~5번은 봤던 거 같은데, 처음에는 무지 싫었던 열린결말이 지금은 이해가 된다. 20대에 봤을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고, 그들의 선택을 지지한다.



창가뿐 아니라 메뉴판도 달라졌다. 겨을 시즌용으로 메뉴를 조정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똠양 나가사키짬뽕이다. 똠양꿍과 나가사키짬뽕을 합친 거 같은데,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된다. 주인장은 먹으면 두가지 맛을 다 느낄 수 있다는데, 솔직히 감이 안잡힌다. 1알에 2100원이라는 굴튀김 역시 겨울용인 거 같은데, 개당으로 판매한다는 거 자체가 참 재밌다. 아마도 혼술러가 많이 찾는 곳이라서 그런 듯 싶다. 새로운 메뉴들이 많이 보이지만, 메뉴를 미리 정하고 왔기에, 10인이 지켜낸 치킨남방(9,700원)과 보리음료(4,000원)를 주문했다. 



와카코와 술은 혼술러의 세계로 안내한 참으로 소중한 책이다.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반가움에 주방 옆에 있는 책장에서 가지고 왔다. 보는 건 자유, 다 보면 제자리에 다시 넣어두면 된다. 



밥 먹는 술집 광장 스타일의 치킨남방


치킨남방, 이름은 어렵지만 치킨 위에 새콤한 소스가 올라간 음식이다. 남방, 남반, 난방이라고 하다는데, 암튼 일본 음식이다. 주인장이 일본에 있을때 가장 맛나게 먹었던 음식이라고 한다. 지난번에 갔을때, 치킨남방을 먹고 있는 분들이 많아, 따라쟁이 습성이 나오고야 말았다. 



원래는 닭가슴살로 만든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닭다리살로 만든다. 닭튀김이니 기름짐에 느끼함이 있다. 여기에 새콤한 소스가 잡아 주는 거 같지만, 닭다리살이 갖고 있는 기름짐에 마요네즈까지 더해져 개인적으로는 많이 과했다. 새콤함을 더 강조했다면, 다리가 아니라 가슴살(개인적으로 기름진 다리살 보다는 퍽퍽하지만 담백한 가슴살을 더 좋아한다.)이었다면 나았을 거 같다. 하지만 맛있는 조미료인 책과 함께 하니 푸슈~~



연어덮밥 미니(5,800원)


치킨남방만으로는 힘들 거 같아서, 구원투수 연어덮밥을 추가 주문했다. 미니 사이즈답게 정말 작다. 연어는 두점에 날치알이 올려져 있고, 간장과 마요네즈로 양념을 한 밥에 슬라이스 양파 등이 있다. 밤이 되니, 조명이 참 거시기(?)해졌다.



미니가 아니라 처음부터 연어덮밥을 먹었더라면...


기름짐은 동일하지만, 연어의 기름짐이 치킨남방보다 더 개운하다. 아마도 양파와 와사비때문인 듯 싶다. 연어초밥을 시작으로 날치알 초밥으로도 먹다가, 혹시나 해서 남았던 치킨남방을 올려서 먹으니 단독으로 먹을때보다 훨씬 괜찮다. 이래서 치밥이라고 하나보다. 기름짐이 덜해지고, 밥의 고소함이 더해져 고소고소하다. 



해질무렵에 들어왔는데,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밤이다. 어쩌다보니, 을지로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 마지막은 여기까지 왔는데 걷지 않을 수 없는 청계천이다. 확인해 볼것도 있으니, 을지로에서 광화문까지 걷기로 했다. 안동장에서 굴짬뽕을 먹고, 오구반점에서 군만두를 먹고 그리고 을지로 골목투어를 하다 광장에서 마무리,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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