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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건물탓에 더우면 무지 덥고, 추우면 무지 추운 곳이다. 폭염이 기승이던 8월에 갔다 온 후, 날이 선선해지기를 기다렸다. 만원으로 디너를 코스로 먹을 수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여기에 역대급 감바스까지, 옆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면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문래동에 있는 송어의 꿈이다.



"아니~ 이런 곳에 식당이..." 송어의 꿈은 이런 말이 자동적으로 나올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넓게 보면 문래창작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디테일하게 보면 영등포역으로 가는 대로변, 철공소 사이에 덩그러니 있다. 디너코스 10,000원이 간판이라면 간판이랄까? 잠시 한눈을 팔면 훅 지나칠 수 있다. 더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왔으니, 이번에는 맛도 분위기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현재는 시즌1뿐이지만, 시즌2도 준비 중이라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메뉴판이랄까? 만원 디너코스는 샐러드, 파스타, 쉬림프박스와 과일이 나오고, 만오천원 디너스페셜은 새우대신 등심스테이크가 나온다. 여기에는 없지만, 2만원 데이트 코스도 있던데, 샐러드, 파스타, 쉬림프박스, 스테이크, 과일이 나오는 거 같다. 이날, 동성(친구)은 우리뿐, 나머지는 다 커플이었다. 


송어의 꿈은 사전예약으로 운영을 한다. 지금은 엄청 인기가 많아져서 노쇼가 없지만, 혼자서 처음 갔던 날은 급예약 취소로 인해 주인장이 본인 블로그를 통해 이벤트를 했었다. 그 덕에 디너 스페셜이었지만, 샐러드에 두가지 파스타 그리고 연어회와 스테이크까지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이번에는 노쇼가 아니라, 정식으로 예약을 했다. 지난 방문때 우연히 만난 단골로부터 감바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코스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여러모로 독특한 곳인데, 그중 탑오브탑은 바로 원테이블이다. 12명이 앉을 수 있으며, 일일 예약 인원도 12명이다. 즉, 입장하는 시간은 달라도, 퇴장하는 시간은 같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7시에 2명으로 예약을 했다. 코스이니 2시간 정도 먹는다고 가정을 하면, 9시면 이들은 일어날 것이다. 그럼 9시에 새로운 2명을 예약 받으면 되는데, 주인장은 원테이블을 채우는 12명외 추가로 예약을 받지 않는다. 고로, 주인장이 문을 닫을때까지 죽치고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거다. 한번은 끝까지 달려보고 싶은데, 현재 최대 머문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했다면, 문래동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페인트와 조명정도로 옛스러움을 그대로 보존했다. 아날로그스럽고, 레트로 분위기가 나서 개인취향이긴 하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여름에 무지 덥고, 겨울에 무지 춥다. 지난 여름 어떻게 보냈냐고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전기료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나왔단다. 단열재가 안되어 있어, 냉기가 고스란히 밖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에어컨을 아무리 세게 틀어도 시원함은 그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여름에는 몇주정도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한다. 무지 더울때 와봤기에, 백퍼 동감을 했다. 10월에 다시 찾은 지금, 살짝 서늘함이 느껴지지만, 겉옷을 벗지 않으면 된다. 땀보다는 선선함이 나으니깐. 



예약을 할때 만오천원 디너스페셜에, 감바스를 요청했으니, 당일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다음에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코스의 시작은 샐러드. 치즈처럼 보이는 하얀 큐브는 두부다. 센터를 차지하고 있는 건, 감자. 샐러드는 샐러드일뿐이라서, 딱히 별다른 감흥은 없다. 



크림파스타와 모닝빵


포크보다는 숟가락으로 먹어야 더 좋으며, 함께 나온 빵은 무조건 찍먹이다. 



감바스와 바게트


원래대로라면 등심스테이크가 나와야 하지만, 사전에 부탁을 했으니 감바스가 나왔다. 그런데 감바스에 들어가는 새우가 이렇게나 오동통해도 되나 싶다. 대하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참 튼실하다. 여기에 양은 또 무지막지하게 푸짐하다. 지금껏 먹어왔던 감바스는 아무래도 깜빠쓰였나보다. 



이건 분명 대하일거야~


그냥 먹어도 되지만, 바게트에 올려먹으면 더 좋다. 새우와 마늘을 올리기 전에, 새우향을 잔뜩 먹은 올리브오일을 듬뿍 찍는 건, 필수다. 탱글탱글한 새우에 고소함만 나는 마늘 그리고 오일을 먹어 촉촉해진 바게트까지 정말 역대급이다. 감바스가 워낙 양이 많다보니, 빵이 먼저 사라졌다. 주인장이 바게트를 더 줄까하고 물어보는데, "저 혹시......."



"저, 혹시 빵대신 파스타를 넣어줄 수 없을까요?" 그리하여 등장한 새우 알리오 올리오다. 바게트를 다 먹어갈즈음 포만감은 찾아왔지만, 미췬 비주얼을 보니 아니 먹을 수 없다.  



맛이 없으면 반칙이다. 감바스를 먹고, 파스파면사리 추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배가 불렀는데도, 우리 둘은 어김없이 포크를 돌리고 돌려서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아~ 진짜, 감바스 해달라고 하기 정말 잘했다. 여름에 만났던 단골의 말을 귀담아 듣기 정말 잘했다. 



마무리는 과일. 혹시 다이어트하라고 자몽을...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감바스에 파스타까지 다 먹고나니 국물(오일)이 조금 남았다. 솔직히 포장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다음날 새우는 없지만, 새우맛이 나는 볶음밥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서다. 정말 말하고 싶었는데, 넘 구차해보일 거 같아 그냥 일어섰다. 밥대신 면을 넣어도 될텐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쉽긴 하다. 이번에는 감바스를 먹었으니, 다음에는 다른 걸 해달라고 해야겠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니, 또다른 역대급을 만들어 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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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6 - 문래동 송어의꿈 만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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