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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하면 신포시장밖에 몰랐다. 역에 도착하면 지하도를 지나 닭강정 사러 시장으로 갔는데, 이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신포시장 받고 여기에 몽둥이삼치로 유명한 동인천 삼치구이까지 추가요. 더불어 인천 막걸리라는 소성주도 처음 마셨다.



누가 삼치거리 아니랄까봐, 벽화가 참...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걸어서 5~6분정도 걸린다. 처음이다 보니, 지도앱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계속 찻길만 나온다. 여기가 맞나 싶어, 주변을 쳐다보니 '동인천 삼치거리'라는 조형물이 참 애매한 곳에 있다. 설마 저기가 삼치거리야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150미터를 더 가야 한단다. 조형물을 등지고 앞으로 앞으로 걸으니, 왼쪽으로 골목이 하나 나타났다. 마을금고를 시작으로 쭉 이어져 있는 이곳이 바로 동인천 삼치거리다. 특성화된 거리라 꽤 화려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소박하다. 이 거리 자체가 예전부터 무지 소박했기에 지금도 그때처럼 소박함을 계속 유지하는 거 같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동인천 삼치거리일까? 1968년 황해도에서 피난 온 남편과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아내가 운영하는 인하의 집이라는 작은 선술집이 생겼다. 가난했던 시절이니,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주머니 사정이 나빴다. 그럼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되는데, 안주값은 없지만 술값은 있었나 보다. 즉, 안주없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 부부 주인장은 양은 많지만, 가격은 무진장 싼 안주거리를 찾아보니, 연안부두에서 버려지던 바라쿠다라는 생선이 있어 가져다 안주로 만들었단다. 이게 히트를 치게되면서, 인하의 집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거 하나로 삼치거리가 될 수는 없는 법. 부부 주인장 혼자 독점을 할 수 있었을텐데, 장사를 하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에게 삼치 손질부터 운영 노하우 그리고 본인 집으로 온 손님을 새로 생긴 가게에 모시고 가기까지 했단다. 인하의 집을 시작으로 점점 동종업종 집들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동인천 삼치거리를 형성하게 됐다. 



양산박삼치는 고인이 된 원조 부부에게 전수받은 기법 그대로 몽둥이삼치(뉴질랜드산 바라쿠라) 구이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거리의 특징이 호객행위가 없고, 바가지요금이 없고, 과열경쟁이 없다. 시작부터 그러했으니,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삼치나 막걸리를 공동구매해, 저렴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어느 집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초창기 맛을 맛보고 싶어 여기로 왔다. 삼치구이뿐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메뉴가 많다. 마치 실내포차같다. 



삼치는 담백하고 비린내는 없지만, 기름이 없어 그릴에 구우면 퍽퍽해서 맛이 없단다. 치킨처럼 요렇게 기름에 튀겨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삼치구이(8,000원) 그리고 소성주(3,000원)을 주문했다.



국산삼치를 쓰는 곳도 있지만, 이집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몽둥이삼치를 고집하고 있다.


때깔에서 맛있음 보인다. 후라이드 치킨처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할 거 같다. 짜지 않아 담백하니 그냥 먹어도 좋지만, 와사비 간장에 양파를 올려 먹으면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단, 맛있다고 허겁지겁 먹으면 큰일 난다. 크고 긴 가시가 엄청 많기 때문이다. 


장수막걸리에 비해 소성주는 단맛은 업, 탄산은 다운이다. 소성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쌀막걸리라고 한다. 인천분들에게는 친숙한 막걸리라던데, 서울서 장수만 먹다보니 낯설다. 장수보다 연하다고 해야 할까? 장수막걸리를 마시고 트림을 하면 참 버겁고 힘든데, 소성주는 생각보다 덜하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때면, 지역 녹색이를 선호하는데, 앞으로는 막걸리도 그래야겠다.



생주꾸미볶음(16,000원)


하나만 먹으면 아쉬운 법, 더구나 혼자가 아니라 둘이 왔으니 더 달려줘야 한다. 생물이라 맛이 더 좋다고 해서 주문한 생주꾸미볶음이다. 주인장이 좋은 주꾸미가 들어왔다고 하더니, 주꾸미가 아니라 마치 낙지같다. 야들야들한 주꾸미 한점에 소성주 한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맵지 않으니, 안주는 물론 부드러운 막걸리까지 그저 술술술 들어간다. 



오징어숙회(8,000원)


어찌하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물고기로만 갔다. 주꾸미에 비해 못하지만, 새콤상큼한 초고추장이 옆에 있으니 오징어숙회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이와는 먹어봤는데, 막걸리랑도 은근 잘 어울린다. 기본찬으로 번데기가 나오는지 마지막에 알았다. 삼치거리 역사에 대해 폭풍 질문을 하다보니, 답을 해주느라 놓쳤던 거 같다. 그래도 결국 먹긴 했다. 



이번주 금, 토 즉, 12, 13일은 막걸리 데이로, 3,000원에 마셨던 소성주를 단돈 천원에 마실 수 있다고 한다. 한주만 늦게 갔으면 되는데, 아쉽다. 그래도 신포시장만 알았는데, 동인천 삼치거리도 알았으니 우선 이걸로 만족이다. 여기는 오후 2시가 오픈이니, 다음번에는 인천에 사는 지인 불러서 낮술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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