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갈증을 푸는데는 맥주만한 것도 없다. 장마가 끝나고 나니, 폭염만 남은 요즘 왠만해서는 오후 2~5시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너무 더워서다. 그런데 나갔다. 그래서 마셨다. 시원한 맥주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가 맥주까지 마시고 왔다. 커피로 유명한 곳, 문래동 수망이다.
요즘 은근히 문래동을 자주 간다. 철강단지로만 알고 있던 곳인데, 골목마다 괜찮은 식당들도 많고, 우클렐라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있고, 기회가 되면 더 많은 곳들을 다녀보고 싶다. 지난번에 방앗간을 갔으니, 이번에는 맞은편에 있는 수망이다. 비주얼은 그냥 일반 가게 같은데, 커피전문점이다. 수망 글씨를 보고 가던 길을 멈추고, 더치 커피를 보고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가, 비어를 보고 바로 문을 열었다.
원래 계획은 방앗간이었는데, 사장님이 여름휴가 가셨다. 그 덕에 수망을 알게 됐으니, 좋다고 해야겠지.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들어왔는데, 에어컨이 엄청 강력하다. 들어오자 마자 땀에 젖은 옷이 순식간에 다 말랐다. 맥주로 더위를 날려야 하는데, 에어컨이 새치기를 해버렸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배고프... 아니 덥다.
문래동의 카페, 식당들은 참 아담하다. 그 덕에 혼자와도 민망하지 않고, 사장님과 친해질 수도 있으니, 왠지 자주 올거 같은 예감이 든다.
커피전문점이지만 맥주가 있다. 필스너 우르켈, 산미구엘, 칭따오, 아사히 그리고 숨어있던 기네스까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맥주만 있으니 좋구나.
커피전문점답게 커피관련 용품들이 많다. 작은 주방에서 살짝 모습을 공개한 사장님, 처음 왔지만 낯설지 않게 대해주셔서 참 고마웠다.
무얼 마실까? 고민하다가, 수망 사장님이 추천한 더치맥주(10,000원)를 주문했다. 비주얼은 흑맥주이지만, 커피향이 난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1인이 마시는 더치맥주. 음~ 그냥 커피향 나는 흑맥주다. 환상적인 비율로 만들어주셨는데, 저렴한 입맛때문에 좋은 맥주가 그냥 흑맥주가 되었다.
안주하라고 준 감자칩. 목마름에 급하게 마셨나보다.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벌써 반이 사라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점심을 못 먹었다. 배가 고프다. 메뉴판을 보니, 스테이크가 있는데 지금은 안된단다. 뭐가 되는데요라고 물어보니, 이게 된단다.
바로 소시지 야채볶음(6,000원)이다. 비엔나소시지와 피망, 당근 등 야채를 넣어 케첩으로 볶은 소야를 생각했는데, 많이 다르다.
야채는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감자가 야채란다. 아하~ 그렇구나. 예전에 자주 먹었던 그 맛은 아니지만, 이 맛도 괜찮다. 청양고추가 있어 매콤하니 끼니보다는 안주다. 비엔나 소시지, 감자 그리고 통마늘. 요거 괜찮다. 술을 부르는 안주이니깐 말이다.
안주를 주문했는데,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더치 맥주를 다 마셔버렸다. 갈증 해소를 위해 시작된 일이, 안주를 주문하고, 그 안주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맥주를 추가했다. 여름 휴가는 아니지만, 혼자만의 여유로운 휴가같은 오후를 보냈다. 그런데 큰일이다. 마실때 몰랐는데, 다 마시고 나오는데 급 더위가 몰려온다. 갈증은 채웠는데, 아직 밖은 한낮이다. 더운 여름날, 낮술은 힘들구나.
다음에는 맥주말고, 사장님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셔야겠다. 디카페인 커피도 있다고 하니, 그걸로 맛나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끔 콘서트도 한다고 하니, 더더욱 자주 놀러가야겠다. 방앗간을 시작으로 소망까지, 문래동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더 많은 문래동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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