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시선/방송2015.07.17 07:30


왼쪽은 한국 심야식당, 오른쪽은 일본 심야식당 (출처 - sbs, 다음영화)

일본 심야식당을 리메이크한 김승우 주연의 한국 심야식당. 한국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데, 굳이 리메이크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더니, 역시나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는 없다. 꽃보다 남자는 너무나 똑같아서 원작보다 훨씬 좋다는 평을 받았지만, 심야식당은 속 빈 강정같다. 누가 봐도 맛있어 보이는 한정식인데, 딱히 손이 가는 음식이 없는 경우와 너무 흡사하다. 


우선 너무 비슷, 아니 똑같다. 식당 분위기도 밤 12시 오픈을 알리는 괘종시계도, 마스터의 나래이션도, 음식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포맷도 원작과 완전 일치한다. 다른 점을 찾자면, 일본 음식이 아닌 한국 음식이라는 점이다. 누가봐도 엄청 똑같은데,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원작과 영화에서 주는 감동과 따스함이 한국 심야식당에는 없다. 아니다. 있긴 하다. 있지만, 너무 강압적이다. 여기서는 울어야 하고, 여기서는 감동을 받아야 하고, 여기서는 따스함을 느껴야 해, 주입식 교육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눈에 난 흉터부터 헤어스타일, 짧은 머리, 말없이 지켜봐주는 눈빛, 투박하지만 멋진 음식을 만드는 마스터. 그런데 무게감이 없다. 너무 가볍다. 따라하려면 제대로 하지, 흉내만 내고 있는거 같다. 음식으로 위로를 받게 해주는 심야식당의 중심인 마스터. 원작에 비해 너무 어리다. 그리고 원작에 비해 너무 존재감이 미비하다.



원작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그 시간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조폭, 스트리퍼, 게이바 사장 등 누가봐도 새벽에 활동하는 그들이다. 그런데 한국 심야식당은 조폭만 동일하고 나머지는 기자, 작가, 온라인 쇼핑몰 직원 등으로 새벽이 아니어도 되는 인물들이다. 특히 심야식당에서 마스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게이바 사장이 한국 심야식당에는 없다. 없을거라고 예상했지만, 역시 우리내 정서에서 게이바 사장은 무리인가 보다. 조폭을 사랑하는 그 아니 그녀가 참 사랑스러웠는데, 볼 수 없어서 아쉽다.


원작 심야식당 시즌1 1화는 비엔나 소시지다.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해진 조폭 아저씨를 메인으로 한 스토리. 참 무섭게 생긴 그가 즐겨 먹는 메뉴는 문어발 모양을 낸 비엔나 소시지, 조폭이지만 애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심야식당 1화, 가래떡 구이와 김에서도 조폭이 나온다. 조청이 아닌 조미김으로 구운 가래떡을 먹는 그와 그 옆에서 자신도 이렇게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하는 알바생. 특이한 방법을 아는 그에게 끌리는 조폭, 1화라서 그랬을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음식으로 한국판 심야식당의 문을 활짝 열었지만, 연기력 논란으로 인해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다. 아픈 청춘을 대표해서 나온 그, 연기가 어쩜 그리 아플 수 있는지, 발연기가 아닌 그냥 아픈연기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또 나올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 아들???


2화 메밀전, 3화 비빔, 열무, 잔치국수, 4화 모시 조개탕까지 음식은 우리식이지만, 내용은 일본식이다. 원작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한국식 심야식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음식을 먹는 일본사람을 흉내내는 한국사람 같았다. 잊혀진 유명 스타, 국수를 좋아하는 그녀들, 그리고 밤무대에서 마술을 하는 남자까지 원작의 느낌을 살리다 보니 현실감각을 놓쳐버렸다. 심혜진, 지진희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지만 연기가 아닌 원작 캐릭터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거 같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하나의 음식과 그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담다보니, 내용 전개가 너무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끄럽게 이어져야 하는데, 한국 심야식당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 생긴 아스팔트 도로가 있는데, 굳이 돌이 많아 덜컹거리는 옆길로 가겠다고 우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는 중심인 마스터 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긴 하지만 비중이 그리 많지 않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각 에피소드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마스터의 존재는 무었일까? 바로 그들과 음식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다. 심야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다 지치고, 힘들고 어렵다. 그런 그들에게 마스터는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힘을 내요 수퍼파워를 노래가 아닌 음식으로 만들어 주거나, 다시 헤쳐나갈 수 있는 든든한 용기를 주는 음식을 만들어준다. 그 음식으로 인해 기운을, 위로를, 힐링을 얻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심야식당은 음식과 이야기를 일부러 짜맞춘 느낌이다. 빗소리와 메밀전, 마술사와 모시조개, 그들이 왜 그 음식을 먹는지 머리로만 이해가 되고 정작 중요한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조폭이 구운 가래떡과 조미김을, 잊혀진 여배우가 메밀전을, 마술사가 모시조개를, 그래서 그게 뭐? 이렇게 반문을 하게 만든다. 돈이 없다고 해서 천원에 한정식을, 공짜로 생긴 재료라면서 스테이크를 공짜로 주는 건, 너무 판타지스럽다. 원작도 이런 억지는 부리지 않는데 말이다.



심야식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음식이다. 원작은 일본식 가정요리, 리메이크는 한국식 가정요리다. 1회 연탄불로 구운 가래떡과 조미김은 누구나 간편하게 따라할 수 있는 메뉴다. 쿡방이 대세인 요즘, 심야식당을 만든 원인이 혹시 쿡방을 위해서일까? 원작은 쿡방이 아니라 음식으로 위로를 받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그런 심야식당을 쿡방을 위해 리메이크를 했다면, 원작에 대한 배신이다. 조그만 식당이라고 하면서, 주방은 중식요리까지 할 정도로 엄청난 화력이 갖추고 있다. 


그리고 주문하면 다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너무 쉽게 만들어 준다. 계란말이, 버터밥, 오차즈케, 감자 샐러드, 달걀샌드위치, 소스야키소바, 라멘, 비엔나 소시지 등 늘 갖고 있을법한 재료로 만들어 주면 이해할텐데, 메밀전, 가래떡, 모시조개는 항상 상비하는 재료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문하면 다 만들어 주는데, 한국 심야식당은 너무 생뚱맞는 음식들만 만들고 있다.



일본 대표 가정식인 오차즈케가 한국식 대표 가정식인 국수로 재탄생했다. 나는 연어, 나는 매실, 나는 명란젓 오차스케를 외치던 그녀들, 좋아하는 메뉴가 확실하게 다르듯 각각 다른 캐릭터로 나온다. 까칠한 그녀, 새침한 그녀, 조신한 그녀가 한국에서는 열무, 비빔, 전치 국수로 나온다. 3화에 그녀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때문에 싸웠지만, 사랑보다는 우정을 택한 의리녀로 말이다. 앞으로는 극의 재미를 주는 양념으로 나오겠지만, 동네 아저씨, 술집 언니, 한의사 다음으로 자주 볼거 같다.


이왕 한다고 했으니 쫌 잘하지. 흉내내기에 급급한 한국 심야식당 앞으로 보여줄 내용이 더 많으니, 진짜 우리식 심야식당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Daum PC와 모바일 투데이 블로그에 두둥~(20150717)





하트는 저에게 커다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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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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