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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에 새벽에 가야 볼 수 있다는 인터스텔라, 대단한 영화라고 하면 이상한 덩고집이 생긴다. 다 보는데 따라 봐야지가 아니라, 다 보니깐 난 안볼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버렸다. 개봉 한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상영하고 있는 인터스텔라, 천만관객 외화가 될거 같다는 인터스텔라, 천만 관객 중 한명이 되고자 봤다. 아니 그것보다는 영화 한편을 가지고 왜이리도 요란한지 궁금해졌다. 명량과 비슷하게 교육적인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인터스텔라, 대관절 "넌 누구니"라는 까칠한 시선으로 봤다.

 

아이맥스는 도전히 엄두가 나지 않아, 올레 KT VIP에게 주는 연 6회 영화관람권 그 마지막을 인터스텔라에 투자했다. 마지막 한장이라 더 좋은 영화를 기다렸지만, 인터스텔라만큼 좋은 영화를 찾지 못한 이유도 있고, IPTV보다는 그래도 영화관이 나을거 같아서다. 결론은 왜 이리 요란하게 반응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에겐 그저 딸바보 아빠의 컴백홈인데 말이다.

 

 

2D로 보니, 확실히 아이맥스로 보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169분의 러닝타임동안 그런 장면이 얼마나 나왔을까? 인터스텔라는 영화이지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이야기가 있고, 사랑이 있고, 가족이 나오는 여타 다른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는다. 다르다고 하면 그 소재가 아직은 전혀 알 수 없는 우주공간이라는 점일뿐. 웜홀, 블랙홀, 새로운 은하계 등 전문적인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그걸 직접 본 사람은 아직 없지 않은가? 그저 공상과학 영화일뿐인데, 왜이리도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관심이 없어서 모를 수 있고, 영화를 영화로만 보려는 나의 덩고집이 강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고 싶은 영화는 개봉 초기에 봐야 하는데, 너무 늦게 본 나머지 영화의 결말도 다 알고, 높은 반응도 알아 버려서 영화 시작부터 나의 시선은 꼬여버렸다. 진짜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 이리도 요란한지, 내가 지켜봐주겠어라는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좌표를 찾아 내기 전까지, 황사로 힘든 지구를 보면서 왜이리도 지루할까? 뭐 그냥 재난 영화이기도 하고,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같은데 왜들 그럴까?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을까? 딸바보 아빠가 드디어 우주로 나가고 난 초심을 잃고 영화에 빠져버렸다. '오 저 장면은 아이맥스로 보면 완전 끝내줄 거 같은데, 한번 더 볼까?" 이런 맘이 들기 시작하면서, 영화 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이 났다. '우주에 대해 엄청 궁금해 했고 죽기 전에 나도 그들처럼 달이나 목성 아니면 또다른 은하계에 가고 싶었지.' 어린 나에게 공상과학 소설과 SF영화, 별자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를 보면서 고고학자의 꿈도 꾸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랬던 내가 인터스텔라의 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고, 그냥 영화일 뿐인데 왜 이 난리일까라고 말하는 고리타분한 어른이 되어 버렸다. ET를 보면서 외계인을 믿다고 믿었던 내가, 산타할아버지의 진실을 알아버린 나이를 지나고 산타할아버지로 연기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되니, '그냥 잘 만들었네, 살짝 어렵기 하지만 뭐 재미있는 영화네, 아이맥스로 보고 싶기는 하지만 굳이 2번 볼 필요는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외계인을 믿고 있는 어린 나였다면, 우주비행사 또는 물리학자를 꿈꾸겠지만 너무 멀리 와버렸기에 영화는 단지 영화일뿐이라고 단정 짓는거 같아 엔딩크레딧을 보면서 살짝 우울해졌다. 그래도 인터스텔라를 보기 위해 기존에 나온 SF영화를 교과서처럼 미리 보고 볼 필요는 있을까 싶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라 갔기에, 아빠의 컴백홈을 응원했고 판타지같은 부분이 나와 살짝 허무하기도 했지만 영화이니깐 넘어 갔고, 주인공은 역시 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간은 차원이 다른 곳에서는 불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많은데, 쿠퍼처럼 유령이 되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의 어느 날로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다.

 

 

우주의 시간은 참 무서운 거 같다. 여기의 1시간이 지구는 7년이라는 말, 그래서 완전 할머니가 된 딸과 젊은 아빠의 만남은 살짝 어색했다. 그리고 그들은 식사를 어떻게 했을까? 몇년 치 분량을 갖고 출발했을까? 화장실은 어떻게 했을까? 암튼 다른 방면으로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다. 더불어 쿠퍼의 우주복 속 산소는 얼마나 많기에 그리도 오래 숨을 쉴 수 있었을까? 지구의 시간과 다를 수 있지만, 우주복 속 산소는 정해져 있을거 같은데 말이다.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가는 장면과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행성으로 가는 장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 곳에서 유령이 되어 버린 아빠와 그 존재를 알게 된 딸 SF영화이기에 가능하겠지. 그리고 아무리 과학 영화라고 하지만, 역시 사랑이 나오는구나 했다. 과학보다는 사랑으로 브랜드박사는 제 2의 지구를 찾았고, 딸바보 아빠는 지구를 위험에서 구하고 딸을 만났으니깐 말이다.

 

잘 만들었고 좋은 영화인거 같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스텔라에 대한 엄청난 인기는 솔직히 모르겠다. 단순히 영화는 영화일뿐인데 말이다. 어린 내가 봤다면 미쳐버릴 영화였겠지만, 지금은 고리타분한 어른이니깐 그냥 영화로만 보고 싶다. 딸바보 아빠의 컴백홈으로 말이다. 내가 죽을때까지 이런 영화같은 일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걸 아니깐 말이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 딜런 토마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지당함을 알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번개처럼 번쩍이지 않기에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그 덧없는 행적들이
푸른 바닷가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한탄하며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자들은
섭섭히 해를 보내준 걸 뒤늦게 알고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그리고 당신, 저 슬픔의 높이에 있는 내 아버지
이제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ps... 누군가 이 시가 인터스텔라의 흐름을 말해준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 영화내내 이 시가 계속 나오긴 하던데, 중요하니깐 나오겠지. 되새김질하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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