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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주동 광화문뚝감

국물이 리필이 되면 감자탕, 그렇지 않으면 뼈해장국이라고 한다. 보글보글 끓여서 먹으면 감자탕, 보글보글 끓여서 나오면 뼈해장국이라고 생각한다.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음식이다. 그런데 뚝감은 처음이다. 줄임말로 뚝은 뼈해장국을 담은 그릇에서, 감은 감자탕의 감이 맞다. 역시나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음식이라는 거, 당주동에 있는 광화문뚝감이다.

 

광화문뚝감은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21 1층에 있어요~

당주동보다는 광화문이 더 익숙한 동네이다. 줄 서서 먹는 식당이라고 하더니, 12시 30분 무렵에 왔는데 긴 줄이 있다. 기다리는 거 딱 싫어하는 1인이라서, 동네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1시가 넘어서 오니 줄이 사라졌다. 밖에서 봤을 때는 아담한 밥집인 줄 알았는데, 공간이 꽤나 넓다. 이런데도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다니 오길 잘했다.

사진은 계산할 때 찍은 거라서 여유로워 보이지만, 막 들어왔을 때는 줄만 사라졌을 뿐 여유롭지 않았다. 기다려야 하나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앞치마를 접고 있던 주인장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비어있는 2인 테이블을 가리키면 "여기 앉으세요"라고 해서 바로 앉았다. 

 

설마 쌀 한가마니를 먹는 사람이 있을까?

주메뉴는 감자탕이지만 사람들은 주로 뚝감을 찾는다. 메뉴 특성상 혼밥러가 많은지, 손님도 직원도 개의치 않는다. 혼밥 만렙이다 보니, 겁나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고 바로 주문을 했다 "뚝감(11,000원) 하나 주세요."

 

광화문뚝감 뚝배기감자탕 등장이요~

물에 빠진 고기를 먹을 때, 김치는 무조건이다. 적당히 잘 익은 깍두기와 살짝 덜 익은 배추김치는 취향대로 먹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깍두기를 더 좋아해서,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겨자소스와 고추(매울까 봐 먹지 않아서 청양인지 오이인지 모름)는 알겠는데, 마늘종은 낯설다. 

주로 생양파를 주는데 생마늘종이 나왔다. 양파가 아니네 하면서 아쉬움도 잠시, 마늘종은 양파보다 더 알싸하고 텁텁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단, 많이 먹으면 묵언수행을 하게 된다는 거, 안 비밀이다. 마늘종도 마늘이니깐.

 

된밥 아니고 진밥
너의 이름은 뚝감!

뚝감은 뚝배기감자탕의 줄임말이다. 미리 만들어져 있기에 주문과 동시에는 아니지만 거의 그 정도로 빠르게 나온다. 무심하게 올려져 있는 깻잎 아래 커다란 뼈가 있고, 그 옆에는 작은 통감자가 하나 있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으로 블로그를 검색하면, 광화문뚝감을 포함해 2개가 나온다.

이 정도로 멀리했었나 싶은데, 그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뼈를 제대로 발라먹지도 못하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들깨를 좋아하지만, 너무 과한 들깨는 혹시 모를 고기의 잡내를 잡기 위해서가 아닐까? 괜한 생각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들깨가 들어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국물이 맑고 자극은 1도 없이 담백하다. 

 

뼈가 3개

처음에는 뼈가 2개라서 양이 섭섭한데 했는데, 숨어있던 마지막 뼈까지 총 3개가 들어 있다. 우선 2개를 앞접시에 올려서 뼈와 살을 분리했는데, 어찌나 잘 삶았는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뼈와 살이 쉽게 분리가 됐으며 쏙쏙 발라 먹기에도 편했다.

뼈에 붙어있는 고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으로 고기가 많다. 양은 합격, 그럼 맛은? 역시나 잡내는 일절 없고 야들야들하니 완전 취향저격이다.

 

겨자소스가 강하지 않아요~
배추김치보다는 깍두기가 더 좋아요~

겨자소스는 강하지 않으니 부먹으로 먹어도 괜찮다. 고명으로 들어있는 깻잎은 썰어져 있지 않아서 쌈으로 먹어도 된다. 배추김치보다는 깍두기가 더 맘에 들었고, 앞접시에 남은 고기는 겨자소스를 가득 넣어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중간중간 마늘종으로 입가심을 하면서 1차를 끝냈다.

 

2차는 밥말아~

1차는 고기 독주라면, 2차는 합창이다. 감자는 따로 삶아서 음식이 나갈 때 넣었나 보다.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먹을까 하다가, 합창을 위해 으깨기만 했다. 

 

밥을 투하~
밥 + 국물 + 감자 + 고기 = 완벽해!

남아있던 뼈에도 고기가 많다. 이러니 바쁜 점심시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나 보다. 분리작업을 끝내고 밥은 2/3만 투하한다. 밥에 국물이 스며들도록 잠시 기다린 후, 본격적으로 폭풍흡입에 돌입한다. 1차를 하느라 뚝배기가 적당히 식어서 먹기 딱 좋은 온도가 됐다. 깍두기도 올리고 마늘종도 올리고 그렇게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그동안 감자탕에 비해 뼈해장국은 고기 양이 아쉽다 싶었는데, 뚝감은 아니다. 아쉬움은 1도 없이 행복 그 자체였다. 여전히 감자탕(뼈해장국)은 멀리하는 음식이지만, 당주동에 있는 광화문뚝감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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