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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제목이다 싶더니, 2년전에 읽었던 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이 영화로 나왔다. 시국도 그렇고 여성이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흥행 성적이 별로다. 그래서 영화관도 별로 없고, 상영시간도 엉망이다. 소설을 읽고, 영화로 나오면 꼭 본다고 해서 봤는데, 결론은 괜히 봤다. 역시 원작을 뛰어넘을 수는 없나보다. 글에 비해서 영상이라 확실히 볼거리는 많지만, 소설에서 보여준 세 여인들의 심리적인 묘사나 이야기의 전개가 생각보다 짜릿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결말을 알고 봐서 그런지, 더더욱 맥이 빠졌다. 걸 온 더 트레인의 한줄 결론은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시면 필름이 끊기니, 적당히 마셔야 한다.

 

 

레이첼(에밀리 블런트)

 

애나

 

메건

걸 온 더 트레인(The Girl on the Train)은 세 여인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잘 파악해야 범인을 잡을 수 있고, 영화도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우선 레이첼과 애나의 관계부터, 둘은 전부인과 현부인이다.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이혼을 한다. 그녀가 애나다. 아기가 생기지 않아 힘들었던 레이철은 술을 달고 살게 되고, 알콜중독자가 된다. 술을 마시면 포악해지고 거친 행동을 하게 되는데, 다음날 일어나면 기억을 못한다. 알콜보다는 남편의 외도가 이혼사유였던 거 같다. 왜냐하면 알콜중독으로 회사도 그만두게 되지만, 전남편으로부터 얼마간의 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나는 레이첼과 이혼한 남편과 새살림을 차리게 된다. 남자가 원하는 아이도 낳고, 레이첼의 신혼집이었던 그곳은 이제는 애나의 집이됐다. 애나는 레이첼을 두려워한다. 술취해 자신의 집으로 온 레이첼이 아이를 안은채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레이첼을 안보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는 레이첼이 가엽다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테니 걱정말라고 한다. 

 

 

애나의 집 옆에 사는 매건, 이혼 후 레이첼은 아침마다 뉴욕으로 가짜 출근을 한다. 그때마다 그녀가 살았던 그 집을 기차가 지나간다. 애나의 모습을 안 보려고 노력하지만, 옆집에 있는 매건은 부러움에 항상 쳐다보게 된다. 왜냐하면, 나도 그녀처럼 아이가 생겼다면 여전히 저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때문이다. 매건과 레이첼은 서로의 관계를 모른다. 그저 레이첼이 아침과 저녁마다 매건의 집을 훔쳐볼 뿐이다.

 

매건는 애나의 애를 돌보는 보모다.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매건의 남편이 보모라는 직업을 좋아해, 매건은 애나의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털어놓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이들의 삼각관계다. 그녀들과 함께 세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레이첼과 애나의 남편, 매건의 남편 그리고 매건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소설에서는 3여인의 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 몇월, 며칠, 무슨 요일, 시간으로 디테일하게 나타냈다면, 영화는 현재와 과거로 몇주전, 몇시간전, 몇달전으로 소설보다는 간단하게 보여준다. 그로인해 이야기가 중간중간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는 큰 상관은 없어보인다. 즉, 책을 읽지 않았어도 영화를 보는데 어려움은 없는 거 같다.

 

 

소설의 초반부가 엄청 지루하다고 했는데, 역시 영화도 비슷하다. 장르가 미스터리이니, 후반부로 가야 몰입감도 생기도 재미도 느껴지는데, 알고보니 빅재미는 없다. 소설을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결론이 생각나지 않았다. 블로그에 쓴 리뷰를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스포일러는 공개하지 않기에, 역시나 범인이 누구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레이첼처럼 술도 마신 것도 아닌데...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각 캐릭터에 대해 이해가 될 무렵, 나도 모르게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났다. 책에서는 범인의 존재가 알게 된 순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라서 당황하고 놀랬다. 소설에서는 레이첼을 범인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영화도 이와 비슷하다. 

 

여기서 범인이란, 매건이 사라진다. 그리고 얼마 후 사체로 발견된다. 매건이 사라진 그때, 그자리에 레이첼이 있었다. 술에 취했고, 필름이 끊겼다. 다음날 일어난 레이첼은 자신의 머리에 상처가 생겼고, 전날 누군가를 본 거 같은데, 처음에는 애나라고 생각했지만 기사를 본 후 그녀가 매건임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급진적으로 진행된다. 범인은 레이첼이다. 그녀 역시 자신이 그렇게 했을 거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 술은 많이 마시면 안된다. 끊어진 필름의 조각들이 다시 생각나면 되는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자신의 기억만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꼭 기억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나의 사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 담긴 놀라운 사건들, 레이철과 메건 그리고 애나, 그녀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남자 이야기. 어쩜 이리도 꽈배기처럼 잘 만들어 놨는지, 초반 지루함은 사라지고, 진짜 누구야? 범인이 누구야? 너니? 아니면 저 사람이니? 하면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졌다.(리뷰 중 일부)】

 

책은 범인을 알려주는 그 순간까지 참 쫄깃했는데, 영화는 너무 쉽게 허무하게 풀려버렸다. 스포일러는 밝히면 재미가 없으니, 여기까지 해야 할 거 같지만, 영화화가 되길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좀 많이 실망스럽다. 좀더 쫄깃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인물들과의 관계, 이야기의 전개는 영화보다는 책이 더 좋았던 거 같다. 세밀하게 묘사를 하지만, 책으로는 부족했던 공간에 대한 표현은 확실히 영화가 좋지만, 역시 미스터리는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나은 거 같다. 만약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면 진짜 재미나게 봤을 거 같은데, 스스로에게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야를 말하고 보는 거 같아서, 좀 허무했다. 레이첼에 비해 매건과 애나부분이 약했던 점도 그렇고, 싱겁게 끝난 거 같아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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