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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이후 한달만이다. 요즘은 맘놓고 영화를 볼 여유가 없다. 올레티비 무료영화까지 끊고, 뉴스룸에 뉴스공장에 뉴스쇼에 정치팟캐스트까지 영화보다는 뉴스가 먼저다. 진짜 정알못이었는데, 이제는 정치뉴스를 달달 외울 정도다. 시대가 이러하니, 어쩔 수 없지만 예전처럼 정치를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영화를 멀리하고 있지만, 절대 놓치면 안되는 영화가 있다. 개봉관이 많지 않고, 빨리 내려올 거 같은 불안감에 왠만해서는 안가는 CGV로 갔다. 작년 귀향에 이어 올해는 눈길이다. 

 


눈길은 2015년 KBS에서 2부작 단막극으로 방영했다고 한다. KBS가 좋은 일을 할때도 있구나. 아무래도 드라마였기에, 귀향에 비해 묘사는 많이 떨어지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때의 아픔이 느껴진다. 최근에 위안부 할머니도 직접 뵙고, 수요집회에도 참석한 뒤라 더더욱 절실히 느껴졌다. 영화에서 종분은 부끄러워서 숨기고 살았다고 말한다. 보듬어 주지는 못할망정, 가문의 수치, 화냥년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그랬을 거 같다. 


"우리 애들 니가 기억해야 해. 난 좀 쉬었다 갈게." 눈길 위에서 영애(김새론)는 이렇게 말하고 종분(김향기)과 이별한다. 그리고 해방된 조국에서 종분은 보상금 500원을 받기위해 영애가 된다. 자신은 납치되어 위안부로 끌려갔기 때문에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종분 김향기


영애 김새론


늙은 영애이자 종분(김영옥)은 그때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헤어졌던 영애는 뜬끔없이 종분을 찾아온다. 오지랖이 넓다고 하면서도, 그런 니가 좋다고 말하는 영애. 종분의 그런 성격으로 인해 영애는 지옥과도 같았던 위안부 생활을 버텼다.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여서 집안은 쑥대밭이 됐고, 그로 인해 영애와 친오빠는 위안부로 군인으로 끌려가게 된다. 영애는 몰랐다. 일본에 가서, 공부도 하고 선생이 될 수 있다고 알았기 때문이다. 떠나는 영애를 보면서, 종분은 부러워한다. 나도 영애처럼 일본으로 가고 싶다고 엄마한테 떼를 쓰기도 하지만, 막상 어떤남자가 나타나 일본으로 가자고 했을때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 자리를 피한다. 그런데 그날밤, 아까 만났던 남자가 나타나 종분을 강제로 데리고 간다. 


같이 있던 남동생이 울면서 누나를 부르지만, 동생에게도 피해가 갈까봐 종분은 그저 들어가라고만 한다. 그리고 기차안에서 영애와 종분은 다시 만난다. 그렇게 둘은 만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인간이 아닌 성 노예가 된다. 


많이 봤고, 많이 들었고, 많이 읽었는데, 볼때마다 들을때마다 읽을때마다 적응이 안된다. 작은 독방에 얼굴에 멍이 든채 웅크리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 정말 저랬을까?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건 정말 용서가 안된다. 고작 10억엔으로 다 끝났다고 하는 저들의 만행을 보면, 어이가 없다. 그런데 저들보다 더 괘씸하고 용서가 안되는 건, 그네들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잘못 아니에요." 숨겨왔던 그간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종분에게 말한다. "미안하다고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네가 미안하다고 해." 영애가 종분에게 한 말이다. 할머니 잘못은 아니고, 미안하다고 할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런데 지금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있으니, 귀향과 눈길에 이어 앞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이딴 합의를 하는 그네들이 있기에, 진정한 사죄와 명예회복이 되는 그날까지 잊어서도 안되고 잊혀져서도 안된다.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재편집했다는 걸 알고 봤지만, 영화적으로 봤을때 아쉽고 미흡한 부분이 많은 거 같다. 그래도 꼭 봤으면 좋겠다. 만약 아직까지 귀향을 안봤다면, 둘 중에 하나만 보고 싶다면, 솔직히 둘 다 보라고 하고 싶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귀향이다. 훨씬 아프고 슬프지만, 눈길에 비해서는 사실적으로 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민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아시아 태평양의 곳곳에 끌려갔고, 버려졌으며, 그 일부가 우여곡절 끝에 생존한지 73년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아픔을 기억하고 살아계신 할머님은 39명뿐이다. 올해는 제대로된 사죄와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런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정권이 바뀌면, 세상도 달라지겠지. 



남산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억의 터.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해할 사람들은 너희들이다. 기필코 꼭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세월호 아이들의 진실도 함께... 같이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3월 10일 11시, 생중계로 한다고 했으니, 꼭 지켜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기도뿐이니, 제발 인용이 될길 기도하고 또 기도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재야~ 꼭 그렇게 해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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