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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럴 수 있을까? 어쩜 이리도 닮아 있을까? 영화 터널의 원작인 소설 터널은 2013년에 나왔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그날이 지나고, 2016년 영화 터널이 나왔다. 영화같은 현실이란 말은 긍정적, 로맨틱 등등 좋을때 쓰이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나 암울하고 암담할때도 영화같은 현실이라고 해야 할 거 같다. 2014년 4월 16일이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면, 영화 터널을 본 내 느낌은 완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않기에, 영화내내 참 많이 불편했다.


사실은 보고 싶지 않았다. 반전은 없는 행복한 결말로 끝날 거라는 생각에 보고 싶지 않았다. 현실은 아직 그대로인데, 영화는 어찌됐든 결말을 보여줘야 하니깐, 현실과 다른 결말을 보여줄 거 같았다. 역시나 영화의 결말은 우리가 원하는데로, 그렇게 끝이 났다. 


영화는 터널에 갇힌 하정우와 밖에서 그를 구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나뉜다. 터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개사료도 먹고, 본인의 오줌까지 먹어야 하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는 살기위해 버텨낸다. 참 슬프고 비참한 상황인데, 그 속에서 그는 웃음까지 담당을 하고 있다. 진짜 웃으면 안되는데, 정수(하정우)가 아끼고 아낀 케익을 강아지가 다 먹어버린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빵터졌다. 진짜 웃으면 안되는 처절한 상황인데, 웃고 있다니...




부실공사에 뒷돈 거래, 정부의 보여주기식 태도 그리고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까지 뭐하나 빠진거 없이 영화나 현실이나 참 똑같구나 했다. 그런데 하나가 더 남아 있다. 지금까지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어떤이들의 잘못이라고 하면 되는데, 이건 내 잘못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구조가 늦어지면서, 사고 초기 엄청난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이 점점 무관심으로 변해 간다. 더구나 구조작업 중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해서는 안되는 이젠 그만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구조를 그만하자는데 찬성한 65%의 사람들, 그 속에 나도 있었을 거 같다. 초기에는 안타까워하면서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어버리는 그런 방관자였을 거 같다. 2014년 4월 16일 이전에 나는 완벽한 방관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잊지 않기 위해, 멍청한 방관자로 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러기에 영화 터널의 결말이 너무 부러웠다. 현실에서 구조대장으로 나왔던 오달수 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이렇게 슬픈 현실은 되지 않았을텐데...






ⓒ네이버검색, all

터널 속에 갇힌 그와 터널 밖에 있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휴대전화다. 그나마 전화연결이 되서 참 다행이다. 생사확인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하루에 한번 짧은 시간이지만 통화를 할 수 있었고, 구조작업도 잘 진행됐다. 하지만 부실공사로 인한 엄청난 오류가 발생하고, 배터리가 방전으로 인해 그와의 연락이 끊기면서 구조는 난항에 빠지게 된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를 그만 끝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의 아내는 남편이 죽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거,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준다. 누군가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절대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살기 위해서라면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하지 않았다면... 자꾸만 2014년 4월 16일이 오버랩 된다. 2013년도에 나온 원작이기에,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영화 터널은 너무나 닮아 있다. 


"야무지게 무너졌다." 오달수가 무너진 터널을 보면서 하는 대사. '이눔의 부실공사는 암튼...'

"집에 왔다." 하정우가 본인의 차로 돌아오면서 하는 대사. 이때 웃음이 났다. 그럼 안되는데... 


영화 터널과 소설 터널은 그 결말이 다르다고 한다. 소설이 더 세월호를 닮아 있다고 하던데, 왠지 어떤 결말일지 예상이 된다. 같은 결말이 더 좋았을까? 지금처럼 다른 결말이 더 좋았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영화를 먼저 보긴 했지만, 소설도 보고 싶어졌다. 소설 터널을 시작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다룬 소설 균 그리고 소설 그날까지 소재원 작가의 책에 한동안 빠져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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