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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에 다시 문래동 방앗간을 찾았다. 지난번에 먹지 못했던, 생연어비빔밥을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영화를 보면 망한다고 했던가? 이게 음식에도 적용이 되는지 몰랐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것일까? 연어 비빔밥이 낯설어서 그랬던 것일까? 배가 고프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까? 이리저리 고민을 했는데, 결론은 다시 먹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연어비빔밥은 나랑 안 맞는 걸로 하고, 익숙한 연어 초밥, 연어 샐러드 그리고 연어롤이나 먹어야겠다.



원래 작은 공간인데, 꽉찼다.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딱 한 테이블이 남아 있다. 내부 모습과 메뉴판이 궁금하다면...▶▶ 클릭



앉자마자, 주문부터 한다. "사장님, 생연어 비빔밥과 계란말이요." 기본찬은 김치, 가지볶음, 나물무침으로 지난번과 동일하다. 계란말이를 주문해서 그런지, 기본찬에는 빠졌다. 생각해보니, 기본찬으로 계란말이를 주는데 괜히 주문했나 싶지만, 인당 한조각으로 감질나게 먹는거보다는 실컷 제대로 먹고 싶었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이자, 그토록 고대했던 생연어 비빔밥이 나왔다. 미역국도 함께.



눈이 참 즐겁다. 푸르고 푸른 녹색과 주황빛 연어 그리고 수줍은 하얀 양파와 무순까지 비주얼은 단연코 갑이다.



화룡점정은 센터를 맡고 있는 와사비다. 비빔밥을 비비기 전 연어부터 맛을 봤다. 음~ 생연어의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좋았어, 이걸 비비면 더 맛나지겠지. 회덮밥으로 생각하고 초고추장을 찾았지만, 방앗간은 간장이란다. 간장과 와사비로 맛나게 비벼야 하단다. 그렇다면, 좋았어~ 간장으로 와사비를 잘 풀어준 다음에 젓가락으로 재료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잘 비벼 아니 섞어준다.



다 했다. 비주얼 갑에 먹는 갑까지 투갑을 만들 순간이 왔다. 밥과 생연여 그리고 다양한 채소까지 한번에 숟가락으로 잘 담은 다음 입으로 골인. 투갑이 되야 하는데, 뭥미? 그냥 간장으로 비빈 밥 맛에, 연어 맛만 난다. 채소는 식감만 느껴질 뿐이다. 비빔밥이라면 자고로 다양한 재료들이 모여 조화로운 맛이 나야 하는데, 이건 합창이 아닌 동시에 독창을 하는거 같다.



머리 속으로 그린 생연어 비빔밥 맛은 연어의 깊은 맛이 느껴지면서 채소의 싱그러움, 무순의 촉촉함, 양파의 알싸함 뒤에 톡쏘는 와사비와 함께 간장을 품은 부드러운 밥맛이었다. 그런데 와사비는 실종이 되어 버렸고, 살짝 식은 밥은 간장과 따로 놀고 있었다. 배가 불러서 그런가? 며칠동안 머리 속으로 그렸던 맛과 너무나 다른 맛이라 실망과 당황함이 함께 쓰나미처럼 찾아왔다. 



이걸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같이 간 지인이 초고추장을 들이 붓는다. 와사비 간장에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비볐는데, 초고추장을 추가로 넣고 숟가락으로 강하게 비벼, 평범한 회덮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초고추장만 들어갔을 뿐인데, 맛이 있다. 강한 초고추장이 앞에 서면 모든 맛은 한없이 작아지나보다. 더불어 내 입맛은 고급지지 않다는걸 알게 됐다.



인당 한조각의 아쉬움을 날리고자 주문한 계란말이. 포장마차에서 보던 그런 계란말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연한 노란빛과 초록이 참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인당 한조각으로 아쉬움을 주면서 먹는게 나은거 같다. 너무 많으니깐, 물린다. 달달한 계란말이랑 소주 한잔은 언발란스다. 역시 소주에는 갖은 채소를 넣고 투박하게 만든 우리식 계란말이가 더 낫다.


생연어 비빔밥 맛이 궁금해서, 한조각 계란말이가 아쉬워서 찾았던 문래동 방앗간. 계란말이는 아쉬움으로 먹고, 생연어 비빔밥은 이번 한번으로 끝내야겠다. 저렴 입맛에는 그저 친숙한 육개장과 삼겹수육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 방앗간 육개장과 삼겹수육 맛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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