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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인쇄골목에 있는 작은 국수집. 방송에 나온 곳을 싫어하지만, 가끔은 방송때문에 좋은 곳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난 여름 수요미식회 콩국수편에 나왔던 곳. 지금도 콩국수가 될까?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 찾아간 곳, 만나 손칼국수다.



대한극장에서 직진을 하다가, 길을 한번 건넌다. 그리고 오토바이가 많은 매장을 지나고 지나다보면, 작은 골목이 나온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 안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눈이 아닌 코가 먼저 찾는다. 진한 멸치육수의 향이 작은 골목을 꽉 채우기 때문이다. 아하~ 바로 여기구나. 인쇄 골목안에 있는 만나 손칼국수집이다.



일부러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갔다. 방송에 나온 곳이니, 여전히 손님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한이 끝났나보다. 3~4명 정도가 먹고 있었는데, 딱 봐도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다. 외지인(?)은 나뿐이다. 혼자 왔으니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얼굴만 안 나오면 된다고 해서 조심스럽게 찍었다. 내부는 요런 테이블과 벽면에 혼자 먹을 수 있는 좁고 길다란 테이블이 있다.



100% 오픈주방. 앞에 있는 2개의 김치통. 하나는 겉절이, 다른 하나는 익은 김치다. 다 먹고 나서, 계산할때 알았다. 익은 김치는 미리 말을 해야 준다는 사실을... 겉절이만 나와서 오늘은 익은 김치가 없구나 했는데, 단골로 보이는 분이 주문을 하면서 익은 김치를 함께 달라는 말에, 아뿔싸했다. 


메뉴는 딸랑 2개. 칼국수 6,000원과 칼만두 7,000원. 혹시하는 맘에 콩국수가 되나고 물어보니, 여름이 지나서 끝났단다. 냉면은 4계절 내내 되는데, 왜 콩국수는 여름에만 될까? 못 먹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갈 수는 없다. 칼만두에 들어가는 만두를 직접 만든다고 해서, 천원이 더 비싼 칼만두를 주문했다. 



칼만두(7,000원). 



김치없이 못살아, 정말 못살아~라는 노래가 생각날 정도로, 칼국수는 김치다. 달라는 말을 못해서 익은 김치는 못 먹었지만, 그래도 칼국수에는 겉절이가 더 어울리는 법. 아삭한 배추김치와 부드러운 국수의 만남은 언제나 옳다.



냄새로 이 곳을 찾았기에, 나오자마자 먼저 국물부터 먹었다. 진한 멸치육수의 냄새가 났지만, 냄새에 비해서는 맛은 그리 진하지 않았다. 딱 먹기 좋을만큼, 개운하고 담백했다. 매운맛은 절대 없다. 테이블에 양념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담백한 국물을 좋아하므로 추가로 넣지 않았다. 면은 풀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탱탱하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만한 그런 식감이다.



원래 후루룩 먹어야 제맛인데, 마이 뜨겁다. 칼국수는 나오자마자 호호 불면서 먹어야 좋다고 하지만,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는 1인이라 먹기 좋은 온도가 될때까지 사진찍기 놀이를 시작했다. 이 일로 인해 엄청난 후폭풍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는 정말 몰랐다.



칼국수에는 역시 겉절이. 아삭한 김치 올려서 아~함. 방송에서 김치가 참 맛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 김치를 더 달라고 해서 남긴 다음에 싸달라고 할까? 잠시나마 이런 어리석은 생각까지 했을만큼 김치가 참 좋았다.



주먹만한 크기의 왕만두가 3개 들어 있다. 얼핏 만두피에 비치는 만두소의 정체가 설마 그건 아니겠지. 담백한 국물을 해치는 그건 아니겠지. 



설마가 잡는다고 하더니, 역시 김치만두다. 앞접시를 달라고 해서 따로 먹었더라면, 담백한 국물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 만두 한개를 부셔버리고 나니, 담백했던 국물은 점점 고기기름에 김치가 추가되면서 원래의 맛을 잃기 시작했다. 



과한 사진찍기 놀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후추를 팍팍 추가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아까는 국물이 엄청 많았는데, 몇 번 맛을 봤다고 없어진걸까? 내가 먹지 않았다면, 국수와 만두가 국물을 먹었나 보다. 딱 먹기 좋은 온도가 된 관계로 호호 불지 않고, 후루룩 후루룩 김치 올려서 칼국수 한번, 김치 올려서 만두 한번 그렇게 고개 숙인 자세로 먹기에 집중했다. 



먹다보니, 식당에 손님은 나 혼자였다. 바쁜 점심시간을 보낸 후 직원분들의 식사시간에 내가 왔던 거 같다. 만나 손칼국수 직원들의 점심 메뉴는 뭘까? 칼국수가 아니고, 따끈한 밥에 고기반찬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칼국수를 먹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만드는 칼국수인데, 질리지도 않나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본인들이 직접 먹는다는 건, 그만큼 음식에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소박한 칼국수 한 그릇이지만, 그 속에 만든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국물을 더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시간에 온 내가 불청객(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착했나 싶다)인거 같아서 그냥 먹고 있었다. 

"아이고, 국물이 없네. 국물 더 드릴까요?"

"아~ 네 그래주시면..."

"사진 찍는다고 국수가 다 불었나보네."

"헤헤~ 그럼 죄송하지만, 김치도 더..."

(국물이 추가되고, 면에 비해 국물이 많아진 걸 본 주인장 왈) "밥 말아 먹게 밥 드릴까?"

"아니오.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국물을 너무 많이 주셨다. 이렇게 챙겨줬는데, 남기면 안될 거 같아서 무리를 하고야 말았다. 끝끝내 국물을 조금 남기긴 했지만, 난 충분히 노력했다. 천원이 더 비싼 칼만두, 개인적으로 그냥 칼국수가 더 좋다. 만두로 인해 탁해진 국물이 별루였기 때문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콩국수는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내년 5월에 오면 된단다. 두번의 계절을 보내야 하지만, 내년 5월이 되면 콩국수 먹으러 충무로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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