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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더워지기 전에 등산을 해야 한다는 너님과 함께 새벽에 벌교에서 달리고 달려 영암에 도착했다. 월출산이 어떤 산인지 굳이 검색을 안해도 된다. 가다보면, 진짜 멋드러지게 생긴 산이 나오는데 그게 월출산이다. 산 이름에 악이 들어가야 험한 산이라고 했다. 월출산에는 악이 없다. 그래서 너무 쉽게 봤다. 오호~ 이런 된장!! 보디가드처럼 따라다니던 날파리와 함께 험한 여정을 시작했다. 전남 영암 월출산이다.



차 안에서 월출산이 보이기 시작할때부터 느꼈지만, 이건 가벼이 여길 산이 아니다. 해발 809m이지만, 숫자가 그럴뿐 나에겐 무리다. 처음부터 천황사를 목표로 했기에,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저질체력이지만, 그래도 천황사는 그리 멀지 않으니깐. 가볍게 후다닥 올라갔다 올 수 있겠지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쩜 이리도 가상한지. 내 몸은 생각지도 않고, 의욕만 앞섰다. 구름다리까지 간다는 너님을 두고, 천황사도 어려울 수 있을거 같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함께 산에 올랐다.



오호~ 만만하게 볼 상대가 절대 아니다. 애시당초 정상은 포기하기 잘했다.


【월출산(月出山)은 높이 809m이며, 월나산·월생산이었다가 조선시대부터 월출산이라 불렸다. 주봉은 천황봉이고 장군봉·사자봉·구정봉·향로봉 등이 연봉을 이룬다. 산세가 매우 크고 수려하며 기암괴봉과 비폭·벽담, 많은 유물·유적 등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 총면적 41.88㎢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유물·유적으로는 월출산마애불좌상(국보 제144호)·도갑사해탈문(국보 제50호)·도갑사석조여래좌상(보물 제89호)·무위사극락전(국보 제13호)·무위사선각대사편광탑비(보물 제507호)·월남사지모전석탑(보물 제298호) 등이 있다.

도갑사-정상-천황사, 금릉경포대-정상-천황사, 금릉경포대-정상-도갑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월출산의 일출·일몰광경은 호남 제일의 장관으로 손꼽힌다.(다음백과사전에서 발췌)】



시작은 언제나 참 쉽다. 그래서 괜한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아스팔트 길이 끝남과 동시에 찾아올 험난함을 알기에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참 소중하다. 그래서 더 늦게, 더 천천히 삼림욕을 하면서 쉬엄쉬엄 걸었다. 절대루~ 이때부터 힘이 들지는 않았다. 



너님은 1.7km가야 하는데, 난 얼마나 가야하는걸까? 천황사까지 거리는 나와있지 않다. 엄청 가깝다고 하더니, 이정표에 조차 넣지 않을만큼 가까운 거리인가 했다. 만약 그 거리를 알았더라면, 그냥 월출산 입구만 찍고 기다렸을텐데...



대형 모니터를 기준으로 왼쪽에 보이는 작은 문간은 저 곳이, 본격적인 월출산 등산 시작점이다.



등산로가 이렇게 좁을 수 있을까 싶다. 빽빽한 대나무로 인해 하늘은 보이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보디가드처럼 따라다니는 날파리와 함께 돌길을 걷자니 힘이 든다. 너님은 벌써 저만큼 갔는데, 여기서 포기할까? 천황사는 가깝다고 하더니, 10분을 가도, 30분을 가도 나오지 않는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거니? 올라올때 본 주의사항에서 등산은 2인 이상을 권장한다고 하더니, 바로 이거였나 보다. 만약 여기서 비명횡사해도, 아무도 모를텐데...



딱 10걸음만, 딱 저기 앞에 까지만 그렇게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고 걷고 또 걷다보니, 어느새 머리 위로 바람이 불더니 하늘이 보였다. 저기 어딘가에 구름다리가 있을텐데, 참 멋진 다리라고 하던데, 지금 내 다리가 말썽인데, 남의 다리를 봐서 뭐하나 싶다. 그나저나 천황사는 아직 멀었나? 엄청 가깝다고 하던데, 왜 안 나올까?



드디어 갈림길이 나왔다. 그런데 잠깐만... 아까 분명 구름다리까지 1.7km라 했는데, 여기서 구름다리까지 1km가 남았단다. 그리고 천황사까지는 100m가 남았단다. 그럼 600m를 걸어온 셈이다. 산 입구에서 가깝다고 알고 있었는데, 700m였다니... 나에게만 먼 거리지, 다른 이들에게는 짧은 거리인가 보다. 모르고 왔을때는 얼마나 더 가야하나 싶었는데, 100미터 남았다고 하니, 좀만 더 힘을 내자. 천황봉까지 어쩌고 저쩌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좁다란 돌길을 걷고 코너를 돌아서 또 걷다보니, 짜잔. 드디어 도착을 했다. 여기가 천황사다. 


천황사는 월출산 사자봉 아래 평탄한 곳에 있던 옛 절터에 승려 정각이 2004년 천황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새롭게 창건된 사찰이다. 북동쪽으로는 영암읍의 평야지대가 내려다 보이며 주위는 월출산이 병풍처럼 둘려져 있다. 천황사는 신라 진평왕 연간에 원효대사가 사찰을 창건하여 천황사라 칭하였다고 전해진다. 또 신라 헌강왕 연간에 도선국사가 이를 중창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띠로리~ 띠로리로리로~~ 공사중이다. 엄청 유명한 절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담하다. 병풍같은 월출산은 참 웅장하고 좋은데, 그에 비해 천황사는 참 왜소해 보인다.



천황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절벽(?)이 나오는데, 거기서 바라본 영암의 모습이다. 음... 오늘 일정이 썩 좋지 않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복선이다. 단순하게 안개가 많은 거라고, 곧 사라지겠지 했는데, 그러하지 않을거라는 복선이었다. 왜 이때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나.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생각하면 이정도 계단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실망감이 너무 컸는지, 오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늘은 여전히 내 마음처럼 어둡구나. 힘들더라도 구름다리까지 갈걸. 아직은 체력이 미세하지만 남아 있는데, 너님따라서 구름다리까지 갈걸. 지금은 후회중이다.


여기서 만난, 두마리 견공이 있었다. 한마리는 절벽으로 가던 중 만났는데, 내가 떨어질거처럼 보였나 보다. 어찌나 짖어대던지... 또 다른 한마리는 대웅전 계단을 오르던 중 만났는데, 너무 놀라서 내가 소리를 지를뻔 했다. 왜냐하면 계단 아래에 있는 왼편 건물 으슥한 곳에 커다란 검은개가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난 너무 놀라서 얼음이 됐는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헌번 휙 보더니 다시 잠을 자는 거 같았다. 진짜 놀랐는데, 검은개의 리액션이 너무나도 허무해서 완전 무안해졌다.



문이 잠겨있지 않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법당 내부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무례한 행동인거 같아서다. 가볍게 절을 올리고, 다시 나왔다.



너님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구름다리에 도착했을까? 바다는 들어가지 않고 보는게 좋다고 했던 나, 역시 산도 오르지 않고 바라만 보는게 좋은 거 같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천황사 모습. 원래는 이러하지 않았을텐데, 생각보다 많이 아담한 사찰이다. 개인적으로 후보정은 리사이즈와 밝기 조절만 하는데, 이번에는 색보정까지 좀 많이 해야했다. 안하면, 그냥 안개낀 모습뿐이었기 때문이다.



내려가야 하나? 너님의 발자취를 따라 구름다리까지 가야하나? 아주 심각하게 고민은 개뿔, 바로 하산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1시간 동안 힘들게 돌길을 걷고 또 걸어서 여기에 왔는데, 10분도 안되서 아스팔트 길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눔의 저질체력이 문제였다는 걸 다 내려와서야 알게 됐다.


그럼 다시 구름다리로... 미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절대 해서는 아니될 생각이다. 월출산 근처에 카페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식당도 있기에, 거기서 좀 쉬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9시도 안된 시간인지라, 문을 연 곳이 거의 없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 근처 공원에서 너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비가 온다. 소나기이겠지 했는데, 그 비가 해남을 가면 해남으로, 순천을 가면 다시 순천으로 따라 왔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전망이었는데, 다 망쳤다. 


월출산, 참 좋은 산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험난함"을 포함했으면 좋겠다. 월출산, 험난하지만 참 좋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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