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왜 하필 6월의 첫날 아가씨를 선택했을까? 차라리 곡성이 나은 거 같다. "왜 내가 이딴 영화를 돈 주고 봤을까?" 후회 중이기 때문이다. 하정우, 조진웅이 아니었다면, 안 봤을텐데... 박쥐 이후로 박찬욱 감독 영화는 안 봐야지 했는데, 그새 그걸 잊었다. 영화 소개에서는 아가씨를 스릴러, 드라마라고 했지만, 내가 봤을땐 퀴어영화다.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결혼하기 위해 한 남자의 이야기가 영화 아가씨의 간략 줄거리다. 백작(하정우)은 아가씨 곁에 자신의 심복을 둔다. 왜냐하면 그는 백작이 아니라 사기꾼이며, 심복 역시 유명한 여도둑의 딸이었다. 그들의 콤비 플레이로 아가씨는 점점 그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스릴러 장르이니, 비밀을 감추지 않고 처음부터 보여준다. 백작이 심복(하녀, 김태리)에게 아가씨의 마음에 들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며,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작전을 펼친다. 곡성은 마지막에 가야 알 수 있는데, 아가씨는 처음부터 보여주는구나 했다. 그런데 영화가 좀 이상하다. 3개의 섹션으로 영화가 나눠져 있는데, 첫번째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빠르다.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첫번째 이야기에서 궁금했던 부분과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들이 나온다. 그런데 또 영화가 이상하다.
이 둘의 관계가 이상하다. 분명 백작과 심복의 콤비플레이였는데, 갑자기 플레이어가 바꿨다. 허허~ 이거 참, 속고 속이는 영화구나 했다. 그런데 또 다시 콤비가 바뀐다. 꼬이고, 또 꼬이고 이럼 영화가 어려워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보다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영화가 또또 이상하다. 백작과 아가씨, 하녀의 관계가 그렇고, 아가씨와 이모부(조진웅)의 관계가 그렇고, 이모부와 여집사(김해숙)의 관계가 참 묘하다.
묘하고 이상한 느낌은 어린시절 아가씨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내가 이걸 끝까지 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더러웠다. 있는 사람들은 이러고 노나 싶었다. 내부자들에서 더럽게 놀더니, 일제시대에도 있는 것들은 더럽게 노는구나 했다. 직접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게 다를뿐, 예나 지금이나...
왜 배경이 일제시대였을까? 왜 한국영화인데, 자막을 읽어야 하나? 영화 내용이 너무 더러우니깐, 그렇게 만든 것일까? 그런 영화를 왜 돈을 내고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의문은 엔딩크레딧이 보고나서야 알게됐다. 아가씨는 원작이 있는 영화다. 레즈비언 역사 스리럴인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가 원작이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들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와 뒤바뀐 출생, 유산 상속을 노리는 사기꾼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란다. 그리고 2005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도 있다.
궁금해졌다. 핑거스미스와 아가씨는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지... 이야기의 뼈대는 비슷한 거 같은데, 남녀의 관계를 리얼하게 묘사하는 낭독회는 소설에는 없을 거 같기 때문이다. 5공 시절, 3S 정책이라고 있었다. 스포츠와 스크린 그리고 SE☆.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했던데, 혹시 또다른 3S 정책인가? 연예인 연애기사는 너무 뻔한 물타기 작전임이 노출됐으니,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아가씨로 작전을 변경한게 아닐까? 너무 과한 공상이겠지. 또 혼자 너무 멀리 갔나보다.
하정우, 조진웅. 아가씨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는데, 실망이다. 사기꾼 하정우, 변태 이모부 조진웅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거 같다. 최근에 봤던 시그널과 더 테러라이브(일주일 전에 또 봄)에서 그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더 그런 듯 싶다. 이들보다는 아가씨와 하녀가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그녀들의 정사장면은 농도가 진해도 너무 진하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여여 버전인 줄 알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배경이나 조명이 참 무겁다. 공포영화라고 해도 될만큼, 음산하고 오싹하다. "햇빛은 책을 바라게 하거든." 아하~ 대놓고 어둡게 만들려고 하는구나 했다. 영화가 재미가 없긴 없었나 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버렸다. 혼자서 예의를 지켜야겠기에 앉아있었는데,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감독, 주연배우 이름이 나오고 출연진이 나오는 부분이었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자막에 이렇게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장순" 김태리가 가장 먼저 나오고,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은 이용녀와 이동휘 다음에 나왔다. 이게 말이 돼 하면서 다시 자막을 봤는데, 여기서 빵터졌다. 통장순으로 보였던 부분이 사실은 등장순이었다. 영화 아가씨에 대해 누군가 "영화 어때?" 물어본다면, 내용보다는 통장순에 대해서만 말할 거 같다.
궁금증, 하녀가 정신병원으로 잡혀가는 곳이 서대문 형무소인거 같은데, 저만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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