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삶의 바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해양문화실
깊고 푸른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일터가,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며 생활양식, 예술, 신앙 등 인류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해운문화실은 바다가 우리의 삶 속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어업은 떼려야 뗼 수 없다. 식량에 일자리까지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니깐.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크고 작은 어촌은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의 삶을 담고 있다.
문어단지는 어둡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문어과 생물의 습성을 이용한 어구이다. 가리는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구로, 물고기가 있는 곳을 향해 내리찍어 고기를 가두고, 위쪽으로 고기를 꺼낸다. 김밥 제작 틀은 김을 만들 때 필요한 김발을 짜는 틀로, 장고형 고드렛돌을 실로 연결해 틀의 상부에 걸어놓았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것은 생계와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바다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삶은 풍요로움과 두려움을 넘나들어야 했기에 풍어와 무사 안녕에 대한 어부들의 절실함은 해양신앙을 탄생시키는 원천이 됐다. 어민들은 바다신의 영험함에 따라 풍어와 흉어가 결정되고, 비바람과 거친 파도에도 무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같은 바다이지만, 대표 어종은 다르다. 동해안은 오징어, 꽁치, 명태, 대게 / 서해안은 조기, 민어, 갈치, 꽃게 / 남해안은 고등어 멸치, 삼치 등과 김, 굴, 전복을 기르는 양식업이 발달했다.
우리나라 갯벌에는 멸종 위기종 철새를 비롯해 2천여 종이 넘는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갯벌은 지구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중요서식지로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어민들은 맨손이나 조새, 호미, 가래, 갈퀴 등의 손 도구를 사용해 갯벌 생물들을 잡아 왔는데, 이러한 전통 어로방식을 갯벌어로라고 부른다. 갯벌어로는 2021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소금창고로,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과 고된 노동이 필요하다. 자염은 소금가마에서 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이다. 일제강점기 천일염 제조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활발히 생산된 우리나라의 전통 소금이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햇빛과 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자염은 많은 연료와 노동력이 필요해 생산단가가 높지만, 천일염은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다.
주안염전은 1907년 인천 주안역 북부지역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천일염전이다. 갯벌이 넓고 조차가 클 뿐 아니라 낮기온이 높아 바닷물이 잘 증발하는 등 천일염을 생산하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췄다. 1960년대까지 유지되다가 경인고속도로와 공단이 생기면서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염전 일은 힘든 노동이다. 일 년에 여덟 달을 일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폭양 속에서 바닷물을 가두고 빼고 저녁이면 염전 바닥에 눈처럼 내려앉은 소금을 긁어모아서 창고로 나른다. 비가 오면 밤에도 염전으로 뛰어나와 소금물을 빼서 물창고에 가둔다." (출처: 김훈, 라면의 끓이며)
초기 항만에는 하역 장비가 거의 없어서 사람의 힘으로 배에 있는 물건을 육지로 옮겼다. 항만 노동자로 불린 이들은 지게 같은 간단한 도구만 사용해 양곡, 목재, 철재 등 다양한 화물을 실어 날랐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배와 육지로 수차례 오가면 맨몸으로 무거운 짐을 옮겨야 했기에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짐이 와르르하고 부두에 쏟아졌다. 신철이는 차츰 숨이 차오고 팔이 떨어져 오는 듯했다. 짐에서 떨어지는 먼지며 바감결에 불려오는 먼지가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몸부림치는 바람에 가라앉지 못하고 공중에 뿌옇게 떠돌았다. 사람을 달달 볶아 죽이고야 말려는 듯한 지독한 별은 신철의 피부를 벗기는 듯했다."(출처: 강경애, 인간문제)
1960년대 이후 2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수출입 물량이 많아지자 항만에 지게차와 크레인 같은 하역 장비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는 항만시설을 확대해 하역 능력이 1억 톤을 넘어섰고, 이후 신항만 건설과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현재 우리나라 항만의 하역 능력은 약 14억 톤에 달하게 됐다.
광복 당시에는 남한 기준 1,000만 톤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러한 발전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맨몸으로 짐을 실어 날랐던 항만 노동자들의 땀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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