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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넘어로 봤던 음식들을 직접 해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전 직장에 다닐때, 커뮤니티 부서가 있었습니다. 그 중 요리교실이 있어, 수업 후 남은 재료들이 넘쳐났죠. 다음 수업때 활용할 수 있었지만, 그때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하는 채소와 같은 재료들이 많았습니다. 옆에서 보니, 그냥 쓰레기통에게 주기에 "우리가 먹자". 그리하여 몇개월동안 점심을 제가 도맡아서 준비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10시 30분쯤 요리강의실로 내려가서 전기밥솥에 밥을 해 놓고, 한시간 뒤 오늘은 어떤 재료로 뭘 먹을까하면서 본격적으로 점심 준비를 했었죠. 요리를 정말 못한다라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또 잘하게 되더라구요. 

 

주로, 볶음밥이 대세였지만, 나름 제철 재료로 토속적인 음식도 했었습니다. 어느날은 햄이 많길래, 햄 넣고, 갖은 채소 넣고, 그냥 볶았죠. 카레가루가 있길래, 넣어보니 노랗게 이쁜 색도 나면서 꽤 괜찮은 볶음밥이 되더군요. 계란후라이는 노른자는 반숙으로 해서 비벼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최대 인원이 6~7명 정도 됐는데, 그들을 위해 한동안 엄마(?)가 되었답니다. 물론 혼자 다 하지는 않고요. 각각 담당이 있었어요. 하지만 총괄은 제가 했습니다. 설겆이만은 절대 하지 않았고요. 그때 회사일이 무척 힘들고 바빴지만, 야근을 하더라도 점심 엄마의 일은 놓치지 않았답니다.

 

아침 출근길, 회사 근처 청과물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도 사고, 힘든 회사 일을 먹는 즐거움으로, 출근길인지 장보는 길인지 착각할만큼 열성적으로 엄마역할을 했었죠. 어느 봄날, 마트에 냉이가 있길래, 냉이된장국에 도전해 보고 싶어 냉이와 두부를 사고, 맛깔나는 집된장을 협찬(?)을 받아 냉이된장국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음식인지라, 일은 안하고 폭풍검색만 했었죠. 상사 몰래 사무실을 나와, 냉이뿌리의 흙을 흐르는 물로 씻어서, 재료 손질을 마치고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냉이 손질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나름 정성스럽게 냉이 손질을 마치고, 대형 냄비에 물과 멸치를 넣고 끓인 후, 멸치는 건져내고 된장을 풀었습니다. 냉이를 처음부터 넣으면 안된다고 해서, 한소끔 끓은 후에 냉이와 두부를 넣었습니다. 처음 도전한 음식이었는데, 제가 봐도 완전 성공적으로 나오더라구요. 구수한 된장 맛에 상큼한 냉이내음까지 완전 건강식이 따로 없더군요. 물론 협찬받은 된장이 너무 훌륭했지만, 만든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니 더 맛나더군요.

 

50인분의 대형 전기밥솥인 관계로 매일 밥을 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대신 그 밥을 그냥 먹기는 힘들어서 볶음밥을 자주 해야만 했지요. 음식 못하는 사람이라도 볶음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니깐요. 이날은 김치볶음밥에 냉이된장국 그리고 만드는 대신 집 반찬을 갖고 온 직원의 제육볶음으로 인해 거한 점심이 되었습니다. 반주 생각이 났지만, 아쉽게 그냥 먹기만 했어요.

 

몇 번해보니, 이제는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손맛 좋은 엄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회사이지만, 나름 엠티 분위기를 내기위해 카레에 도전했습니다. 솔직히 카레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이긴 하죠. 당근, 양파, 감자는 있었고, 고기는 회사와 집이 가장 가까운 직원이 맡았습니다. 30분동안 할만한 음식이 아닌지라, 11시쯤 사무실을 나와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각각의 재료들을 살짝 볶아준 후, 카레를 풀어 푹 끓어주면 끝이더라구요. 고기를 맡은 직원이 당근을 절대 먹지 못하는 지라, 그 당근을 저에게 주는 바람에 당근이 좀 많네요.

 

아쉽게 인증샷을 남기지 못했지만, 계란말이는 정말 환상적으로 잘했고요. 여름 장마철에는 대형 고추장이 있길래, 장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장떡은 팔아도 될 정도로 맛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답니다. 너무 토속적인 음식만 했지만, 어깨 넘어 배운게 다 그러해서 저도 모르게 엄마표 밥상을 만들게 되었네요. 지금은 집에 혼자 있으면 라면, 계란후라이, 다 조리되서 나온 새우 볶음밥 정도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하면 제대로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손맛을 쓸 일이 생겨야 하는데, 아직은 없네요. 참 아쉽게도 말이죠. 참고로 집에서 제가 이런 음식을 했다고 하면 절대 믿지 않더군요. "네가... 설마... 네가 아니지" 이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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