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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알게 된지 3년 됐는데, 벌써 10주년이란다. 너무 늦게 안 듯하나, 늦었을때가 빠르다고 하니깐. 안병광 회장은 서울미술관 설립자다. 그가 수집한 작품을 모아모아서 개관 10주년 특별전을 한다는데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관람(15,000원)이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

원래 미술전시 관람은 계획에 없었다. 미술관이지만 석파정만 따로 관람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작품 전시를 봐야 석파정으로 나갈 수 있단다. 그리고 미술관 티켓으로 한달간 석파정 입장이 가능했는데, 티켓을 재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없앴단다. 솔직히 미술관보다는 석파정이 좋아서 계절마다 갔는데, 앞으로는 전시회 일정을 보면서 가야한다. 이번에는 보고 싶던 전시회라서 결제(15,000원)를 하고 티켓을 받았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는 한 명의 미술 애호가가 40여 년의 세월 동안 수집한 애장품으로, 서울미술관의 컬렉션이자 역사다. 설립자 안병광 회장의 시간은 두려움과 아픔, 그리고 희망과 사랑으로 축약될 수 있는 파란만장한 순간으로 가득 차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근현대 걸작과 함께 한 애호가의 알려지지 않은 수집이야기를 소개한다고 리플렛에 나와있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이번 전시회를 보고나니 매우 몹시 궁금해졌다.)

 

박생광 화백의 범과 모란 (1983)
도상봉 화백의 정물 (1975)
도상봉 화백의 국화 (1973)
도상봉 화백의 비진도의 여름 (1972)
젖 먹이는 아내(모자) (1958)

박완서 소설을 보면 그림을 잘 그리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사는 일을 위해 하나 밖에 없는 재주로 열심히 작업을 했다는 그는, 박수근 화백이다. 그는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으나, 부친의 사업실패로 인해 유학의 꿈을 포기한 채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았던 박수근은 자신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 풍경을 그리며 서민들의 따듯하고 선한 마음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여인과 소녀들 (1964)
노상 (1961)
박수근 화백의 우물가(집) (1953)

김기창 화백의 예수 그리스도의 일대기를 그린 예수의 생애 연작은 줄곤 유럽인의 시각으로 재현되었던 예수의 모습이 아닌,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한국인의 모습으로 해석한 예수의 모습이다.

 

수태고지 (1952~1953)
아기예수의 탄생 (1952~1953)
병자 고치다 (1953~1953)
츤향시리즈 (연도미상)
춘향시리즈 마지막 병풍
미인도 (연도미상)
운보 김기창 화백의 군마도 (1969)
여인 (1974), 자화상 (1969)

한의 화가 혹은 꽃의 화가라 불리는 천경자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의 정서를 여인과 뱀, 꽃에 투영한 채색화를 선보였다.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줄곧 투영해왔던 천경자는 1970녀내부터 세계 각지를 누비며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드로잉과 회화로 남겼다.

 

새 (1973), 조락 (1947), 개구리 (1970)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여인을 둘러싼 동물들이 평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아프리카 초원의 이미지에 자신의 49세 인생을 중첩시킨 대작으로 1년여에 걸친 긴 작업이었다고 한다.

 

청혼 (1989)
고(孤) (1974)
청춘 (1973)
임직순 화백의 소녀 (1986)
임직순 화백의 화실 (1982)
유영국 화백의 산 (1989), 움직이는 산 (1980)
이대원 화백의 사과나무 (2000)
이대원 화백의 배꽃 (2000)
한묵 화백의 푸른나선 (1975), 황색의 핵 (1986), 원색의 비상 (1986)
황소 (1953년경)

이중섭의 작품은 크게 드로잉, 유화, 수채화, 엽서화, 은지화, 삽화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채색화의 경우에도 소묘가 중심이 된다. 표현주의적인 채색방식과 함께 물감을 칠한 뒤 긁어내거나 연필로 누르듯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서울미술관에 와본 사람이라면, 설립자가 이중섭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황소는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데, 다른 작품들을 사진이 아니라 실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길 떠나는 가족 (1954)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 (1950년대)
이중섭 화백의 아이들 놀이 (연도미상)
이응노 화백의 수탉 (1960), 문자추상 (1964), 구성 (1976)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 (2013)
김환기 화백의 추상화 (1969)
김환기 화백의 십만 개의 점 (1973)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미술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데 여전히 보는 눈이 없나 본다. 김환기 화백의 십만 개의 점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공간을 넓게 차지하고 있기에, 꽤 중요한 작품이구나 하는 느낌은 받았다. 하지만 정말 점이 십만 개일까? 이런 생각만 했었는데, 수집가의 문장을 읽고 반성 중이다. 

 

"사실 이 작품을 소장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100억이 넘어가는 가격을 듣고 좌절했습니다. 지금껏 비싸더라도 미술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은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사야겠다는 의지로 이 길을 걸어왔지만, 100억이라는 돈은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이 외국으로 나가면 김환기 최고의 작품을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아끼고 아꼈던 자식 같은 소장품들을 팔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김상유 화백의 임청각, 심소루, 애일당 연지암, 오산역오수
김상유 화백의 여러 작품들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근현대 걸작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어전히 미천하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 나름 전시회도 자주 가곤 했는데,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 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전시회 관람을 쭉 계속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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