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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동 부엌 시즌4

김밥과 라면이 있다고 동네 분식집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관은 분식집같긴 한데, 실속은 꽤나 괜찮은 식당이다. 바테이블이 있어 혼밥하기에도 좋고, 불맛 가득 짬뽕으로 겨울밤이 춥지 않고 든든했다. 양평동에 있는 부엌 시즌4다.

 

외관은 동네 분식집 스타일

식당명은 부엌이다. 그런데 시즌4는 뭘까? 이번이 처음이라서 직접 물어보지 못했지만, 시즌에 따라 메뉴를 달리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에스본부에서 하는 생방송 투데이에 나왔던 곳이다. 방송에 소개된 음식은 스테이크 김치찌개였다. 그런데 작년에 있던 메뉴가 지금은 없는 걸로 봐서는, 작년에는 시즌3였고 올해는 시즌4인가 보다. 창가에 바테이블이 있지만, 주방쪽 바테이블에 앉았다. 

 

계란지단이 가득 들어있는 계란김밥이 유명하다는데, 짬뽕과 함께 먹기에는 무리인 듯 싶다. 야한 부엌으로 만원의 안주도 있는데, 요거랑 김밥이랑은 다음에 와서 먹기도 하고, 짬뽕(9,000원)을 주문했다.

 

오픈주방이니 만드는 과정을 다 볼 수가 있다. 나름 불쇼를 많이 봤는데, 여기는 한참동안 펼쳐졌다. 커다란 웍에서 불이 춤을 추고 있으니, 불향에 불맛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부엌시즌4 짬뽕 등장이오~

짬뽕을 먹기 전에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기본찬에 대한 고찰이다. 김치는 옹기에서 단무지는 일반 플라스틱에서 가져올때는 몰랐다. 그저 평범한 김치와 단무지겠지 했다. 그런데 단무지는 평범했지만 김치는 완전 달랐다. 냄새에서 뭔가 다름이 느껴지더니, 맛을 보니 이건 직접 담근 김치다. 익은 강도는 신김치로 가는 그 중간 어디쯤인데 시원함에 아삭함은 갓담근 김치같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안에 굴이 있다. 즉, 굴을 넣어 담근 김치다. 김치때문에라도 또 가지 않을까 싶다.

 

불맛 가득 짬뽕

오징어 사이로 보이는 요상한 거시기(?)는 바로 딱새우다. 칵테일 새우도 좋다고 할텐데, 딱새우라니 이거 너무 고급지다. 순간 제주도에 살짝 댕겨온 느낌이랄까? 그저 느낌일뿐이지 여기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이다. 

 

불맛은 만들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시 가득하다. 맑고 깔끔한 국물보다는 걸쭉에 가깝지만 깊은 국물맛과 진한 풍미가 엄청나다. 밥을 먹으러 왔지만, 아무래도 녹색이를 소환해야겠다. 짬뽕이니 빨간맛이지만 비주얼에 비해 맵지 않다.

 

재료들이 다 큼직해서 저작운동을 많이 해야 하지만, 그만큼 맛은 더 풍부해진다. 짬뽕이니 오징어는 기본, 겨울 시금치에 달달한 배추, 여기에 양파, 호박, 당근까지 내용물이 다양하니 아니 좋을 수 없다.

 

밥이 아니라 면을 먹을때는 아빠 숟가락이 아니라 국자같은 숟가락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는데, 부엌에는 있다. 아빠 숟가락에 면을 올리면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국자처럼 면적이 넓으니 안정감있게 면을 올릴 수 있어 좋다. 먹기에도 좋고, 사진 찍기에도 겁나 좋다.

 

딱새우가 한개도 아니고 4개(실은 6개)나 있다. 일반 새우라면 그냥 손가락을 이용해 대가리를 제거하고 껍질을 까면 되는데, 딱새우는 그게 안된다. 이름처럼 껍질이 겁나 딱딱하기 때문이다. 우선 비틀기 전법으로 머리와 몸통을 분리한다. 껍질 제거는 우선 치아를 이용해 새우를 깨문다. 그럼 껍질이 갈라지면서 틈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손가락을 이용해 제거하면 된다. 워낙 딱딱한 녀석이라 여러번 깨물어서 틈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생한 보람에 비해 딱새우는 겁나 작아

어렵사리 껍질을 제거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쉬운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가위를 이용해 머리와 몸통을 나누고, 꼬리는 가위를 이용해 자른다. 그다음 남은 몸통에 젓가락을 넣어 쭉 밀어주면 새우살이 쏙 빠진다. 그런데 손과 치아만을 이용한 나의 방법은 새우 형태를 온전히 살릴 수 있는데, 주인장이 알려준 방법은 새우살이 으깨져서 나온다. 딱딱한 딱새우 머리를 먹을때는 도구를 써야하는데, 젓가락을 이용해 긁어내면 된다. 그래야 고소한 내장과 살을 야무지게 먹을 수 있다.   

 

딱딱한 껍질 속에 있을뿐 속은 겁나 부드러운 딱새우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짬뽕 국물까지 오래오래 그 향과 맛을 즐기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딱 한숟갈. 

 

짬뽕 is 뭔들이랄까? 그냥 먹어도 좋고, 단무지와 먹어도 좋고, 시원상콤한 배추김치와 먹어도 좋다. 면은 일반적인 우동면을 사용하는 거 같은데, 다른 게 워낙 좋으니 면은 그닥 신경쓰이지 않는다.

 

국물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면, 밥을 말아서 먹을 타이밍이다. 공깃밥은 서비스라고해서 조금만 달라고 했다. 역시 국물이 좋으니, 밥을 말아도 좋다. 다음에는 면대신 밥을 달라고 해서 짬뽕밥으로 먹어도 좋을 듯 싶다.

 

짬뽕은 중국집이, 나가사키짬뽕은 일식 주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당분간은 불맛 가득에 진한 국물이 매력적인 부엌이 가장 먼저 생각날 거 같다. 참, 부엌 시즌4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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