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한일식당 (in 광천토굴새우젓시장)
광천에 왔다면 젓갈백반 정도는 기본으로 먹어줘야 한다. 짭조름한 젓갈과 따끈따끈 흰쌀밥의 조화는 더할나위 없기 때문이다. 백반답게 다양한 반찬이 있지만, 온리 젓갈만 보인다. 어리굴젓부터 창난젓까지 7가지 젓갈을 먹을 수 있는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한일식당이다.
광천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젓갈백반을 먹기 위해서다. 물론 시장구경을 하긴 했지만, 그건 식당 옆에 시장이 있어서다. 이때가 3시 언저리였는데, 영업을 하는 걸로 봐서는 브레이크타임은 없는 듯 싶다. 젓갈백반은 2인분이 기본이라서, 혼자왔다면 먹지 못하고 구경만 했을 거 같다. 아니면 무리임을 알면서도 혼자서 2인분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백반 종류가 많지만, 서울에서부터 계획을 하고 왔으니 "젓갈백반(8,000원) 2인분 주세요."
짭조름한 젓갈에 비해 간장게장과 조기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반찬은 슴슴한 편이다. 젓갈을 많이 먹어야 하니 다른 반찬은 소금간을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그란 접시에 있는 건 누가봐도 어리굴젓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고추가 올려져 있고, 시뻘건 양념까지 모두다 똑같다. 음식을 가져다 준 직원분에게 어떤 젓갈이냐고 물어봤는데, 본인도 잘 모르겠단다. 어리굴젓을 제외하고는 비주얼로는 어떤 젓길인지 찾는 건 무리인 듯 싶다. 아무래도 직접 먹으면서 찾아야겠다.
시골된장같은데 짠맛이 너무 강해서 별로 먹지 못했다. 만약 젓갈이 없었다면, 된장찌개에 무생채와 열무김치를 넣고 쓱쓱 밥을 비벼 먹었을 것이다. 콩나물까지 있으니 딱 비빔밥인데, 그럼 밥을 3공기나 먹어야 한다. 젓갈에 2공은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된장비빔밥에 1공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고로 된장찌개를 포기하고 젓갈에 올인하기로 했다.
1번은 비주얼만으로도 알 수 있는 어리굴젓이다. 젓갈류에서 워낙 독보적인 존재라 따끈한 흰쌀밥에 어리굴젓 한점은 완벽 그 자체다. 진한 굴의 풍미와 짠맛은 밥과 섞이면서 입안 가득 굴잔치가 벌어졌다.
2번은 조개젓인 줄 알았는데, 글을 쓰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한일식당의 7가지 젓갈에서 조개젓이 없다. 대신 가리비젓갈이 있다. 조개와 많이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가리비젓갈인 듯 싶다. 젓갈의 짠맛이 사라지면 가리비 특유의 단맛이 올라온다.
3번은 숟가락 위로 젓갈을 올리니, 특유의 생김새 때문에 바로 알게 됐다. 너의 이름은 낙지젓이다.
어리굴젓처럼 딱 보자마자 알았다. 4번은 오징어젓갈이다. 워낙 자주 먹었고, 그 맛을 너무나 잘 알기에 바로 5번으로 넘어갔다. 젓갈계의 오돌뼈라고 해야할까나. 오도독 식감이 독특한 아가미젓갈이다.
6번은 낙지와 헷갈릴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다름을 알 수 있다. 너의 이름은 꼴뚜기젓갈이다.
7번은 개인적으로 그닥 즐겨먹지 않지만 명태의 내장(창자)으로 만든 창난젓이다. 그저 맛반 봤는데도 어느새 공깃밥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역시 젓갈은 무시무시한 밥도둑이 아닐 수 없다.
간장게장에 조기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젓갈에 집중해야 하니, 가위바위보없이 게딱지를 식도락 여행친구에게 양보했다. 조기살 조금, 게장 역시 소량만 김에 올려 정말 맛만 봤다. 게장과 함께 오징어젓갈을 올렸다. 자주 온다면 한번은 젓갈백반을, 또 한번은 된장백반을, 여기에 게장백반까지 골고루 다 먹어보고 싶다.
젓갈은 맨밥에 잘 어울리지만, 물에 만 밥에도 잘 어울린다. 고로 공깃밥을 추가한 후, 밥을 물에 만다. 아까와 동일하게 하나씩 올려 먹는다. 사진은 아가미젓(좌)과 어리굴젓(우)만 찍고는 먹는데 집중한다. 호사스런 젓갈백반은 집에서는 불가능이니, 지금 맘껏 즐겨야 한다.
어리굴젓, 가리미젓, 낙지젓, 아가미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창난젓 등 7가지 젓갈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매력이다. 과한 염도를 잡기위해 밥을 많이 먹어야 하지만, 젓갈을 좋아한다면 요런 과식은 대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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