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고래식당 마포점
짜증날때 짜장면이 아니라 짜증날때는 과식이다. 배가 터지도록 든든하게 먹으면, 짜증이 났던 일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아무리 단순한 성격이라지만 맛좋은 밥을 먹었다고 해서 다 잊혀지지 않는다. 허나 먹기 전과 달리 짜증의 강도는 그리 세지 않다. 혜자급 고등어구이를 푸짐하게,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고래식당 마포점이다.
고래식당은 생선조림이 매인인데, 주문은 2인부터라 혼밥을 하고 싶어도 못했다. 그래서 언제나 2층에 있는 연안식당에만 갔다. 그런데 집착을 버리면 다른 메뉴가 보인다. 조림을 버렸더니, 혼밥러도 주문할 수 있는 생선구이가 있다. 나름 생선킬러인데 조림과 구이를 차별할 이유는 없다. 둘 다가 안되면, 하나라도 먹어야 한다.
생선구이 중 모듬이 있지만, 혼자는 불가능이다. 고로 단품에서 주문을 해야 한다. 후라이팬에 자작하게 기름을 둘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집에서 어머니가 만든 생선구이 맛 그대로 제공을 한단다. 고등어, 삼치, 굴비, 갈치 중 고등어구이(11,000원)를 주문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삼치만 국내산이고 나머지는 수입인데 고등어는 노르웨이에서 왔단다.
먼저 반찬이 나오고, 15분 정도 기다리니 고등어구이가 나왔고, 또 5분을 기다리니 솥밥이 나왔다. 메인이 나오기 전, 반찬을 먹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전체컷을 담기 위해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대신 미역국을 먹기 위해 숟가락만 들었다.
미역국을 포함하면 반찬은 7첩이다. 연안식당이나 고래식당이나 국은 항상 미역국이다. 다른 점이라면, 연안은 바지락이 들어있고, 고래는 양이 많다. 간은 전체적으로 슴슴한 편이라 반찬을 많이 먹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메뉴판에 한마리라고 나와 있지만, 혜자급 크기인 줄은 몰랐다. 혼자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등어가 엄청 실하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등어구이를 보자마자, 찌증은 저세상으로 사라져버렸다. 머리 속은 온통, '이눔의 사진 빨랑 찍자.' 레몬을 뿌리면 좋다는데, 개인적으로 반대다. 왜냐하면 고등어 맛을 해치니깐. 그나저나 고추냉이 간장을 알겠는데, 시래기는 왜 나왔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녀석(?)의 존재를 가볍게 생각했다.
갓지은 솥밥에 노릇노릇 구운 생선구이라, 이 조합 대~~찬성일세. 숭늉을 위해 밥을 지을때부터 눌어붙게 만든 거 같다. 완벽한 누룽지는 그냥 먹지 말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구수한 디저트(?)를 만나고 싶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등어만 먹어도 되지만, 살짝 염도가 있으니 밥과 함께 먹어야 더 좋다. 따끈따끈 솥밥에 노릇노릇 고등어구이만 올려도 충분한데, 여기에 구수구수 시래기까지 아니 좋을 수 없다. 혼밥이라 조림은 못 먹지만, 구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아까의 조합에서 고소고소 생김을 더한다. 그리고 고등어 반마리가 사라질즈음에 시래기를 리필한다. 생김은 넉넉하게 나왔으니 추가 리필없이 한번에 2장씩 깔고 밥과 고등어는 필수, 시래기와 마늘종, 열무김치는 선택이다.
디저트라 쓰고, 2차전이라 부른다. 어떻게 먹든 밥과 생선의 조합은 아니 좋을 수 없다. 맨밥에 올려서 먹어도 좋고, 물에 말아서 먹어도 좋다. 위는 아까부터 한계라고 알리고 있지만, 여기서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짜증날때는 과식이이니깐.
엄청난 고등어구이를 뼈만 남기고 다 해치웠다. 육고기 먹을때 껍질(비계)은 먹지 못하면서, 생선 껍질은 환장을 한다. 어두육미인 대가리조차 남김없이 완벽하게 다 먹어치웠다. 접시 위에는 고갈비라 불리는 고등어 등뼈만 남아 있다. 고래식당에 고래는 없지만, 노르웨이에서 바다 건너 온 토실토실 고등어는 있다. 앞으로는 2층 연안으로 갈지, 1층 고래로 갈지, 심각하게 고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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