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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덕수궁

11월은 가을일까? 겨울일까? 아니면 늦가울과 초겨울이 공존하는 있는 중일까? 정답은 간절기다.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의 그 사이 기간을 말한다. 어찌보면 가을도 맞고, 겨울도 맞고 공존도 맞다. 뭔가 애매한 거 같지만, 지금이야말로 덕수궁의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을 때다. 

 

2016년 11월 23일

3년 전 덕수궁이다. 5대 고궁의 가을을 담으러 다녔는데, 어찌하다보니 덕수궁을 너무나 늦게 갔다. 단풍도 낙엽도 하나 없이, 을씨년스러우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다. 노란 카펫으로 변한 덕수궁을 만나게 될지 일절 몰랐기에, 추운지도 모르고 신이나 시니나~♬ 하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이때의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으니, 올해도 기대를 하고 덕수궁으로 향했다. 

 

3년 전에 비해 3일이 늦었지만, 그때 그 풍경을 또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서울주교좌성당 앞 은행나무를 보고 눈치 챙겨야 했다. 노랗게 변하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많은 은행잎이 여전히 나무에 있기 때문이다. 이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한문

매표소에서 결제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소리. "학생 200명과 선생 몇명.." 아무래도 수능이 끝나고 현장학습을 온 고3 친구들인 듯 싶다. 살짝 난항이 예상되지만, 저들보다 앞서 가거나 한참 뒤처져서 가면 될 듯 싶다.

 

중화전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보며, 옆길로 빠졌다. 자주 온 곳이니, 중화전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으니깐. 늘 푸른 소나무 옆에 있어 그런가? 앙상하게 나뭇가지만 남아 있어 더 처량해보인다.

 

광명문

지난번에 왔을때 공사 중이더니,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광명문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광명문은 고종이 기거하던 함녕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일제때 덕수궁이 크게 훼손되면서 광명문 좌우에 있던 행각이 철거되었고, 이 문도 중화문의 서남쪽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원위치를 하긴 했는데, 문만 덩그러니 있어 아까 만난 나무처럼 처량해보인다.

 

작풍명: 밝은 빛들의 문

그나저나 문 중앙에 무언가가 있다. 올 9월부터 내년 4월 5일까지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가 전시 중이다. 고종황제의 서거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근대의 태동을 알렸던 대한제국 시기 미래 도시를 향한 꿈을 현대 건축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라고 한다. 광명문의 중앙 출입구를 액자 심은 빛을 문을 통해 가상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는 작품이다.

 

함녕전은 고종이 거처하던 침전으로 이곳에서 승하하였다.
작품명: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

전환기의 황제를 위해 디자인한 바퀴 달린 가구를 통해 이동성과 변위, 융통성이라는 개념을 또한 섬기는 자와 섬김 받는 자의 중첩을 탐구한다라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관람객은 가구에 직접 앉아보며 동서양이 만나던 대한제국기의 과도기적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는데, 글쎄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미알못이라서 가구보다는 카트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저곳은
고종황제가 커피를 즐겨마셨다는 정관헌
정관헌을 지나 덕수궁의 가을을 만나러 갑니다.

정관헌을 나오면 작은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을 걸다보면 왼편에는 석조전이, 오른편에는 덕수궁 돌담길 전면개방에 따라 새로 생긴 데크길이 나온다. 덕수궁에서 나무가 많은 곳은 여기와 연못 주변이다. 연못은 현재 카페 지붕 공사로 가림막이 있어 갔다가 바로 나왔다.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만든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구나~ 이래서 가을을 보내기 싫다. 너를 눈에, 마음에 그리고 작은 카메라에 담다. 

 

감상중

공사 중인 곳이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만, 붉게 물든 단풍을 맘껏 바라봤다. 여기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머리 위로 손을 들고 사진을 찍었고, 모두다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석조전을 지나고
덕수궁의 유일한 중층의 목조건물 석어당을 지나쳐

드디어 3년 전 엄청난 기쁨은 안겨준 그 곳에 왔는데, 은행나무잎이 여전히 푸르다. "어라~ 이게 아닌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노란 은행잎보다 노랗게 변해하고 있는 은행잎이 더 많다. 그리고 노란 카펫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맨땅이다. 

 

물론 카펫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3년 전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른 은행나무를 보니, 잎이 꽤 많이 떨어졌는데 바닥은 휑하다. 혹시 청소를 한 걸까? 물론 청소를 해야겠지만, 가을 덕수궁의 매력이 사라진 거 같아 겁나 아쉽다. 

 

작품명: 미래의 고고학자

100년 전 즈음 우리에게 소개된 근대적 조망의 상승된 시야를 재현하기 위해, 격변의 동시대에 르코르뷔지에가 제안했던 메종 돔-이노와 같은 건축구조의 추상적 모티브를 따른다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미알못에게는 그저 철로 만든 녹색 계단으로만 보인다. 더불어 노란카펫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이라이자같다.

 

아~ 3년 전에 봤던 그 풍경은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작년에는 11월초에 와서, 올해는 날짜를 맞춰서 왔건만 눈이 부시게 하늘만 맑다. 덕수궁 은행나무를 마지막으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려고 했는데, 이거 참 찝찝하다. 

 

석조전을 바라보는 중
중화문
작품명: 대한연향

과거 의례를 치렀던 상징적 공간인 중화전 앞마당에서 오색 반사필름으로 시시각각 바람에 반응하는 이 작품은 빛을 산란시키고 춤추듯 화려한 색의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운다라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다른 작품과 달리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3년을 기다렸는데, 붉게 물든 단풍만 실컷 봤다. 덕수궁으로 가을 마침점을 찍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좀 더 질척거려야겠다. 왜냐하면 정말 멋진 은행나무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만 봐서 확실하지 않지만, 오늘 만나러 갑니다~

 

덕수궁에 왔으면 정동전망대는 필수

여기서 보니, 울창한 은행나무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잎은 언제쯤?

덩그러니 홀로 서있는 광명문 뒤고 함녕전과 덕홍전 그리고 석어당도 보인다. 그 뒤로 오렌지색 지붕이 인상적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보인다. 

 

을사늑약의 현장 중명전이다. 위에서 보니 석조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 같은데, 가려면 궁 밖으로 나와야 한다. 경복궁, 창덕궁 못지 않게 덕수궁도 넓었다는데...

아관파천의 현장 러시아공사관이다.

위에서 보니 덕수궁도 창경궁처럼 덩그러니 전각만 남아 있다. 임금이 있는 대궐을 구중궁궐이라 불렀다는데, 지금은 벌거벗은 임금님같다. 노랗게 변하고 있는 은행나무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레드가 아니 노란 카펫이 깔리면 다시 갈 것이다. 그 모습을 놓칠 수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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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 옛모습 그대로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 옛모습 그대로

원래는 유럽식 궁궐이었는데, 미술관, 의사당, 회의장, 박물관, 다시 미술관, 전시관, 사무소 등으로 많이도 바꿨다. 갖다 쓰더라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주면 되는데, 변신은 훼손을 하기 위한 핑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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