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복수분식 (feat.대전근현대사전시관)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를 먹고 싶으나, 다 먹을 자신이 없다. 다른 곳이지만 두부두루치기는 작년에 먹었으니, 올해는 칼국수다. 빨간맛 국수에 쑥갓이 듬뿍 들어간 얼큰이 칼국수. 드라마 '내 멋대로 해라'가 생각나는 대전에 있는 복수분식이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주인장에서 물어보려는데, 사실은 입구에서 봤다. 영자 언니가 맛나게 먹었든 그 국숫집이 여기가 맞다. 언니는 국수에 두부두루치기까지 다 드셨지만, 나는 무리다. 그래서 얼큰이 칼국수(6,000)를 주문했다. 검색해보니, 방송은 작년 4월 7일이었단다. 일 년 하고도 하루가 지난 4월 8일에 왔다.
여기도 많이 한가해졌으니, 등촌동에 있는 코끼리 만두도 한가해졌을까? 혹시 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지금 예약하면 몇 개월 후에 먹을 수 있다고 나온다. 얼큰이 칼국수는 복수분식에서 먹고, 김치만두는 만들어 먹거나 요즘 풀무원 만두가 인기라고 하던데 고걸 사 먹어야겠다.
테미공원에서 복수분식까지 993미터 약 16분 정도 걸으면 도착을 한다고 지도 앱이 알려줬다. 그런데 앱이 알려준 방향대로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곧 보여야 하는 대전고등학교는 안 보이고 생뚱맞게 보문산에 한화 이글스 야구장이 나타났다. 16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약 한 시간 만에 도착을 했다. 테미공원이 처음도 아닌데, 매번 공원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오른쪽으로 간다. 공원을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회전을 하다 보니, 그들을 따라갔던 거 같다. 암튼 힘들게 왔고,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다.
배고픈 사람의 맘을 아는지 우선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두부두루치기를 주문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안 하길 정말 잘한 거 같다. 힘들 때는 담백보다는 자극이다. 새빨간 얼큰이 칼국수, 비주얼부터 사람을 흥분시킨다. 첫끼로 빨간맛이라 살짝 두렵지만, 침샘은 벌써 대폭발이다. 젓가락부터 들고 바로 공격을 해야 하는데,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로마에 가면 거기 법을 따라야 하듯, 복수분식에서는 칼국수에 쑥갓을 넣어야 한다. 쑥갓대가 굵어서 잎만 넣어서 먹으라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하나하나 잎만 떼어서 칼국수에 듬뿍 넣었다. 처음부터 쑥갓을 다 넣기보다는 먹으면서 넣는 게 훨씬 좋다. 그럼 다 먹을 때까지 쑥갓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수 + 쑥갓 + 계란 + 빨간 국물을 촉촉하게 = 비주얼대로 은근 많이 맵다. 아무래도 도움을 받아야 할 거 같다.
공깃밥이 있지만, 김가루가 푸짐하게 들어간 주먹밥을 주문했다. 직접 만들어 먹는 주먹밥이라고 나와 있지만, 어차피 혼자 먹을 건데 굳이 주먹밥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기로 했다. 뜨거운 흰밥에 김가루만 들어갔을 뿐인데. 무지 맛나다. 매운 칼국수를 먹은 후라 그런지, 밥이 술술 들어간다.
매운데 뜨겁다. 매운맛은 주먹밥에게, 뜨거운 맛은 앞접시에게 맡기면 된다. 덜어서 후루룩 후루룩~ 지금은 칼국수를 먹는 중이다. 쑥갓은 먹을 때마다 조금씩 넣는다. 그래야 향이 더 난다.
복수분식의 얼큰이 칼국수는 쑥갓이 신의 한 수다. 그저 맵고 매운 칼국수인데, 쑥갓으로 인해 상큼한 매운맛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넣으니 확실히 다르다. 쑥갓은 가락국수나 국수를 먹을 때 그저 고명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주조연이다.
숟가락으로 주먹밥을 하나 가득 담는다. 국물만 남아 있는 앞접시에 숟가락을 무심하게 넣어둔다. 서서히 흰밥이 빨간밥이 될때쯤, 쑥갓을 올리고 단무지로 마무리를 한다. 그다음은 입이 즐거울 차례다.
국수가 조금 남아 있을 때, 밥을 투하한다. 밥도 먹고, 국수도 먹고, 탄수화물 과다복용이다. 그래도 쑥갓이 있으니, 나름 건강식이라 우겨본다. 두부두루치기는 아쉽지만, 쑥갓 듬뿍 얼큰이 칼국수는 성공적이다.
복수분식에서 500미터도 안 되는 곳에 영화 변호인 촬영지인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 있다. 소화도 시킬 겸, 걸어서 왔다. 입구에서부터 싸한 느낌이 들더니, 역시 대부분의 전시관, 박물관은 월요일이 휴관이다. 영화에 나왔던 계단(송강호와 이성민이 만나던 장면)까지만 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2층에 있던 옛도지사실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직진을 하면 대전역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갈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본 뉴스로 인해 이번에는 안 가려고 했지만, 몇 분후 빵집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대전여행의 마지막은 늘 그러하듯, 성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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