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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독산4동처럼만 했으면 좋겠다. 동사무소였다가, 주민센터였다가, 이제는 찾아가는 동사무소(이하, 찾동)가 됐단다. 솔직히 명칭만 바꿨을 뿐, 뭐가 달라졌는지 몰랐다. 어쩌다 한번씩 가는 곳이고, 서류만 발급받고 바로 나와서 바꿔도 바꿨는지 몰랐다. 암튼 내 동네 찾동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남의 동네 찾동에 와서 와~ 여기 참 좋네 이러고 있다.


독산4동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우수 사례로 꼽힌 곳이다. 사람중심 골목만들기 공청회가 있다고 해서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참석을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 의문점이 들었다. 왜 많고 많은 동네 중 독산4동일까? 



행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을 하는 바람에 동네주민인 듯 찾동 구경을 시작했다. 민원처리를 담당하는 1층, 증명서, 등초본, 전출입 등등을 하는 곳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굳이 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스럽게 계단을 이용하게끔 장치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반 고흐의 방이 독산4동에 있었던가? 본인 방을 구경하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방 구경도 할겸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다.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라는데,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런데 찾동에 도서관이 있었던가?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센터는 알고 있었지만, 도서관은 처음이다. 왜 독산4동을 우수사례로 선정했는지, 이거 하나만 봐도 알겠다. 집에서 가까운 찾동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매일 출석도장을 찍을 거 같다. 




독산4동, 골목 풍경이 달라집니다. 서울혁신파크 리빙랩 지역혁신과제 주민공청회. 참고로 이 행사를 준비하는 저 분들 모두 공무원(찾동 직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독산 4동 주민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원봉사하려고 온 분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잘못 짚었다. 이번 공청회를 준비한 주축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독산 4동이 성공한 찾동이 된 이유는 바로 주민때문이다. 물론 행정적인 기반도 있었겠지만, 주민 스스로 안전하고 깨끗한 동네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한다. 



공청회 사회를 맡은 분도 역시 주민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던데, 독산4동은 다른 동네에 비해 주민자치가 잘 되어 있는 거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니, 남이 해주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늘 남탓만 했던 내 자신이 참 부끄럽다. 



독산4동은 아파트에 비해 주택이 많은 동네다. 한때 이곳은 골목길 불법주차가 극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보다 사람이 우선되는 골목길을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공유주차제도를 만들었단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공유해, 비어있는 시간에는 다른 차가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행복주차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내 주차장에 다른 이와 공유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공무원이 아니라 동네 주민이 직접 나서서 설득을 하니,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두번째는 환경도 생각하는 물건 공유상자다. 안쓰는 물건을 가져오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나눔상자로, 물건공유를 통해 주민들 간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독산 4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주민들 스스로 함께 하고, 같이하며, 서로 공유를 했기에 가능했던 거 같다.



진짜 마을우산이 있다. 우산 없이 나왔는데, 비가 온다면 독산 4동 주민은 마을우산 정거장으로 가면 된다. '비와서 빌렸다'라고 적힌 노란 우산이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가 이렇게 좋은 거구나 싶다. 



독산4동의 나눔은 사랑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태어나면 마더박스를 주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출산한 모든 가정에 마더박스를 줬다고 한다. 고가의 선물은 아니겠지만, 선물보다는 동네주민을 생각하는 찾동의 맘씨에 기분이 좋아질 거 같다. 



마더박스만 사랑이 아니라, 공구도서관에 행복나눔 쌀독까지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주민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겼단다. 특히 행복나눔 쌀독은 마을 주민들의 기금 후원으로 만들었으며, 어려운 형편의 이웃이 별도의 행정절차 없이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독산4동은 찾동의 표준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거 같다. 



주은경 마을자치팀장이 독산4동이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졌는지 설명하는 중이다. 독산4동은 불법주차와 쓰레기 무단투기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골목길을 주민과 행정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골목길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물건공유상자, 공유주차, 마을우산 그리고 차없는 거리 만들기 등 차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골목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말과 사진으로만 볼 수는 없는 법. 정말 얼마나 달라졌는지, 동네투어를 시작했다. 우선 찾동 바로 아래에 있는 쉼터. 예전에는 쓰레기 천국이었다고 하는데, 의자를 만들고 밤에는 불이 들어오게 해두니 불법투기도 없어지고, 주민센터 건물까지 환해졌다고 한다. 



의류수거함을 제거하고 그 곳에 재활용정거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정거장에 쌓이는 재활용품들은 '도시광부'로 불리는 동네어르신들이 주기적으로 거두어 간다. 예전에는 의류수거함 주위에 온갖 쓰레기들이 넘쳐났다고 하는데, 도시광부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쓰레기 없는 깨끗한 골목이 됐다.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싶어도, 마을히어로인 도시광부가 지키고 있는 저 곳은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릴 거 같다. 쓰레기가 사라지니, 동네분들이 꽃과 나무를 심고, 덕분에 마을 경관까지 좋아지게 되었단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네를 생각하는 주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놀이터 입구에 있는 조형물은 뭘까 했더니, 놀이터답게 장난감 박스다. 어릴때부터 자원순환이 어떤 건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여기 아이들은 알고 있을 거 같다.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이렇게 나눔을 하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장난감으로 다시 태어난다.



동네가 참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렇게 예쁜 꽃이 있는데, 설마 이 앞에 쓰레기를 버릴 간 큰 인간이 있을까 싶다. 시작은 몇사람이었을 거 같지만, 지금은 많은 주민이 동참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골목이 깨끗해지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사방치기에 골목길 운동회까지 골목이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거 알려주고 있다. 




다른 건 다 동참에 공유를 해도 주차는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낮 시간에 빈 자리가 되더라도, 모르는 이가 주차를 하는 건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니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차들이 주차를 하고, 골목길에서 놀아야 하는 아이들은 불법주차된 차때문에 놀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독산4동은 다르다. 행복주차골목을 만들고, 주민들을 설득해 비어있는 시간에는 다른 차들이 주차를 할 수 있도록 공유주차를 실시했다. 이렇게 주차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굳이 불법주차를 하고 싶지는 않겠지.



재활용 날이었다면, 도시광부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재활용 정거장도 참 예쁜 명칭인데, 도시광부도 참 멋진 이름이다. '재활용품 속에서 보물을 캐다'라는 의미일 듯싶다.  



공무원 출신이 아니라 민간인 출신으로 최초 민간인 동장 공모에 당선된 독산4동 황석연동장이다. 동(네자)부심이 어찌나 대단하고, 말씀을 잘하던지, 혹시나 싶어 이력을 알아보니 역시 평범한 민간인은 아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를 했으며,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자를 했던 분이다. 독산4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주민이 스스로 해결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동직원들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발전을 위해 노력한단다. 


황석연동장은 "주민이 상상하면 마을이 달라진다. 새로운 골목길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마을에 살고 있다.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미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질도 덩달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란 조끼에 쓰여있는 2023 독산 행복골목위원회란, 동장은 올해로 임기가 끝나고, 구청장은 내년에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독산4동 행복골목은 그들과 상관없이 주민들 스스로 하고 있기에, 5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주민자치가 어떤 것이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는 있다. 


쓰레기와 불법주차를 두마리 토끼를 잡으니, 골목은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마을은 깨끗하고 예뻐졌으면, 동네사람들은 서로서로 인사를 하는 진짜 이웃사촌이 됐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어떤 의미일까 했는데, 그 해답이 독산4동에 있다. 우리 동네이니, 우리가 지키고, 우리가 가꿔야한다. 행정적인 업무는 찾동 직원에게 맡기면 된다.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됐듯, 잘난 동네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이 아닌 나부터 해야 한다. 우리 동네 찾동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볼겸 오랜만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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