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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과 언양하면 생각나는 그거슨 불고기. 언제나 고기는 쬐금, 당면과 버섯 그리고 파가 잔뜩 들어 있는 서울식 불고기만을 먹어왔다. 이게 무슨 호강인지, 드디어 불고기의 고장인 광양으로 출발했다. 광양에 간다고 했을때, 하나만 생각을 했다. 무조건, 어떠한 일이 생겨도, 기필코 꼭... 불고기를 먹겠다. 용산역에서 KTX타고 순천역에 도착, 역에서 바로 광양으로 향했다. 아점으로 광양 불고기를 먹어야 하니깐. 전남 광양에 있는 삼대 광양불고기 집이다.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간 곳이 아니다. 그 전부터 알고 있던 곳이었는데, 수요00회에 나와서 당황했었다. 방송에 나온지 좀 됐으니 방송효과는 아닐 거 같고, 여긴 그냥 평일에도 주말에도 언제나 사람이 많은 곳인가 보다.



오래된 여관, 여인숙같은 모습이다. 1호, 2호, 3호... 독수리 몇형제가 있을까? 



혹시 했는데, 다행이다.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여느 고깃집과 비슷하다.



식육점을 하던 1대 할머니가, 백운산 참숯을 사용해 청동 화로와 구리 석쇠에 고기를 구웠는데, 그게 광양숯불고기(불고기)의 시초였다고 한다. 2대 아들이 광양에서 전문 숯불고기 식당을 열어 많은 사람들이 그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를 했다고 한다. 3대는 전통과 맥을 이어가며, 그 맛과 멋을 이어가고 있단다. 여기까지는 식당의 유래였다면, 진짜 광양 불고기의 유래가 있다.


조선시대 조정에서 벼슬하던 한 선비가 그 당시 유배지였던 광양으로 귀양을 왔는데, 성 밖에 사는 천민의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친히 천자문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이에 감사의 마음을 느낀 아이의 부모는 그 선비에게 암소를 잡아, 하로에 숯을 피우고,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구워서 대접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한양으로 돌아간 선비는 광양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천하일미 마로화적" 이 세상 최고의 맛은 미로현(광양의 옛지명)의 불고기이다. 



그 천하일미를 이제야 먹어본다. 호주산이 있지만, 귀양 온 선비처럼 한우로, 암소이길 바라면서, 2인분을 주문했다.



애피타이저인, 흑임자죽과 샐러드. '고기로 배를 채워야 하는데, 너 따위가 감히 저리 꺼저~'



밑반찬. 같은 파인데 맛은 전혀 다른 파채무침과 파김치. 완전 시큼한 오이냉국. 왜 나왔는지 모르는 부침개와 디저트인 듯 아닌듯 비주얼에서 맛없음을 보여주는 삶은 고구마. 쌈장과 마늘 그리고 쌈무와 사진에는 없지만 쌈채소가 나왔다.



청동 화로 속에는 백운산 참숯이 들어 있고, 살포시 구리 석쇠가 올려져 있다. 이제는 메인을 만날 차례.



불고기(180g, 24,000원, 한우, 요거슨 2인분)가 나왔다. 그냥 생고기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면 양념이 되어 있다. 원래 불고기는 맛없는 고기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진짜 맛있는 고기는 굳이 양념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냄새도 나고, 맛도 없으니, 맛깔난 양념의 힘을 얻어 불고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



얇디 얇은 고기인지라 조심스럽게 올린다.



강한 참숯에 얇은 고기는 금세 먹기 좋게 익어간다.



원래 가위로 잘라 먹어야 하는데, 귀찮다. 빨리 먹고 싶다는 욕망땜에 우선 아무 부재료 없이 고기만 먹었다. 음... 역시 두툼한 고기가 아니라서 육즙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도 한입 가득 넣고 씹으니 고기 식감은 느껴진다. 보기에는 양념이 전혀 없는거 같은데, 은근 양념 맛이 강하다. 즉, 단맛이 엄청 강하다. 개인적으로 달달함을 지극히 싫어하는데, 단맛의 농도가 높게 느껴진다.



그래도 광양불고기인데, 단맛이 강하다고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법. 광양의 또다른 명물인 매실장아찌와 파채무침과 마늘을 올리고 쌈으로 아~함. 파채무침이 신의 한수다. 강했던 단맛이 조금은 약해진 거 같다.



 고기를 굽다가 발견한 독특한 집게모양. 광양불고기가 얇디 얇은 고기인지라, 집게도 이렇게 맞춤 제작을 했나보다.



광양 불고기는 한번만 뒤집으면 된다. 집게로 고기를 잡아 불판 위에 올린다. 서서히 아랫면이 익어갈 쯤에 한번 뒤집는다. 아랫면과 윗면의 색상이 동일하다 싶으면, 입 안으로 골인하면 된다. 그러므로 고기를 한꺼번에 많이 올려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숯이라 화력도 강하니, 먹을만큼 조금씩 올려서 굽고, 먹고, 다시 굽고, 먹고를 반복하면 좋을 거 같다.



광양 불고기만의 특권. 그동안 쌈채소 안에 고기를 넣었다면, 광양에서는 그 반대가 가능하다. 고기 안에 파채무침 넣기. 베이컨 토마토말이와, 베이컨 버섯말이는 먹어봤는데, 광양불고기 파채무침말이는 처음이다. 이거 참, 독특하다. 



광양과 광양의 만남. 달달한 광양 불고기와 달달함에 새콤함까지 있는 매실 장아찌의 만남. 결론은 달달하고 새콤하다. 



만약 호주산으로 먼저 시작을 했다면, 고기를 한번 더 주문했을텐데, 이래서 가장 맛있는건 나중에 먹어야 하나보다. 호주산으로 가는 건 왠지 아닌 거 같아서, 누룽지를 주문했다. 남도는 역시 남도인가 보다. 누룽지를 주문했는데, 반찬이 5가지나 나오니 말이다. 매실장아찌는 고기먹을때 나왔는데, 추가로 더 달라고 했다. 매실이 소화에 좋다고 하고, 광양하면 매실이니 많이 먹어두면 좋을 거 같아서다.



뜨끈한 누룽지에 새콤한 매실장아찌와 배추김치, 좋다 좋아.



뜨끈한 누룽지에 갓김치와 나물무침, 역시 좋다 좋아. 그렇게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다. 



광양에는 5미(味)가 있다고 한다. 광양숯불구이(불고기), 망덕전어, 닭숯불구이, 섬진강 재첩, 초남장어구이. 닭 내장에 부속부위까지 먹을 수 있다는 닭숯불구이가 끌리기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천하일미는 광양불고기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특화거리까지 있으니깐.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나 싶다. 아니면 고기는 육즙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 그 다름이 어색했던 거 같다. 숯불 향에 부드러운 고기맛은 좋았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대신 달달한 맛은 좀 힘들었다. 그래도 천하일미 ㅁk로화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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