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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되면 안되는데...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또 현혹되어 버렸다. 헌데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 내심 속으로는 원하고 있었던 거 같다. 오사카식 튀김인 쿠시카츠를 나홀로 먹었다. 주소지는 서교동이지만, 홍대 근처라고 해도 되고, 상수역 근처라고 해도 되는 곳, 다와라야다.



문제의 발단은 와카코와 술 시즌2였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고 나서, 고독하게 먹으러 다녔다. 와카코와 술을 보고 나니, 그녀처럼 혼술이 하고 싶어졌다. 안되는데, 안되는데...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과 다리는 드라마속 그녀의 단골집과 비슷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와카코와 술 시즌2에서 그녀의 단골집은 집근처 작은 이자카야다. 그녀는 언제나 바 테이블에 앉는다. 그날 추천 안주와 그에 어울리는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언제나 푸슈~를 외친다.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면서, 고독한 미식가를 따라서 혼밥을 먹더니, 이제는 와카코와 술을 따라서 혼술을 마신다. 



그녀(와카코)의 단골집과 비슷한 느낌은 아니지만, 혼술하기 좋은 느낌같은 느낌이 들었다. 홍대에 가면 지하도 아니고, 지상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곳에 괜찮은 술집들이 있다. 다와라야는 오사카의 명물인 쿠시카츠 전문점이다. 오사카에서 실망했던(관련이야기) 쿠시카츠를 홍대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말고 딱히 갈데가 없었다. 일드를 보면, 저렴한 가격에 음식이 조금씩 나와 음식에 어울리는 술과 함께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만, 여기는 다르다. 혼술인데 과감하게 안동찜닭을 먹을 수 없으니, 소심하지만 그래도 맛까지 함께 하고 싶다면, 쿠시카츠가 제격인 듯 싶다. 하나씩 선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요런 테이블이 있지만, 4명이 앉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는 건 민폐.



바 테이블이 있어 참 다행이다. 남들의 시선으로("어머 혼자 왔나봐") 뒤통수가 따가울 수 있지만, 가볍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다. 솔직히 가볍지는 않다. 그래서 첨 본 주인장에게 친한척 말도 걸고, 일하는 거처럼 보이기 위해서 아이폰으로도 충분히 담을 수 있는데 미러리스 카메라를 꺼내서 마구 찍어댔다. 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 될텐데,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나는 지금 와카코와 술 따라하기 중이다.



메뉴판에는 쿠시카츠(꼬치튀김)와 야키모노(꼬치구이)가 있지만, 주문은 쿠시카츠만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주인장이 쿠시카츠가 더 좋다고 했으니까.



기본찬은 양배추와 피클. 그리고 하얀소스는 양배추용, 검은 소스(간장같음)는 쿠시카츠 용이다. 



그리고 빠지면 안되는 사케. 혼술이니 병이 아닌 도쿠리로 주문했다. 샤케는 아마구치(13~14도)로, 쌀의 감칠맛과 단맛을 살려 풍부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부드럽고 달콤한 향을 즐길 수 있단다. 쿠시카츠가 나오기 전, 사케 한잔을 마시고 그녀를 따라 푸슈~~ 했다.



쿠시카츠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 결정장애로 인해 선택하는데만 5분은 걸린 거 같다. 암튼 심사를 숙고(솔선을 수범 따라하기)해서 드디어 선택을 했다. 왼쪽부터 가지, 가리비, 문어. 고기류는 오사카에서 먹었을때 누린내가 났던 관계로 일부러 피했다. 가지는 튀기기 힘든데, 있다고 하니 가장 먼저 골랐다.



튀김은 간장보다는 소금이다. 특히 채소튀김은 더더욱 소금이다. 바삭한 튀김옷 속에 숨어 있던 두툼한 가지, 소금을 만나니 채소육즙과 함께 단맛이 터진다. 하얀 김이 올라와 뜨겁지만, 식을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호호 불면서 먹으면 된다. 단 너무 뜨거울때는 사케를 마셔주면 된다. 시원하고 부드러우며 달달한 사케와 가지 튀김. 이거 괜찮다. 



문어의 달달함과 튀김의 바삭함이 만났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주문과 동시에 바로 튀겨서 나오니, 튀김상태가 아니 좋을 수 밖에 없다. 



아직 도쿠리에 사케가 남아 있는데, 자꾸만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산토리 가쿠 하이볼. 와카코와 술에서도 하이볼이 종종 나왔었는데, 따라하는 중이니 역시 주문했다. 음... 우선 시원하다. 살짝 올라오는 위스키의 향도 좋고, 톡톡 터지는 탄산의 상쾌함도 좋고, 혼술은 병으로 주문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마시는게 더 나은 듯 싶다.



쿠시카츠 종류 중 가장 궁금했던, 오크라(오른쪽)와 주인장이 서비스로 준 연근(왼쪽).



오크라가 뭐냐고 주인장에서 물어보니, 손님들에게 인기가 없는 튀김이라고 한다. 점액질이 있어 끈적거리고, 단맛보다는 쌉쌀한 맛이 강해서 그렇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은 한번 먹어보란다. 나 역시 호기심이 발동해서 과감히 주문했다. 비주얼은 오이고추같지만, 끈적이는 점액질로 인해 도루묵알처럼 느껴졌다. 맛은 단맛보다는 쌉쌀한 맛이 강한데, 당귀나 씀바귀처럼 쓴맛이 강한 편도 아니다. 솔직히 맛보다는 식감에 비중을 더 두는게 좋을 거 같다. 채소인데 도루묵알을 먹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니 말이다. 결론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니 다와라야에 또 간다면, 가장 먼저 오크라를 주문할 거 같다. 그다음은 가지 그리고 가리비.



연근칩은 먹어봤는데, 도톰한 연근튀김은 첨이다. 확실히 얇은 칩보다는 두툼한 튀김이 식감도 있고 좋다. 튀김의 바삭보다는 연근이 갖고 있는 아삭이 더 강했지만, 암튼 좋았다. 


쿠시카츠는 고기보다는 해물, 해물보다는 채소가 좋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가격도 큰 부담이 없으니, 하나씩 주문해 사케 또는 하이볼 또는 생맥주나 함께 하면 부담없을 거 같다. 가격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다와라야는 혼술하기 딱 좋은 곳이다. 와카코와 술 시즌3도 나올 거 같은데, 이제는 그만 봐야지. 아직 우리나라에서 혼술은 쉬운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가볍게 한잔하고 싶을때, 다와라야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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