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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에 도착하자 고민이 시작됐다. 왼쪽으로 가면 민어, 오른쪽으로 가면 낙지육회탕탕이, 과연 어디로 가야 하나? 민어는 회 또는 전으로 먹어야 하는데, 1인분은 안된다고 할 거 같았다. 아닐 수도 있지만, 불안감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내 발은 오른쪽으로 향했다. 산낙지 먹어봤고, 육회도 먹어봤지만, 둘을 동시에 먹었던 적은 없다. 어떤 맛일까? 아~ 궁금하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7~8분이면 가는 곳, 독천식당이다.



겉모습은 참 허름한데, 맛이나 내부는 절대 허름하지 않다. 맞은편에 넓은 주차장이 있는 걸로 봐서는 엄청 유명한 곳인 거 같다. 



들어오자마자 수조 속에 있는 낙지들. '다 먹어주겠어~'



길다란 복도를 지나면... 허름한 문에 비해 내부는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지 깔끔했다.



원하지 않았는데, 따로 후보정할 필요없이 찍혔다. 암튼 이렇게 커다란 곳이 나온다. 지금은 이렇게 썰렁하지만, 정확히 15분 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꽉 찼다. 



1인낙지탕탕이에 낙지비빔밥이 있지만, 내 눈은 자꾸만 정중앙에 쏠렸다. 직원이 와서 뭐 먹을래 물어보자, 내 입은 주인의 깊은 뜻을 어찌 알았는지, "낙지육회탕탕이 중이요" 이렇게 말했다. 이상하게 쳐다보면 어쩌나 했는데, 나처럼 혼자와서 이렇게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을 받았다.



7~8월에는 쉬는 날이 없단다. 역시 유명한 곳이구나.



기본찬이 왔다. 윗줄 오른쪽 끝에 있는 속젓을 제외하고는 딱히 남도 특유의 맛이 보이지 않는다. 초고추장에 미역냉국, 묵은지, 마늘쫑볶음, 어묵볶음, 속젓, 다시마쌈, 깍두기, 시금치(?) 무침. 남도에 가면 반찬부터 사람을 잡는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 기본찬이 더 엉망이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메인 하나만 잡으면 되니깐. 드디어 나오셨다. 낙지육회탕탕이 중(40,000원). 혼자 먹기에 많이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목포까지 왔으니 한번은 호사롭게 먹고 싶었다.



위에는 살아있는 낙지가 꿈틀꿈틀. 아래에는 탐스러운 육회가 받쳐주고 있다. 비주얼에 색감에 신선한 재료까지, 안 먹어봐도 그 맛이 느껴진다. 진짜 참 맛있어 보인다.



춤추는 낙지.avi



우선 낙지만, 고소한 참기름에, 쫄깃쫄깃 식감까지, 참 꼬시다.



이번에 육회만,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건 뭐, 그저 고맙고 또 고맙다.



'진정 제가 이런 호사로움을 누려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같이 먹어도 되나요?' 낙지의 쫄깃함과 육회의 부드러움이 만나니, 앞으로 차카게 살아야겠다. 먹으니 자꾸만 이런 맘이 들기 시작했다.



기본찬에 있던 다시마쌈에 속젓까지 넣어 먹었는데, 음 아니다. 굳이 이딴 치장을 할 필요가 없다. 처음나온 그 모습대로 먹는게 가장 좋다.



낙지에는 참기름, 육회에는 마늘과 쪽파 그리고 청양고추가 들어 있는데, 이게이게 효자다. 먹다보면 살짝 거북함이 밀려올때가 있는데, 그때 다진마늘과 청양고추가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념이 과한 편은 아니다. 딱 적절하니 육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정도라서, 참 좋다. 낙지와 육회를 이렇게 같이 먹을 수 있다니, 그것도 혼자서, 목포에 오길 참 잘한 거 같다.



두번 다시 할 수 없는 호사, 낙지로 육회 싸먹기.  



혼자 먹으니 은근 아니 너무 양이 많다. 좀 다르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비빔밥이다.



육회비빔밥을 먹을때 언제나 육회 양이 적었는데, 이번에는 내맘이다. 낙지까지 넣어 낙지육회탕탕이 비빔밥을 만들었다.



숟가락을 세워서, 재료와 밥이 상하지 않게 잘 비벼주면 끝. 참 맛나 보인다.



아~ 오늘따라 혼자인게 넘 행복하다.



기본찬은 그대로, 낙지육회땅땅이와 비빔밥만 완벽하게 아작을 냈다. 


민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행복한 점심이었다. 한번에 올인을 했는지, 나머지 끼니는 살짝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혼자서 밥을 몇번 먹었지만,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이렇게 만족했던 적은 처음인 거 같다. 앞으로 낙지육회탕탕이는 혼자서 먹는 걸로 해야겠다. 만약 둘 이상이 간다면, 인당 각 하나씩, 이렇게 먹어야 할 거 같다. 그나저나 또 먹을 수 있을까? 그것도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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