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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가 났었고, 비린내도 났기에, 민물매운탕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민물매운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선뜻 "그래"라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민물매운탕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앞으로는 음식에 대한 도전정신을 키워야 할 듯 싶다. 그래도 곤충 음식은 쫌...^^; 전북 무주에 있는 큰손식당이다.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간판만 살짝쿵 담았다. 그런데 간판이 참... 만약 간판을 먼저 봤다면, 다른 식당으로 갔을 거 같다.  



바쁜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와서, 손님은 우리 일행뿐.



메뉴판. 우리가 먹을 음식은 빠가매운탕과 어죽 그리고 도리뱅뱅이다. 



요거슨, 어죽 상차림이다. 그런데 어죽이 내가 알고 있던 어죽이 아니라 고추장국같아 보인다. 



이리저리 봐도, 어죽보다는 그냥 국, 부추랑 깻잎이 들어간 고추장국. 어죽이 원래 이런가? 솔직히 어죽을 먹어본 적이 없기에,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상상했던 비주얼은 아니다. 원래는 매운탕과 어죽 중 뭐 먹을래 했을때, 1초의 고민도 없이 어죽이었다. 그러나 어죽과 매운탕의 비주얼을 보고, 갈대인 나는 매운탕으로 맘을 돌렸다. 



물물교환으로 받은 어죽. 그런데 죽이라면 뭔가 걸쭉하고 밥알이 뭉개져야 하는데, 이건 깔끔한 국물에 밥일이 살아있다. 더불어 국수가 아닌 수제비가 들어가 있다. 이것도 어죽이라고 할 수 있나? 생각보다 비주얼이 너무 도시적(?)이다. 그럼 맛은 어떨까? 토속적인 맛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도시적인 맛이다.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좀 더 어죽다운 어죽은 기대했는데, 살짝 아쉬었다. 그럼 기대조차 안했던 민물매운탕은 어떨까?



어죽 먹을 생각으로 사진만 찍자고 매운탕 테이블에 갔다가, 여기서 코를 박고 폭풍흡입을 하고야 말았다. 민물매운탕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날려준 빠가매운탕이다.



어죽과 동일한 기본찬. 이런 이런 비싸서 먹지 못한 두릅, 아삭아삭한 오이김치, 인기폭발 파무침, 봄나물같은데 이름모를 나물무침, 평범해서 먹지 않았던 콩나물 그리고 상큼한 열무김치까지 밥 한공기를 더 주문해서 비빌까 말까 엄청 고민했다. 만약 매운탕이 별로였다면, 큰 그릇과 참기름을 요청해 비볐을 것이다.



두릅이니깐. 매운탕과 도리뱅뱅이 먹는 틈틈이 마구마구 많이 먹어줬다. 두릅이 갖고 있는 쌉쌀한 맛, 싫을 수도 있지만 어른이니깐, 몸에 좋으니깐, 많이 먹어줘야 한다. 



민물생선은 안보이고, 시래기와 미나리, 팽이버섯만 보인다. '살짝 두렵긴 하지만, 먹어주겠어.'



민물매운탕답게 수제비가 들어있다. 



다 먹고 나서야 빠가사리(동자개)인 줄 았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기는 아니고 쏘가리인가 했다. 



한그릇 가득, 덜어서 무주까지 왔는데 설마 비린내와 흙냄새가 날까? 제발 그러지 말아라, 그럼 안된다 하면서 맛을 봤다. 엇~ 근데~~ 그런데... 정말 나쁜 냄새는 하나도 안나고, 맛있는 냄새만 난다. 시래기와 미나리만 먹고 있어서 그런가 했지만, 아니다. 내 기억 속 민물매운탕을 버려야겠다. 앞으로는 큰손식당 민물매운탕으로 덮어쓰기를 해야겠다.



보들보들 아니요. 보덜보덜입니다. 생선 살조차 너무 좋다. 민물매운탕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난 지금 민물맨홀에 빠졌다.



음식이 음식인만큼 빠지면 안되는 막걸리. 



새참은 아니지만, 새참을 먹듯 참 복스럽게 먹었다.



뱅~ 뱅~ 뱅~~~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음식, 도리 뱅뱅이다.



비주얼만으로도 바싹함이 느껴진다. 데코레이션으로 나온 양배추를 옆으로 살짝 보내버리고, 도리뱅뱅이만 살짝 숟가락에 올렸다.



바싹함에 고소함 그리고 달달함까지 이건 반찬이 아니라 과자다. 막걸리와 함께 먹었지만, 맥주안주로도 참 좋을 거 같다.


양꼬치에 이어 민물매운탕까지 나쁜 추억으로 인해 멀리했던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좋은 추억으로 덮어쓰기를 완료했으니, 즐겨찾아 먹어야겠다. 그런데 무주는 너무 멀다. 가까운데서 즐겨찾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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