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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영화 델마와 루이스, 2015년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는 공통점이 참 많다. 이름으로 된 제목, 두명의 여자가 주인공, 한 남자의 죽음이다. 책을 읽는내내 영화가 생각나서, 영화처럼 같은 결말일까 궁금했었다.


영화에서 그녀들은 남편을 피해 떠난 여행에서, 한남자를 살인하게 되고 엉덩이가 예쁜 남자가 돈을 훔쳐가는 바람에 강도가 되어 버리고, 살인사건으로 인해 쫓아오는 형사로부터 피해다니지만 결국 추격 끝에 그랜드 캐년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마지막 장면, 델마가 루이스에게 그냥 앞으로 달리자고 소린친다. 그리고 그녀들은 직진을 한다.


열린결말인 거 같지만, 뻔한 결말 즉 그녀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나오미와 가나코도 델마와 루이스처럼 그런 결말을 선택했을까? 아니다. 열린결말처럼 끝이 났지만,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 그런 결말은 아니다. 


비슷한 느낌이지만, 소설은 영화에 비해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시점이다. 처음에는 나오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백화점 외판부에서 일하는 나오미, 원하던 직업은 아니었지만 나름 열심히 일을 하는 워킹걸이다. 그녀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인 가나코가 있다. 동갑이지만, 먼저 결혼한 친구(가나코)는 전업주부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찾아간 그녀에게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게 된다.


퍼렇게 멍든 얼굴을 보고, 나오미는 직감한다. 가나코가 남편에게 맞는구나. 그녀에게는 어릴적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아내를 때리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만큼 싫어한다. 아버지의 폭력은 너무 어려서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친구에게 조차 모른척 할 수 없기에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이혼을 제안한다.


하지만 가나코는 이혼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의 어머니는 돈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가나코는 이혼사유가 밝혀지는 순간, 남편은 직장을 잃을 것이고, 그로 인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이혼할 수 없다고 한다.


이혼을 못한다고 하고, 그렇다고 계속 맞는 걸 볼 수 없으니,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하기로 한다. 클리어런스 플랜을 기획하게 된다. 즉 완벽한 살인이다. 



정말 살인을 했을까? 오쿠다 히데오이니깐, 뜬금없이 다른 무언가로 바꾸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다. 진짜 살인을 한다. 그녀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살인을 말이다. 살인 도구를 구하고, 살인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어디에 묻을지 답사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실제는 살인이지만, 실종으로 보이기 위해 엄청난 일까지 도모하게 된다. 


나오미 시점의 결말은 죽였다. 제대로 묻었다. 그리고 실종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로 끝이 난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에 몸속 깊은 곳에서 치솟아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끝났다. 전부 끝났다. 이젠 이런 고생 안 해도 된다. 둘이서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를 나누었다. 나오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본문중에서)


나오미에 시점에서 가나코의 시점으로 바뀌고, 이야기는 살인 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나온다. 완벽한 살인이라고, 시신을 찾기 전까지는 남편은 실종으로 알거라 믿었던 그녀들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치게 된다. 처음에는 그녀들이 계획했던 대로 실종으로 은행원이었던 남편이 고객의 돈을 빼돌리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해외로 출국했다는 걸로 그렇게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복병이 숨어 있었다. 바로 남편의 동생인 시누이다. 그녀가 개입하게 되면서 완벽했던 계획은 너무나 허술한 계획임이 들통나게 되면서, 그녀들의 거짓말이, 그녀들이 클리어런스 플랜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실종에서 살인으로 그리고 그 범인으로 가나코가 의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까지, 밝혀지면서 그녀들은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일본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소설이지만, 어떤 액션 장면 못지않은 추격신이 펼쳐지게 된다. 마지막 100페이지는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제발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음 했는데, 일어났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마지막 선택이 설마 죽음? 아니었으면 했다. 영화는 죽음을 선택하도록 몰아 갔지만, 소설은 아니 오쿠다 히데오는 좀더 다른 선택을 해줬으면 했다. 정말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지만, 영화와 다른 결말이라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열린결말을 싫어하는데, 나오미와 가나코는 열린 결말이라서 좋았다. 영화처럼 죽음을 연상하게 만드는 열린결말이 아니어서 더더욱 좋았다. 그녀들의 클리어런스 플랜이 완벽하지 않았으나,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아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나에게 늘 실망감을 주지 않아서 좋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번 소설은 살짝 그답지 않았지만 어쩜 이리도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했던지 그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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