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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음식하면 알이 꽉찬 주꾸미와 도다리쑥국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올해는 못 먹고 지나가나 했는데, 두 음식을 한번에 먹게됐다. 십년 전 꼬치구이를 먹으러 갔던 곳, 화재로 문을 닫았다가 작년에 재오픈을 한, 예전에는 육미집, 지금은 선술집 육미다. 



예전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선술집 육미가 예전 육미집인지 몰랐다. 지인이 "바부야~ 여기가 거기야"해서 알게됐다.



종로에서 주꾸미 샤브샤브를 하는 곳이 없을까라는 내 질문에 샤브샤브는 아니지만, 비슷한 곳이 있다고 데려온 곳이 여기였다. 봄철 계절 메뉴인 알주꾸미데침, 오늘의 먹블은 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메뉴판, 예전에도 이렇게 메뉴가 많았나 싶다. 그때는 늘 꼬치구이만 먹었기에 모를 수도 있을 거 같다. 



여전히 공간이 넓구나 했다. 일찍 도착을 해서 그렇지, 곧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기본찬이 생뚱맞게 왠 오뎅국물이지 했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니, 육미집이였던 시절에도 기본찬으로 오뎅국물이 나왔다. 더불어 늘 먹었던 꼬치구이는 이런 비주얼이었다. 지금은 그때랑 다르겠지만...



알주꾸미 데침(중, 20,000원) 등장. 샤브샤브라면 국물이 같이 나올텐데, 데침이라서 주꾸미만 나왔다. 원산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제철음식이니 국내산이겠지. 아니면……



주꾸미인데 흡사 문어같다. 그만큼 참 실했다.



주꾸미 대가리 아래쪽에 양쪽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부위가 눈이란다. 저렇게 찍어서 그런가, 영화 에어리언에 나오는 괴물이 생각났다. 



꽉찬 알과 내장을 함께 먹고 싶다면, 요렇게 자르면 된다.



누가 주꾸미라고 할까? 낙지라고 해도 믿을 거 같다. 잘 데쳐서 그런지, 적당한 쫄깃함에, 적당한 야들야들 그리고 적당한 부드러움까지 참 좋았다. 



알도 내장도 촉촉하고 보들보들하니, 이래서 제철음식을 먹어야 하나보다. 비린내 전혀 없이 그야말로 담백함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데침이라서 처음에는 온기가 있었는데, 먹다보니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그리하여 엄청난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로 했다.



통영에서는 봄이 되면 먹는다는 도다리쑥국(정확한 명칭은 봄도다리쑥탕 18,000원)으로 주꾸미 샤브샤브를 하기로 했다. 샤브샤브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저 국물에 주꾸미를 살짝 담가서 뜨끈하게 먹기 위해서다. 도다리쑥국이라 쓰고 봄이라고 부르고 싶다. 상큼한 쑥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도다리의 담백함과 쑥의 쌉사름함이 잘 어울러진 봄도다리쑥탕이다.



짠맛이 강해 육수를 추가했고, 자꾸 끓이다보니 간이 강해서 중간중간 물을 넣었다. 그랬더니 도다리 기름맛이 사라져버렸다. 지인왈, "처음에는 좋았는데, 너땜에 국물이 밍밍해졌다." 간에 신경을 쓰다보니, 도다리가 갖고 있는 감칠맛을 놓쳤던 것이다. 더구나 여기에 주꾸미까지 퐁당퐁당해서 먹었으니……



조금 전에 주꾸미가 좋다고 했는데, 지금은 도다리쑥국에 빠져버렸다.



주꾸미 + 도다리쑥탕 =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도다리 맛을 망친 죄로 커더란 두토막을 지인에게 주고, 나는 아주 작은 한토막만 먹었다. 그동안 봄꽃으로 인해 눈이 즐거웠다면, 이 날은 봄 제철음식으로 입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피맛골이 사라져서 아쉬었는데, 선술집 육미를 알았으니 앞으로 종로에 가면 입이 즐거워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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