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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거실에 뒹굴뒹굴 돌아다니고 있던 과자 한 봉지. 시커먼 과자라 발에 걸리면 툭 차고, 손에 잡히면 휙 던져 버리곤 했다. 처음에는 떡인 줄 알았다. "떡은 엄마가 좋아하는데, 왜 안 드실까?" 이러면서 그냥 방치했는데, 글쎄 이 과자 그리도 유명한 과자인지 조카의 등장으로 알게 되었다.


"고모, 이거 안 먹어?, 그럼 내가 먹을까?"

"그냥 너 다 먹어"라고 말했으면, 참 착한 고모가 됐을텐데, 그동안 안 먹고 방치하다가 먹는다고 하니 욕심이 났다. "아니야 먹을꺼야. 다 고모꺼야."(이런 인정머리 없는 고모) 말은 그렇게 했지만, 2개였던 과자를 똑같이 하나씩 나눠주는 착한 고모 코스프레를 했다. 그런데 애당초 조카를 위해 할머니(나에겐 어무이)는 과자를 따로 챙겨두셨고, 나에게 먹으라고 두었던 과자를 조카가 더 갖고 갔다고 한다. 자식보다는 손자를 더 이뻐한 할머니는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셨다. "그러게 진작에 먹지. 왜 안먹었대." 


그렇게 해서 나에게 왔다. 그냥 이름도 모르던 과자였는데, 이제는 pnb 풍년제과 쵸코파이가 되어서 왔다.



일반 초코파이보다 조금 더 큰 초코파이로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전주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그 초코파이다. 전주에 가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 그 초코파이다. 줄서서 먹어야 하는 그 초코파이다. 그런데 우리 식구 중에 전주에 다녀온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이게 있을까? 알고보니,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매장이 있단다. 그렇게 자주 다니던 곳인데, 왜 내 눈에는 안 보였을까? 검색을 해보니 떡하니 매장이 나오는데, 그동안 내 눈은 장식품이었나 보다. 



전주에서 그렇게 유명한 초코파이라고 하니깐 급 먹고 싶어졌다. 크기는 정을 주는 초코파이보다는 훨씬 크다. 그리고 초콜릿 함량도 정을 주는 초코파이보다 많아 보였다. 정을 주는 초코파이는 잘만하면 한입에 넣을 수 있었는데, 요건 불가능한 사이즈다. 마름모 모양에만 초콜릿이 없는게, pnb 풍년제과 쵸코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증표(?)겠지.



그런데 뒤태는 왜 이럴까? 이건 무슨 모양일까? 초콜릿이 부족해서 인가? 암튼 정성스런 앞과 다르게 뒤는 엉성했다. 이때부터였다. 차라리 정을 주는 초코파이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게...



정을 주는 초코파이처럼 마시멜로가 들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반으로 잘랐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기존에 보던 것과 너무 다르다. 두툼한 빵은 확실히 보이는데, 이건 내용물이 있다고 말을 해야 하나? 불쌍해서 살짝 넣어줬다고 해야 하나? 암튼 빵에 비해 양이 엄청 적은 크림과 잼이 들어 있다.



한쪽으로 크림과 잼이 몰렸나 싶어 다른 면도 살펴봤지만 역시 똑같다. 아직 먹기 전이지만, 비주얼만으로 이거 그렇게나 유명한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도저히 안되겠다. 완벽한 해부를 했다. 그런데 괜히 한 거 같다. 빵에 비해 크림과 거기에 잼까지 너무 인정이 없어 보인다. 집에서 식빵에 잼 발라 먹을때도 이렇게는 안 먹는데, 이건 해도 해도 쫌...



아니 이 초쿄파이는 크림과 잼이 아니라 빵과 초콜릿으로 먹는 건가? 먹다가 심심할까봐 살짝 넣어 준 건가? 이렇게 합리화도 해봤지만, 결론은 반으로 나누면 치즈처럼 늘어나는 마시멜로가 들어 있는 정을 주는 초코파이가 더 좋다는 것이다.



냉동고에 넣었다가 먹으니, 겉에 있는 초콜릿의 바삭함은 좋은데, 빵은 부드럽지 않고 푸석푸석했다. 그리고 크림과 잼은 눈 감고 먹으면 모를 정도로 너무 빈약했다. 그리고 달기는 왜 그리도 달던지, 안 마시던 흰우유가 생각이 날 정도였다.


차라리 착한 고모 코스프레가 아니라, 그냥 착한 고모가 될 걸. 괜히 먹었다 싶었다. 더불어 전주에 가게 되더라도 이 집은 안 갈 거 같다. 초코파이 말고 센베이도 유명하다고 하지만, 역시나 단 과자임을 알기에 다른 맛집을 더 찾아 다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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